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소생하는 4월의 봄기운에 마음이 들뜨는 것도 잠시, 최악의 미세먼지 현상으로 봄옷 대신 마스크와 공기청정기를 쇼핑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흑백사진을 보는 듯 잿빛으로 변한 서울 하늘을 보며 날씨가 사람의 기분과 컨디션에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흐린 날이 계속될 때 우리가 활기를 잃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은 기분이 좋아지는 밝은색 옷을 입어 컬러 테라피를 시도하는 것. 때마침 마카롱을 닮은 부드러운 컬러가 새 시즌 트렌드로 떠올랐다. 봄날의 파스텔컬러가 신선하지는 않지만 일조량이 낮은 우울한 날씨가 계속되는 2019년 봄에 이보다 반가운 트렌드가 또 있을까. 마크 제이콥스나 스텔라 매카트니 같은 디자이너는 봄기운을 눈으로 느낄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부드러운 컬러로 런웨이를 가득 채웠고 질샌더, 지방시, 살바토레 페라가모 등의 브랜드도 파스텔컬러 룩을 런웨이 중간중간 선보이며 활기를 불어넣었다. 미우미우, 비베타, 델포조 등의 브랜드는 큼지막한 리본이나 꽃 모티프로 화려함을 더해 사랑스러운 무드를 강조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미묘한 차이가 있다면 2019년엔 일명 딸기 우유 색을 시작으로 라일락, 톤 다운 옐로, 피스타치오 컬러 등 페일 톤이 대세라는 것. 채도가 비교적 낮은 파스텔컬러의 장점은 어떤 옷차림에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스타일링이 용이하다는 점과 입는 사람도 보는 보는 사람도 부담스럽지 않다는 점이다. 겨우내 입은 무채색 코트를 벗고 봄날의 향기를 담은 옷으로 갈아입을 계절이다. 마음에 드는 고운색 옷을 꺼내 입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한결 좋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