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패션업계의 키워드는 단연 #성평등, #페미니스트 등이다. 최근 여성 인권 향상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은 패션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고, 런웨이부터 소셜 미디어에 이르기까지 대중을 향한 메시지는 분명하다. 독립적이고 강한 여성이 되라는 것. 디자이너들이 어느 때보다 강인한 여성상을 표현하기 위해 선택한 것은 바로 레더 소재다. 이 더운 날씨에 가죽이 웬 말이냐 싶겠지만 성별과 나이, 계절의 경계가 없는 보더리스(borderless) 패션이 트렌드로 정착한 후 여름에도 예외 없이 레더가 트렌드 전선을 지키고 있다. 실제로 뙤약볕이 내리쬘지언정 정작 실외보다 에어컨 앞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많은 도시 여성에게 여름 가죽옷은 더 이상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쌀쌀한 가을에 입는 옷이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 하지 못했다면 이번 시즌이야말로 그 오해를 불식할 기회다. 여름철에도 충분히 활용 가능한 레더 룩이 광범위하게 펼쳐졌으니 말이다. 실용적인 가죽옷을 고르는 요령은 따로 있다. 첫째, 필로소피 컬렉션의 톱처럼 자연스럽게 굴곡이 생길 만큼 얇게 무두질한 가죽을 고를 것. 이렇게 중량감을 없애 종이처럼 얇은 가죽은 폭염에 달아오른 피부를 대고 싶을 만큼 차가운 느낌을 선사한다. 둘째, 여름 레더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펀칭 디테일을 선택할 것. 하이더 아커만 쇼에 등장한 재킷처럼 통기성을 고려한 펀칭 레더는 여름철에 제격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이 너무 멀게 느껴진다면 톰 포드 컬렉션을 참고해보자. 극도로 시어한 레이스 소재 옷에 가지고 있는 가죽 재킷을 슬쩍 걸치면 그걸로 충분하다. 여름철 가죽옷 스타일링에서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바로 시크한 무드다. 알렉산더 맥퀸을 비롯해 생 로랑, 셀린느에 이르기까지 하나같이 여전사를 연상시키는 무드로 표현되었으니 이번 시즌엔 웨스턴 무드는 잠시 잊고 하이힐과 함께 드레스업 하는 것을 추천한다. 올여름 그 어떤 소재와도 견줄 수 없는 세련되고 파워풀한 레더의 매력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