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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의 상사를 탐하지 말라

부서에 꼭 정치적인 사람이 한 명씩 있다. 선배가 정치적이면 먹고 사느라 그러려니 하는데 후배가 정치적이면 진짜 얄밉다. 그런데 내 후배는 정치적이라기보다는 되바라졌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인 것 같다. 그 후배는 바로 위 선배인 나를 딱 무시하고 뭐든지 내 상사에게 물어봤다. 처음에는 어린 막내가 이것저것 물어봐서 귀여웠는지 친절하게 대하던 상사가 어느 날인가는 슬며시 나를 불러 물어봤다. 쟤는 도대체 왜 물품 신청하는 것까지 내게 물어보는 거냐고. 그래, 상사란 분명 외로운 사람들이다. 사소하지만 따뜻한 말 한마디는 상사의 마음을 연다. 그것도 정도껏 해야 한다. 선배의 상사를 탐하는 건 선배를 잃겠다는 것과 같다. L, 대기업 마케팅팀

회식을 대하는 신입사원의 태도

남초 회사에 입사한 탓에 지난해 연말과 연초에는 술자리가 집중 포진해 있었다. 업무 스트레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건 이 술자리였다. 그리고 막내는 당연히 술자리의 좋은 안줏거리가 된다. 선배들과 술잔을 부딪힐 때마다 원샷은 기본이고 회식의 끝은 늘 노래방이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입사한 내 동기 중에는 졸업식 전날의 회식에서 술을 너무 많이마신 나머지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한 이도 있었다. 그런데 하루는 사수인 선배가 나를 불러세운 거다. 그날도 역시나 거나하게 회식을 한 다음 날이었다. 그리고 말했다. ‘너 다음 회식부터는 원샷하지 말아라.’ 그때 깨달았다. 이 선배 옆에만 붙어 있어보자. 회식을 앞둔 날에는 사수 선배를 내가 먼저 살갑게 챙겼다. ‘떡은 사람이 될 수 없지만 사람은 떡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준 음 료도 사서 건네고, 술 마시기 전에 먹으면 좋을 간식도 챙겼다. 그렇게 딱 한 명만 집중 공략했다. 선택과 집중의 기술은 제대로 먹혔다. 사수 선배는 상사가 원샷을 권할 때도 능수능란하게 피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K, IT 회사 영업팀

정답이 결국 정답

선배들이 예뻐하는 막내는 사실 정해져 있다. 그 누구도 막내에게 대단한 보고서나 깜짝 놀랄 만한 프레젠테이션 능력을 기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선배나 상사의 지시에 거침없이 ‘네’라고 대답하면 불안하다. 도대체 알아는 듣고 대답을 하는 건가, 이런 의문이 든다. 마치 경력 5년 차는 되는 것처럼 행동하는 후배는 그 속을 도통 모르겠다. 차라리 이해 못한 내용을 솔직하게 물어보는 후배가 더 믿음직스럽다. 지각하지 않는 성실함은 물론이고 회식 다음 날에도 어김없이 일찌감치 출근하고 회식자리에서 서툴러도 고기도 열심히 굽는 전형적인 그런 후배가 예뻐 보인다. 하긴, 열정도 과하면 독이 된다. 선배들을 위해 야식으로 사온 사과를 깎다 칼에 베어 응급실에서 붕대를 감고 온 후배도 있었다. 그것도 오른손에. 결국 얼마간 그녀의 업무를 선배들이 나눠서 해야 했다. L, 출판사 편집부

장기 자랑은 신입사원의 숙명

막내의 수많은 숙명 중 하나는 이 죽일 놈의 장기 자랑이다. 퇴사하지 않고서는 도무지 피할 수가 없다. 무슨 워크숍이 이리도 많은지, 왜 워크숍마다 막내들의 장기 자랑은 필수 옵션인지, 작년 한 해에만 다섯 번은 무대에 오른 것 같다. 나의 필살기는 차력쇼였다. 여자니까 힘으로 하는 차력은 할 수 없었고 엉덩이로 나무젓가락 부수기, 스타킹 얼굴에 쓰기, 콧바람으로 찌그러진 페트병 불기처럼 딱히 힘이 들진 않지만 선배들로 하여금 ‘요즘 애들, 참 사회생활 힘들겠다’는 동정심을 마구 불러일으키는 장기 자랑을 준비했다. 나라고 처음부터 장기자랑에 적극적으로 임했던 건 아니다. 처음에는 내가 이런 거나 하려고 회사에 들어왔나 싶었는데 어느 날 백수 친구의 말 한마디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나는 그런 거 백 개도 더 보여줄 수 있는데, 보여줄 곳이 없다.” 그리고 또 하나 깨달은 게 있다. 사회 생활에서 가장 쉬운 건 장기 자랑이었다. 웰컴 투 헬 게이트. I, 인터넷 쇼핑몰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