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이례적으로 함박눈이 쏟아지던 날, 샤넬은 그랑 팔레돔 아래 18세기 프랑스풍의 드넓은 대저택을 세웠다. 쇼의 막이 오르자 따사로운 햇볕과 나무에 둘러싸인 연못, 정갈하게 다듬어진 식물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모델들이 나타났고, 쇼장에는 따뜻한 봄의 에너지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보트 네크라인, 벌룬 소매, 뒤집힌 칼라 등 독특한 디테일의 재킷과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스커트, 앞이 파인 슬릿 스커트 등 군데군데 18세기 복식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가 자리 잡은 룩이 관중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외에도 깃털로 만든 꽃으로 장식한 오간자 드레스, 핸드 페인팅 세라믹 플라워를 단 시퀸 드레스를 중심으로 화려한 이브닝드레스가 숨 돌릴 새 없이 펼쳐졌다. 공방 장인들의 인내와 노하우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자수와 비딩으로 하나하나 특별하게 완성한 룩은 샤넬 하우스의 진가를 다시금 확인시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피날레를 장식한 실버 시퀸 수영복 차림의 신부는 정형화된 틀을 깬 파격적인 모습으로 쇼의 대미를 장식하며 보는 이를 황홀경에 빠뜨렸다.

이번 컬렉션에는 크리스틴 스튜어트, 퍼렐 윌리엄스, 틸다 스윈턴, 마린 백트 등 샤넬의 앰배서더가 대거 참석했는데, 쟁쟁한 스타들 사이에 유독 반가운 얼굴도 눈에 띄었다. 바로 배우 김고은이었다. 현장에는 그녀를 알아보고 반기는 취재진의 열기가 뜨거웠고 김고은은 세계적인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국 프레스들에게 뿌듯한 감정을 안겼다. 화려한 게스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펼쳐진 쇼는 칼 라거펠트가 가장 사랑하는 시대인 18세기로 초대한 달콤한 휴가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