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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에게는 요즘 꽤 심각한 고민이 하나 있다. 그녀와 남자친구는 섹스 만족도가 꽤 높고, 신체적 조건이나 타이밍도 잘 맞는 편이다. 그런데 문제는, 가끔 그가 페니스에 힘이 없거나 예상보다 일찍 사정할 때면 매번 고개를 푹 숙이고 세상이 끝난 듯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한다는 것이다. “침대에서 사과하는 남자친구를 볼 때마다 답답해 미치겠어. 가끔은 뜻대로 안 될 때도 있는 거잖아. 난 정말 이해할 수 있어. 그래서 괜찮다며 달래도 보고, 내가 올라타서 리드도 해봤는데 안 통해. 걘 그냥 한번 그러면 아예 그날은 움츠러들어. 내가 조금만 불편해하거나 자세 좀 바꿔보라고 요구하면 바로 풀이 죽어. 내가 혼내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남자들은 대개 ‘잘 서지 않는 것’과 ‘일찍 사정하는 것’에 대해 큰 부담을 느낀다. 종종 발기가 잘 안 되거나 타이밍 조절에 실패하는 걸 여자들은 그렇게까지 개의치 않는데도 말이다(물론 아주 중요한 기념일에나 여행지에서 그런 경우라면 좀 아쉽다). K의 남자친구의 페니스가 일단 고개를 숙이면 다시 일어서지 못하는 건 바로 그런 심리적인 불안감 때문인 것 같다. 다른 여자에게 자존심을 크게 다친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은 걸 수도 있고.

섹스는 경쟁이 아니다. 누가 더 잘하고 못하고는 없고, 늘 남자의 페니스가 꼿꼿해야만 완벽한 섹스가 가능한 것도 아니다. K의 남자친구처럼 자신감이 부족하거나 너무 긴장해서 조절을 어려워한다면 온전히 야한 분위기에 푹 빠져 잡념이 싹 달아나버리도록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이를테면 느긋하게 페니스를 자극해주며 ‘오늘은 내가 해보고 싶어’라고 속삭이거나 천천히 온몸을 마사지하듯 어루만지며 긴장을 풀어주는 등의 노력을 해보는 거다.

꽤 괜찮은 해결 방법을 찾아낸 M 커플의 이야기도 있다. M은 남자친구와 3개월쯤 연애하고 나서 그와의 섹스 라이프를 다시 설계하기로 결심했다. 이유는 전반전과 후반전의 스코어 격차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애무 테크닉이 엄청나. 여기저기 내 몸을 콕콕 짚어주는데, 그게 양궁으로 치면 정확히 과녁 정가운데 명중시키는 느낌이랄까? 근데 있지, 결정적으로 삽입 체위가 잘 안 돼. 일단 시작하고 자세를 바꿀라치면 금세 페니스가 다시 물렁한 상태로 돌아가. 나는 막 달아올라서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은데, 이미 쪼그라들어버린 거지. 심지어 아예 삽입이 안 된 날도 있었다니까.” M은 고민 끝에 남자친구에게 모든 걸 털어놨고, 똑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고백한 그와 함께 진지하게 의논했다. 마침내 둘은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해냈다. 남자들은 종종 섹스를 하다가 정신이 흐트러지면 갑자기 페니스에 힘이 빠져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M의 남자친구에게는 이러한 현상이 훨씬 자주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의 페니스가 체위를 바꾸는 그 찰나의 순간조차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낸 둘은 자신들만의 섹스 패턴을 계획했다. 전희의 시간과 강도는 최대한 높이고, 삽입 체위는 가장 무난한 정상위를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하며, 아주 특별한 날엔 섹스토이의 도움을 받는다는 결론이다. M 커플은 2년 반째 뜨거운 연애 중이다.

반면 도저히 답이 안 나오는 경우도 있다. ‘오늘 밤엔 한숨도 못 잘 줄 알아. 내가 가만히 안 내버려둘 거니까.’, ‘나 오늘 계속 불끈거리는데 이따 저녁에 꼭 만나자.’ 더 읊어보라면 끝도 없지만 이쯤 해두겠다. 이는 모두 L이 6개월째 만나고 있는 남자친구가 한 말이다. 그는 마치 자기가 무슨 섹스의 화신이라도 되는 양 매일같이 무시무시한 선전포고를 해댄다. 그가 내뱉은 말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았겠나. 안타깝게도 요즘 L의 고민은 바로 남자친구의 언행불일치다. ‘오늘은 속옷 입지 말고 와, 바로 하고 싶으니까’ 했던 날은 페니스가 흐느적거려 삽입을 기다리다 밤을 꼴딱 샐 뻔했고, ‘색다르게 벽에 기대서 해보자’ 했던 밤에는 뭐 하나 제대로 진행되는 거 없이 한 시간 넘게 벽에 붙어 꼼지락거렸다. L의 남자친구는 그럴 때마다 ‘오늘 따라 왜 이러지, 요즘 회사 일에 신경을 많이 써서 그런가?’, ‘원래 안 이런데 왜 이러지, 술이 좀 과했나?’라며 갸우뚱한다. L은 그놈의 ‘오늘 따라 왜 이러지’가 너무 지겹다. “솔직히 한번 말해볼까? 대놓고 말하면 자존심 상하겠지?”

L의 남자친구가 속으로는 문제를 알면서 괜한 자격지심에 큰소리라도 쳐보자 한 걸 수도 있다. 정말 그런 거라면 그에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자꾸 발기부전 증상을 모른 체하면서 본인의 문제를 합리화하려는 식의 핑계는 이제 그만두고, L과 한 번이라도 툭 터놓고 ‘우리 섹스는 문제가 좀 있다, 찬찬히 해결 방법을 생각해보자’는 식의 대화를 나눠야 한다. 엄청날 것처럼 말을 내뱉어놓고 매번 고개 숙이는 그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L, 둘 다 찜찜하긴 마찬가지일 거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는데도 남자친구의 페니스가 심각한 수준으로 서지 않는다거나 그가 매번 사정하는 타이밍을 조절하지 못할 때, 또는 반대로 남자친구의 애무에 전혀 흥분되지 않아 당황스러운 경우에는 발기부전, 조루, 그리고 불감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그럴 땐 망설이지 말고 의학의 도움을 받으라. 설마설마하며 방심하는 사이 그와의 연애마저 어긋날 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