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디자이너 패션디자이너

디자이너 최지원

JIWON CHOI

먼저 브랜드에 대해 소개해주기 바란다. 지원 최는 2017년 파슨스 디자인 스쿨을 졸업한 직후 론칭한 브랜드다. 에너제틱한 분위기를 기반으로 다양한 요소 사이의 대비를 표현해내고 있다.

아디다스와 두 차례 협업하며 이름을 알렸다. 신진 디자이너에게 흔치 않은 기회였을 텐데? 어느 날 아디다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인스타그램에서 나를 발견하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스트라이프를 중점적으로 사용한 첫 컬렉션 ‘과잉주의(Excessivism)’와 아디다스의 3선 로고에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브랜드 간의 디자인적 합의점을 찾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당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무엇인가? 아디다스의 트랙수트가 가진 아이코닉한 요소를 살리되 형태와 디테일에 내 방식을 가미하는 것. 그때까지 트랙수트를 한 번도 디자인해본 적 없었지만 아주 즐거운 작업이었다.

여성복 시장은 한동안 ‘미니멀리즘’에 매몰돼 있었다. 반면 지원 최의 컬렉션은 과잉주의를 주제로 해 신선한 인상을 주었는데, 이런 테마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컬렉션을 통해 현대인이 필요한 양보다 너무 많은 옷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의 방향성도 미니멀리즘과는 상반되게 흘러갔다.

그간 인터뷰와 컬렉션을 통해 해외에 거주하는 이방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제노포비아(이방인 혐오 현상)에 관한 생각을 자주 표현해왔다. 특별한 계기가 있나? 자라는동안 항상 소수집단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정체성에 관한 생각이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했다. 해외에서 소수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고된 일이고, 그런 경험이 나를 이런 주제로 이끌었다. 덕분에 문화의 다양성이 더불어 살아가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봄 시즌에 공개한 ‘제노마니아(Xenomania)’ 컬렉션 역시 이러한 생각과 관련이 있나? 맞다. 제노마니아 컬렉션은 뿌리가 되는 문화를 포용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이방인으로서의 나에 관한 이야기다. 갓과 비슷한 형태의 모자, 한복을 연상시키는 옷처럼 한국 문화에서 영감 받은 다양한 아이템을 사용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내가 속한 사회의 문화를 강조하며, 뉴욕에 소개하고 싶었다.

디자이너로서 가장 보람되고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인가? 아디다스와 함께 런던 패션위크에서 협업 프로젝트를 선보였을 때다. 공간은 거대했고, 재능 넘치는 사람들이 힘을 보태주었으며, 한자리에 모여 한국 음식과 음료를 나눠먹은 것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 모든 일이 오로지 내 컬렉션을 위해 준비됐다는 사실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행복했다. 아, 동경하는 아티스트 비욘세가 나의 컬렉션을 입고 인스타그램에 포스팅 했을 때도 비슷한 기분이었다.

패션 디자인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다고 들었다.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나? 언젠가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해보고 싶다.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전통 복식과 공예품에 관해 공부하는 걸 좋아한다. 미얀마의 자수부터 스위스의 수제 레이스, 모로코의 가죽 무두 기술, 나이지리아의 직조 기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권의 전통이 어떻게 기념되고 보존되는지 그 과정을 기록하고 싶다. 요리가 아닌 패션계의 안소니 부르댕을 꿈꾼달까.

마지막으로, 지원 최의 궁극적으로 표현하고 싶은 가치는 무엇인가? 여전히 여러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이 세상에서 문화의 차이야말로 개개인을 아름답고 흥미롭게 만든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고, 패션이 단순히 옷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증명하고 싶다.

 

신진디자이너 패션디자이너

디자이너 이지은

YUJI

먼저 브랜드에 대해 소개해주기 바란다. 유지는 ‘아트 & 컨템퍼러리’라는 컨셉트를 추구하며, 현대적인 분위기와 클래식한 분위기가 공존하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

바리스타에서 출발해 슈즈 디자이너로, 또 레디투웨어 디자이너로 영역을 확장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가로수길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취미로 옷과 신발을 만들던 중 베로니카 포 런던이라는 브랜드의 제안을 받아 일하게 됐다. 회사에서 슈즈 드로잉, 기획, 디자인을 전문적으로 배운 후 유지를 론칭했는데, 처음에는 신발 위주로 브랜드를 전개했지만 룩 북 촬영을 위해 신발에 어울리는 옷을 구상한 게 반응이 좋아 레디투웨어까지 제작하게 됐다.

좋은 품질과 좋은 디자인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품질이다. 제아무리 좋은 디자인이라 해도 기본을 중요시하지 않으면 금방 무너지고 만다. 한 번 신고 넣어 두는 신발이 아닌, 시간이 흘러도 편하게 찾게 되는 신발을 만들기 위해서는 품질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저렴하지 않은 가격에도 유지가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가 뭘까? 품질에 타협하지 않고, 내피까지 이탈리아산 가죽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디테일까지 진심을 다해 만들어 고객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브랜드의 색이 워낙 확고하다 보니 디자이너의 평소 스타일에도 관심이 간다. 확실하게 멋을 내거나, 확실하게 멋을 내지 않거나 하는 편이다. 여행지에서는 시스루 톱과 가죽 팬츠를 입고 그 위에 바지를 덧입는 등 평소 도전하기 어려운 스타일을 즐긴다. 반면 한국에 돌아오면 소재가 좋고 편안한 톱에 청바지를 즐겨 입는다.

평소 예술을 좋아한다고 들었다. 관심 있는 작가는 누구인가? 가구 디자이너인 아일린 그레이. 그녀의 작품 중 몇 가지는 너무나 좋아해 독일에서 직접 사왔을 정도다. 과하지 않고, 시간이 흐를수록 빛을 발하는 점이 마음에 든다.

유지를 예술 장르로 표현하자면? 강렬한 색과 미니멀한 구성을 갖춘 마크 로스코의 작품에 빗댈 수 있을 것 같다. 극도로 절제된 그림에 자유로움이 공존하는 게 유지와 닮지 않았나 싶다.

디자이너로서 언제 가장 뿌듯한가? 길을 가다 유지의 신발을 신은 사람을 봤을 때. 보람차고 가슴이 뛰었다.

마지막으로, 유지를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는? 해외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데, 서두르지 않고 한 단계씩 발전해 한국에도 이런 브랜드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