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작은 가방을 가방이라고 불러도 될까? 영민한 이슈메이커 시몽 포르트 자크뮈스는 2019 F/W 컬렉션 쇼를 앞두고 초대장과 함께 손바닥보다 작은 가방을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디자이너가 수천 개를 팔았다고 언급한 자크뮈스의시그니처 백, 르 삭 치퀴토(Le Sac Chiquito)의 축소판이었다. 이 초미니 백은 모델들의 손에 들려 쇼에 등장했고, 이로써 르 삭 치퀴토 백이 재조명되었다. 물론 요즘 사람들이 어떤 것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지 정확하게 간파한 디자이너의 동물적 감각도 더불어 화제에 올랐다(모르긴 해도 이 백 역시 수천 개 이상 팔려나갈 테니까!). 이런 미니어처 백을 선보인 건 자크뮈스가 처음은 아니다. 에어팟이나 카드 정도가 겨우 들어갈 만큼 작은 가방에 관심이 간다면 선택지는 다양하다. 카드 지갑에 금속 장식을 더해 조형미를 살린 질샌더, 여권이 연상되는 목걸이 형태의 백을 선보인 버버리, 용도를 적은 작은 가방을 여러 개 매달아 유틸리티 벨트와 스트랩을 완성한 펜디, 백 위에 작은 백을 매단 샤넬 등 수많은 버전의 미니 백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고 보면 요즘 길거리에서 사람들의 손과 어깨, 목에 아주 작은 가방이 자리하고 있는 걸 쉽게 볼 수 있다. 외려 큰 가방을 보기 어려울 정도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고? 우선 휴대폰 하나면 꽤 많은 것이 해결되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컬렉션에 참석하는 에디터를 예로 들어보자. 이제는 쇼 스케줄을 프린트한 종이를 가지고 다니는 대신 휴대폰 캘린더에 스케줄을 업데이트하면 그만이다. 인비테이션 대신 바코드로 참석 여부를 확인하는 쇼도 점차 늘고 있다.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이 현상을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 남자들은 대부분 지갑 하나만 바지 뒷주머니에 넣고 다닐 뿐 가방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드무니까. 한마디로 여성들도 거추장스러운 가방에서 자유로워졌다는 말씀. 이렇게 작은 가방을 비롯해 미니스커트 같은 상징적인 아이템이 처음 주목받기 시작한 1970년대가 성 해방 움직임이 태동하던 시기였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와 완전히 다른 견해도 있다. ‘그저 귀여운 것을 향한 격렬한 반응’이라는 것. 혹시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귀여움이 지구를 구한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나? 여성들이 어린 시절이 떠오르는 이 작고 앙증맞은 백에 자연스럽게 끌리는 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란 추측이다.

실용성을 따져 묻고 싶다면 다른 백으로 눈을 돌리길 권한다. 하지만 그 전에 마이크로 미니 백은 들어가는 게 별로 없어도 앞서 언급한 여러 의미 외에 스타일링의 묘미까지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자크뮈스의 백만 봐도 손에 들고 목에 걸고 허리에 두르고 다른 가방에 매다는 등 수많은 버전이 포착되었으니! 휴대할 물건이 많다면 가방 하나를 더 들더라도, 이번 시즌 이 작은 가방의 귀여움을 마음껏 누려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