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원색과 실험적인 텍스처, 장난기 넘치는 프린트, 과장되게 부풀린 오버사이즈 실루엣 등 2019년 봄 캣워크에선 ‘맥시멀리즘의 귀환’이 예고됐다. 그리고 이 대대적인 흐름에 백, 슈즈 등 액세서리 역시 다양한 형태로 변주돼 동참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트렌드는 바로 ‘더블 백’이라고 불리는 혁신적인 스타일링 방법이다. “비즈니스 우먼들이 커다란 토트백을 들고 추가로 작은 숄더백을 크로스로 멘 채 거리를 걷는 모습을 종종 목격해요. 토트백엔 각종 서류와 아이패드가 들어 있을 테고, 미니 백엔 카드 지갑과 립스틱이 있을 거예요. 극도로 현실적인 모습을 캣워크 위에 감각적으로 담아내고 싶었어요.” 가브리엘라 허스트가 한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듯 곰곰이 생각해보면 더블 백이 새삼 신기한 트렌드는 아닌 듯하다. 샤넬은 고가의 2.55 백 두 개를 떡하니 크로스로 메 연출했고, 펜디는 FF 로고를 정교하게 양각한 오버사이즈 토트백과 미니 사이즈 체인 숄더백을 겹쳐들거나 휴대폰 케이스가 달린 패니 팩을 허리에 두르고 스퀘어 토트백을 함께 드는 방법을 택했다. 알렉산더 왕은 또 어떤가. 스트리트 무드의 바이커 룩에 끈 길이를 서로 다르게 조절한 패니 팩 세 개를 메 힙한 분위기를 더했다. 이뿐이 아니다. 로에베는 클래식한 미니 해먹 백이나 퍼즐 백에 장인정신을 발휘한 알록달록한 색감의 자이언트 크로셰 백을 레이어드해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했으며 쟈딕 앤 볼테르는 톡톡 튀는 색감의 네트 백을 쏙 넣은 가죽 토트백을 안이 훤히 보이게 연채 캣워크에 등장시켰다.

이번 시즌 더블 백에 대적할 트렌드로 등극한 것은 컬러 블록 슈즈다. 눈이 시릴 정도로 화려한 색을 한데 섞어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 포인트. 마이클 할펀은 레트로풍 컬러로 다양한 크기의 사각 프린트를 완성한 앵클부츠를 선보였고, 니콜라스 커크우드 역시 오래전 아날로그 TV에서 자주 보던 색의 채도를 한껏 올려 스트라이프 패턴으로 그려낸 컬렉션을 소개해 호평받았다. 애슬레저 룩의 유행 역시 컬러 블록 슈즈를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크리스토퍼 케인은 세 가지 원색을 활용한 스니커즈를 출시했는데, 크기가 서로 다른 구 3개를 또르르 정렬한 굽으로 위트를 더했다. 1990년대 식 스포티 무드를 개성 있게 되살린 제레미 스캇의 네온 컬러 모터사이클 부츠와 엠포리오 아르마니의 웨지 힐 슈즈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여기에 두세 가지 오묘한 색을 자연스럽게 그러데이션한 이치아더의 앵클부츠, 굽에 노을빛을 연상시키는 색감을 곱게 그려 넣은 마르코 드 빈센조의 플랫폼 샌들, 레지나 표의 멀티컬러로 채색한 뮬까지 가세했으니! 올봄 다시 돌아온 맥시멀리즘이 부담스럽게만 느껴진다면 이 두 가지 액세서리를 시도해보길. 더하고 더하면서 느끼는 묘한 희열에 중독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