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디의 쿠튀르 컬렉션은 단순히 ‘장인이 만든 아름다운 옷을 보여주는 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로마를 대표하는 하우스 브랜드로 헤리티지와 장인정신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이고, 펜디가 문화유산 복원을 후원한다는 사실을 알리는 상징적인 행사이기도 하다. 수년전 트레비 분수 복원을 기념한 컬렉션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던 펜디의 다음 목표는 콜로세움이 정면으로 보이는 팔라티노 언덕이었다. 2019-20 F/W 쿠튀르 컬렉션은 팔라티노 언덕의 ‘비너스와 로마 신전’ 복원 작업을 후원한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공표함과 동시에 올해 초 타계한 칼 라거펠트에게 헌정하는 의미를 담았다. 로마와 팔라티노 언덕이 펜디 쿠튀르 컬렉션의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이자 쇼를 하기에 가장 완벽한 장소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이번 쿠튀르 컬렉션의 주제는 로마의 대리석이었다. 모든 룩에 황수정, 로즈 쿼츠, 칼세도니 등 원석 컬러 팔레트를 중심으로 돌 무늬가 연상되는 패턴을 더했다. 총 54벌로 구성된 컬렉션은 칼 라거펠트가 펜디 하우스에 몸담았던 54년의 시간을 뜻하며, 그가 생전에 그린 스케치와 동일한 실루엣으로 선보여 쇼를 더욱 뜻깊게 만들었다. 돌, 땅 등 자칫 무거워 보일 수 있는 자연의 요소를 튈, 실크 무아레, 얇은 가자르 소재로 표현해 완성한 룩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가벼워 보였다. 펜디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퍼 장인들의 작품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였다. 마블 페인팅을 한 밍크, 마치 정교하게 수놓은 듯한 퍼 트리밍 등 모든 요소가 하나하나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노을이 질 무렵 콜로세움을 배경으로 런웨이를 사뿐하게 걷는 모델의 모습 역시 시공을 초월한 대지의 여신처럼 우아해 보였다. “로마와 이탈리아를 너머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지키는 일을 이어가는 데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펜디 회장 겸 CEO 세르주 브륀슈위그의 말이다. 펜디는 이번 컬렉션을 시작으로 다시금 로마 문화와 역사에 기록될 큰 프로젝트에 동참하게 됐다. 그 의미를 알고 나니 이번 컬렉션이 더욱 경이롭게 느껴졌다. ‘전통과 노하우, 창조성, 이탈리아다움’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가진 펜디는 ‘영원의 도시’라고 불리는 로마에 끊임없이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