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작심삼일로 끝나는 운동을 최대한 오래 하기 위해 새 운동복과 요가 매트를 마련했다. 그것도 아주 비싼 제품으로. 운동복은 가성비 높은 것이 제일이라는 생각을 고쳐먹고 하우스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한 소감은? 새 옷이 아까워서라도 자발적으로 운동을 하게 되었고, 디자인이 무난해 평상시에도 충분히 입을 수 있으니 꽤 유익한 소비라고 스스로 만족하고 있다. 최근 주변에서 하우스 브랜드의 스포츠용품을 구매하는 사람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경험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면서 애슬레저 룩이 트렌드로 급부상했고, 스포츠와 여가의 경계를 허물어 일상에서도 입을 수 있는 다기능 제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는 영향을 받은 것이다.

하우스 브랜드가 스포츠용품을 출시한 것이 사실 처음은 아니다. 몽클레르는 1970년대부터 줄곧 스키어를 위한 제품을 만들어왔고, 승마와 에르메스, 테니스와 라코스테의 관계는 말하지 않아도 어지간히 알만큼 널리 알려져 있다. 이들은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계승하기 위해 스포츠용품을 계속 업그레이드하며 출시해왔고, 스포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매출도 상승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러한 브랜드 외에도 스포츠용품과 거리가 멀었던 하우스 브랜드가 젊은 세대를 소비층으로 흡수하기 위해, 또 라이프스타일을 신경 쓰는 소비 심리를 겨냥해 스포츠용품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그 예로 샤넬은 지난해부터 겨울 시즌마다 ‘코코 네쥬’라는 이름으로 스키용품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고 펜디 역시 스키 웨어를 출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생 로랑이 스포츠 브랜드 윌슨과 콜라보레이션해 제작한 테니스용품이 불티나게 팔렸고, 루이 비통의 컬러풀한 스포츠용품 역시 스포츠 마니아들의 소유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같은 맥락으로 스포츠업계에서 먼저 패션 브랜드에 협업을 제안하기도 한다. 나이키는 버질 아블로, 오프화이트, 킴 존스 등과 손잡고 새로운 마케팅 방향을 모색한 성공 사례로 평가받았다. 요가복 브랜드 룰루레몬이 최근 디자이너 록산다 일린칙과 기획한 캡슐 컬렉션은 스포츠와 스트리트 웨어를 아우르는 디자인으로 출시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러한 현상은 소비자의 초점이 단순한 소유와 소비에서 여행, 건강한 삶으로 옮겨 갔다는 신호다. 이제 하이패션이 선망의 대상이 아니라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 깊숙이 자리 잡게 됐다는 긍정적인 신호이기도 하다. 이 모든 소비자의 심리나 마케팅 전략 같은 이유를 떠나서 당장이라도 갖고 싶을 만큼 멋진 디자인과 기능을 두루 갖췄으니, 하우스 브랜드의 스포츠용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스포츠 패션

1 겨울 시즌마다 출시하는 코코 네쥬 컬렉션. 2,3 펜디에서 출시한 스키복과 스키용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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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 로랑과 윌슨의 콜라보레이션 제품. 5,8 에르메스에서 선보이는 승마용품 6 나이키와 버질 아블로의 콜라보레이션 루이 비통 로고를 장식한 공과 네트 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