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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고차 월든>은 빚을 지지 않기 위해 듀크대학교 주차장의 구닥다리 봉고차에서 생활하며 대학원을 졸업한 켄 일구나스의 이야기다. 3만2천 달러에 이르는 학자금을 갚기 위해 트럭 휴게소 청소, 여행 가이드, MRI 임상실험 피실험자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악착같이 돈을 벌었고, 대학원에 진학해서는 빚을 지지 않기 위해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월든 호숫가의 통나무집에서 2년 넘게 살았던 것처럼 봉고차를 집 삼아 살며 무사히 졸업했다. 지금은 어느 국립공원에서 자연을 지키며 두 번째 책을 쓰고 있는 켄 일구나스가 알래스카에서 인터뷰 답변을 보내왔다.

당신은 성공이 뭐라고 생각하나? 20대 초반에는 빚을 갚는 것과 야생에서 사는 것이 인생의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 그 두 가지를 이룬 후에는 책을 쓰고 싶었다. 그러고 보면 항상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인생을 살아왔던 것 같다. 나는 내 인생을 성공과 실패로 나눠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보다는 나 자신과 나의 바람 그리고 뭔가에 대한 두려움이 얼마나 잘 조화를 이루느냐인 것 같다. 그리고 인생을 살아갈 때 ‘미래의 자신’을 위해 계획하는 게 아니라 현재 당신이 뭘 필요로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성공을 위해 사는 것보다는 열정적으로 살아야 한다. 성공을 위한 삶은 연봉이 높은 직업을 구하고 비싼 차를 모는 것처럼 사회의 기준에 나를 맞춰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정대로 산다면 자신을 위한 인생을 사는 거다.

돈이 행복한 삶을 만들어줄 수 있을까? 돈은 행복과는 상관이 없다. 다만 음식을 먹거나 안전한 거처를 마련하거나 건강을 유지하는 것처럼 아주 기본적인 수준을 만족시킬 따름이다. 돈을 버는 게 인생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지금 내가 몰고 다니는 차는 한쪽이 굉장히 찌그러져 있다. 하지만 상관없다. 나는 여전히 집이 없다. 그래도 괜찮다. 엄청나게 돈이 많은 건 아니지만 나는 빚도 없고 재정적으로 독립해 있으니까 말이다.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알래스카로 떠났다. 왜 하필 알래스카였나?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내가 경험하지 못한 자연과 야생의 세계를 갈망해왔다. 나는 뉴욕 주의 공해가 가득한 도시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래서 항상 시끄러운 도로와 교통 체증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도시가 지나치게 인위적이고 ‘틀린’ 곳이라면,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은 진짜 우리가 살아야 할 세상이고 ‘옳은’ 곳이다. 내가 자연 속에서 산다면 뭔가 아주 중요한 걸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밤마다 그런 생각을 했고, 스물두 살이 되던 해 알래스카로 떠나며 내 인생이 바뀌었다.

월급을 받고 의료보험료를 내며 살아가는 안정적인 삶 대신 자유로운 삶을 계속 유지할 건가? 요즘 국립공원에서 일하고 있다. 일하지 않는 동안에는 책을 쓰거나 잡지에 글을 기고한다. 얼마 전부터는 의료보험료도 낸다. 비록 비정규직에 히치하이킹으로 여행을 하고 야생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자유롭다. 나는 내가 원할 때면 언제든지 내 주변 환경을 바꿀 수 있는 위대한 특권을 가지고 있다. 진짜 자유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지금 어디에서 인터뷰 답변을 보내는 건가? 알래스카의 베틀스(Bettles)라는 작은 마을에 있다. 그곳에 있는 아틱 국립공원(Artic National Park)의 공원 관리자로 일하고 있다. 알래스카의 자연을 지키기 위해 카누와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닌다. 그리고 내 두 번째 책인 <미국 횡단하기(Trespassing across America)>를 쓰고 있다. 1천7백 마일에 달하는 거리를 하이킹하며 북미 대륙을 횡단했는데 캐나다와 미국을 잇는 송유관인 키스톤 엑스엘(Keystone XL)을 따라 여행했다. 내년 4월쯤 미국에서 출판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