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 장진우와 신부 김지현

오블리크 플라워의 김영신이 제작한 플라워 아치 앞에서 포즈를 취한 신랑 장진우와 신부 김지현.

5월 29일, 한남동 경리단길에서 한바탕 시끌벅적 잔치가 벌어졌다. 장진우 식당, 문오리, 그랑블루, 마틸다, 프랭크 등을 이끄는 일명 ‘장진우 거리’의 골목대장 장진우의 결혼식이 열린 것. 지난봄, TV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 촬영 도중 국수를 만들어 연인에게 깜짝 프러포즈를 한 그는 한 달여를 공들여 결혼식을 직접 준비했다. “

‘맛있는 웨딩’이 컨셉트였어요. 식순보다 음식이 더 중요했죠! 결혼식에 오시는 분들에게 풍성한 음식과 술을 대접하며 모두가 맛있게 즐기는 잔치 같은 분위기가 나길 바랐거든요. 그래서 새로 오픈한 식당 스핀들마켓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결정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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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그는 동네 사람들에게 청첩장 대신 인스타그램에 ‘저와 추억이 있는 모든 분들을 초대합니다’라는 글을 포스팅하고 옷장에서 가장 멋지고 화려한 옷을 입고 오라며 결혼 소식을 알렸다. 그의 말마따나 이 유쾌한 ‘동네 형’을 아는 수 많은 이들이 그렇게 일요일 오후 한자리에 모였다. 가족 친지들과 함께한 1부 예식을 시작으로 모두가 즐거이 먹고 마시고 취한 결혼식은 다음 날 새벽 3시가 되어서야 비로소 끝이 났다. “결혼 준비가 식당 하나 오픈하는 것보다 어려웠어요. 주민 신고로 준비한 축하 공연을 다 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결혼식에 경찰까지 출동했으니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 된 거죠.”

 

VENUE

1부 예식은 가족 친지들과 함께 그의 식당 스핀들마켓 실내에서 오붓하게 올렸다. 장진우가 존경하는 스승이자 특별한 친구로 꼽는 방송인 박상원의 주례로 경건한 분위기에서 치른 식이었다. 반면 야외 주차 공간을 활용한 2부부터 총 4부에 걸쳐 이어진 야외 예식은 절친한 친구와 동료, 직원들이 모두 모여 축배를 든 그야말로 흥겨운 축제였다.

 

FLOWER & CAKE

오블리크 플라워의 플로리스트 김영신은 1부 예식 공간을 위해 커다란 웨딩 플라워 아치를 세웠다. 고광나무, 떡갈나무, 조팝나무, 퀸앤스레이스 등을 중심으로 한 화이트와 그린 톤에 클레마티스 줄기를 전체적으로 얹어 퍼플 컬러를 살짝 더했다. 부케는 화려한 외모의 신부가 의외로 수수한 제철 꽃들을 원해서 신비로운 느낌의 에델바이스로 만들었다.

웨딩 케이크 역시 독특한데 디저트를 만드는 ‘카롱카롱’의 김나연 파티시에와 합작한 것으로, 영화 <그랑블루>를 사랑하는 장진우의 취향을 담아 블루 크림으로 덮인 패션프루츠 맛의 케이크를 만들었고, 여기에 옐로와 오렌지 톤의 골든볼과 달리아 꽃을 장식해 열대 느낌의 3단 케이크를 완성했다.

 

DRESS & SUIT

신부가 1부 예식 때 입은 웨딩드레스에는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경리단길에서 갤러리와 바를 겸하는 ‘프리다’를 운영하는 이국적인 외모의 신부 김지현이 직접 해외 온라인 사이트에서 드레스를 구입했는데, 평소 신랑 장진우와 친분이 있던 이광희 디자이너가 이를 보고 깜짝 놀라 손수 리폼을 자청한 것. “10여 만원을 주고 구입한 저렴한 드레스가 단숨에 쿠튀르 드레스로 재탄생했죠.” 이날 신부는 여기에 차이 김영진의 김영진 디자이너에게 선물 받은 붉은색 한복을 비롯해빈티지 드레스, 제이미앤벨의 주얼리와 헤어피스 등을 다양하게 연출하면서 팔색조 매력을 뽐냈다. 신랑의 수트는 모두 테일러블에서 맞춘 것.

 

테이블

1부 한식 상차림을 위한 테이블

FOOD

‘맛있는 웨딩’을 컨셉트로 한 만큼 하객을 위한 음식에 가장 공을 들였다. 가족, 친지들이 주를 이룬 1부는 한식 위주로 정성 들여 끓인 설렁탕에 제주 돔베고기, 동해 가자미 식해, 포항 문어 숙회 등 그가 좋아하는 전국의 산해진미를 모아 한 상을 차렸다. 2부는 통돼지 바비큐, 파에야 등의 20가지 요리와 5백 병의 와인을 포함한 각종 주류의 파티 메뉴를 그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차려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