1980년대 팝 문화를 대변하는 마돈나. 그녀의 패션을 정의한 법칙, 일명 ‘마돈나 룰 (Madonna Rule)’에는 어깨를 봉긋 솟게 만드는 패드와 무지갯빛 팔레트 그리고 현란하게 반짝이는 시퀸이 필수다. “레트로풍의 디스코 룩을 글래머러스하게 연출하기 위해선 시퀸이 반드시 필요했죠. 이는 데보라 해리부터 레이디 가가까지 시대를 불문하고 팝 디바들의 룩을 관통하는 법칙 중 하나예요.” 1980년대 마돈나의 패션을 완성한 프랑스 아티스트 마리폴(Maripol)이 말했듯이 조명에 따라 다채로운 빛을 발하는 시퀸의 존재감은 꽤 강렬하다.

시퀸의 이런 치명적인(!) 매력은 2018 S/S 시즌 캣워크에서도 여지없이 빛을 발했다. 정교하게 수놓은 시퀸뿐만 아니라 잘 닦은 거울처럼 번쩍이는 메탈 패브릭, 캔디 컬러 젬스톤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빈티지풍 디스코 룩이 우후죽순처럼 모습을 드러냈으니까. 마크 제이콥스는 스테판 존스가 야심차게 준비한 터번을 중심으로 레트로 무드를 자유롭게 구현했는데, 그중 시퀸을 촘촘히 얹어 그래픽 패턴을 그려낸 가운이 유독 눈에 띄었다. 1980년대 무드와 오리엔탈 스타일을 로맨틱하게 버무린 구찌 쇼에서도 시퀸 프레임 선글라스와 황홀하게 반짝이는 홀로그램 드레스들이 알레산드로 미켈레 특유의 맥시멀리즘을 보여주는 데 일조했다. 이뿐인가. 큼직한 장미꽃을 전체에 과감히 프린트한 돌체 앤 가바나의 시퀸 보디수트와 핫한 글램 룩을 연출한 톰 포드의 메탈 미니 원피스, 발맹의 보디 콘셔스 드레스 등 반짝임의 아찔한 마력을 십분 활용한 아이템이 곳곳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누구나 디바가 될 수 있어요. 스타가 되는 거죠.” 한 인터뷰에서 마돈나가 한 이 말을 증명하는 데 시퀸만큼 효과적인 요소는 또 없을 것 같다. 시퀸의 호화롭고 섹시한 이미지가 부담스럽다면 캣워크에 등장한 드레스 대신 액세서리를 포인트 아이템으로 선택하는 것도 좋지만, 한번쯤 주변의 시선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