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트렌드 최전선을 굳건히 지켜온 미니멀리즘과 스포티즘이 힘을 잃을 때가 됐나 보다. 이번 봄여름엔 온갖 공주풍 드레스가 런웨이를 점령했으니! ‘공주풍’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커다란 리본, 풍성한 러플, 플라워 모티프, 섬세한 레이스 등 사랑스러운 매력을 극대화하는 장식과 소재로 완성한 화려하고 장식적인 드레스의 향연이 펼쳐졌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두 가지, 리본과 러플을 눈여겨볼 것.

먼저 그동안 런웨이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던 리본의 귀환이 흥미롭다. 헤어피스 정도로만 존재감을 알리던 리본은 이번 시즌 수많은 룩에서 당당하게 메인 장식으로 활약했다. 어떤 옷이든 고풍스럽고 사랑스럽게 만드는 마법 같은 ‘리본 효과’를 여러 디자이너가 입증했다는 말씀. 에르뎀, 셀린느, 에밀리아 윅스테드, 미우미우, 발렌티노 등 수많은 컬렉션에서 커다랗고 귀여운 리본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셀린느, 에밀리아 윅스테드, 미우미우는 리본을 장식적인 요소로 활용한 것이 아니라 옷 한가운데 주름을 잡아 리본 실루엣 드레스를 만들기도 했으니! 이 브랜드들의 컬렉션에서 알 수 있듯, 리본으로 장식한 옷은 마냥 여성스러운 것이 아니라 시대극의 주인공이 입을 법한 클래식한 품격을 지니고 있다. 이뿐 아니라 한 매체에서는 리본으로 안‘ 티에이징 트릭’을 시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하긴 리본 하면 소녀 감성 아니던가! 이처럼 다양한 매력의 패션을 만끽할 수 있으니 어떻게 리본에 마음을 주지 않을 수 있을까? 리본으로 장식한 옷이 부담스럽다면 머리에 까만 리본 하나만 묶어도 제 나이보다 열 살은 어려 보이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한편 풍성하고 거대한 러플 역시 디자이너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소매나 네크라인을 장식하던 앙증맞은 러플은 잠시 잊어도 좋다. 커다랗고 드라마틱한 러플이 드레스 위에 과감하게 일렁였으니 말이다. 이번시즌 누구보다 러플에 푹 빠진 디자이너는 바로 마크 제이콥스다. “많은 여자들이 스타벅스에 가기 위해 옷을 입는다. 하지만 나는 그런 옷을 쇼에 올리고 싶진 않다. 진정한 옷을 입고 싶다면 드레스업 해라.” 마크 제이콥스는 이 말에 충실하기 위해 자신만의 패션 판타지에 몰두했다. 그리고 그 중심엔 러플이 자리하고 있다. 러플로 옷 전체를 장식하거나 동그랗게 말아 꽃 모티프를 만들어내며 남다른 디자인 감각을 뽐냈다. ‘드레스업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는 걸 몸소 보여준 셈. 패션계의 로맨티시스트 델포조, 알렉산더 맥퀸, 몰리 고다드의 러플 사랑도 여전했는데, 러플의 색다른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오프화이트와 코치 1941의 스타일링을 참고할 만하다. 베이식한 화이트 티셔츠에 러플 스커트를 매치하거나 고풍스러운 러플 블라우스에 데님 팬츠를 코디해 러플을 쿨하게 소화했으니 말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추구하는 힙한 스타일과 거리가 멀지만 뭐 어떤가? 리본이나 러플을 선택하면 사랑스러운 매력을 얻을 수 있다. 드레스업 하고 싶은 날엔 이 두 가지 장식을 꼭 떠올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