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패션위크 러시아

4대 패션위크가 끝나고 2020 S/S 서울 패션위크가 열리던 그때, 지구 반대편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도 패션위크가 열렸다. 미지의 세계였던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패션위크라니!

러시아 패션이라 하면 자연스럽게 ‘은하철도 999’ 메텔의 의상이 떠오른다. 잘록한 허리선이 들어간 롱코트와 윤기가 흐르는 털모자. 그러나 몇 년 전부터 러시아 패션계를 떠오르게 만든 브랜드, 베트멍과 고샤루브친스키가 있었다. 두 브랜드 모두 구소련의 90년대 유스컬처에서 영감을 얻어 기존의 틀을 거부했다. 바닥까지 닿는 긴 소매와 비정상적으로 큰 재킷, 다른 브랜드의 로고 활용과 그림 같은 러시아어가 쓰여진 스웻셔츠. 1990년대 포스트 소비에트 시절 문화가 격동하고 혼란스러웠던 청춘들의 반항과 비주류문화를 새로운 패션 문화로 창조했다.

두 브랜드 외에도 러시아 패션계는 생각보다 다양했고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메르세데스 벤츠 러시아 패션위크에 초대받아 그곳에서 만난 주목할 만한 순간들!

충격적인 퍼포먼스 패션쇼

패션위크의 마지막은 티그란 아베티샤(Tigran Avetisya)의 프레젠테이션으로 장식했다. 보통의 패션 쇼와는 다른 퍼포먼스 형식으로 쇼를 선보이는 그는 의류를 하나의 제품으로 인식하고 마케팅의 언어로 사용한다. 이번 퍼포먼스에서도 그의 작품들은 컨셉츄얼했다. 의상을 입은 모델은 없고  얼핏 보면 사람의 모형 같은 애매모한 하얀 조각품이 런웨이에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다 컬러풀한 페인트를 천천히 들이부었다. 쇼를 감상하던 사람들도 밖에서 스크린으로 지켜보던 사람들도 모두 웅성 되기 시작했다. 그의 의도는 이랬다. 런웨이에 세워진 조각품은 ‘모델’이었고, 천천히 떨어지고 있는 컬러풀한 페인트는 ‘옷’이었다. 퍼포먼스가 끝난 후 쇼를 보던 모든 이들이 런웨이로 들어와 굳어진 페인트를 촬영했다. 난생 처음 보는 패션쇼에 충격이 가시지 않았지만 굉장히 철학적이었고 예술적인 쇼였다.

신선한 브랜드들의 향연, 팝업스토어

러시아 패션위크가 열리고 있는 마네지 중앙 전시장 아래층에서는 다양한 러시아패션 브랜드들이 참가한 팝업스토어가 열렸다. 메르세데스 벤츠 러시아 패션위크에서는 자국의 패션 브랜드들을 홍보하고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매시즌 팝업스토어를 오픈한다. 약 70여개의 브랜드가 참여해 다양한 스타일의 의류와 액세서리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일러스트를 활용하여 하나의 예술작품 같은 제품들을 선보이는 오노마(ONOMA)와 리아나J(LiANAJ)가 눈에 띄었다. 뿐만 아니라 지퍼를 활용한 변형 가능한 옷, 가죽과 같은 소재를 다양하게 변주해 만든 액세서리와 같이 실험적인 패션 브랜드들이 많이 보였다. 팝업 스토어에서는 신선한 패션 바람이 불었다.

컬러풀 스트리트 패션

유니크한 패션 브랜드들을 많이 볼 수 있었던 러시아 패션위크는 쇼장 밖, 스트리트 패션도 한몫 했다. 패션 모델, 패션 블로거, 러시아의 셀러브리티, 다양한 나라에서 취재 온 기자들까지. 2020 S/S 러시아 패션위크를 즐기러 온 이들의 스타일은 다양했다. 화려한 패턴과 컬러 매치, 클래식과 트렌디한 아이템의 믹스매치가 키 포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