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공포

염소자리 친구

신체 절단이나 신체 왜곡 없는 비교적 점잖은 만화다. 열여섯의 나이로 소설가로 데뷔하며 미스터리와 호러 등 장르물을 발표해온 작가 오쓰이치의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주인공 마츠다 유야가 어느 날 살인을 저지르고 돌아오는 동급생이자 왕따던 와카츠키 나오토를 만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집단 괴롭힘에 저항하다 벌어진 일이라 생각한 유야는 지금껏 부당하게 고통받은 나오토를 외면했다는 죄책감에 그를 자신의 집에 숨겨주고, 함께 도쿄로 도피 여행을 떠난다. 이 과정에 크고 작게 깔린 복선이 연결되며 예상치 못한 결말을 맺는다. 작가 특유의 담담하고 건조한 톤과 서정적이면서도 잔인한 정서, 날카로운 심리묘사가 탁월하다. 서울문화사

 

고뇌하는 식인 괴물

도쿄 구울:re 10

설정부터 심상치 않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람을 먹는 괴인 ‘구울’이 사람들 틈에 섞여 살아가는 도쿄. 평범한 대학생 카네키 켄은 사고를 당해 장기 이식을 받고 ‘반구울’이 된다. 그가 자신이 구울이 되어간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면서도 구울을 내쫓으려 하는 인간 조사관과 싸움을 시작한다는 이야기. 수위 높은 잔인한 그림으로 고어 마니아들 사이에서 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섬세한 심리 표현과 치밀한 인물 관계가 더해지며 폭발적 인기를 끄는 중이다. 잔혹한 내용 속에 인간도 구울도 아닌 주인공의 고뇌가 의외의 울림을 준다. 2011년부터 연재를 시작해 총 1천8백만 부가 넘게 팔리며 애니메이션과 연극으로도 만들어졌다. 올해 구보타 마사타카와 시미즈 후미카, 아오이 유우가 주연한 동명의 영화도 개봉한다. 대원씨아이

 


호러 대장정

피안도 60

한번 손에 잡으면 60권에 달하는 호러 대장정을 걸어야 하는 <피안도>의 신작이 나왔다. 흡혈귀와 괴물, 악귀가 모두 등장하는 최상급 고어물이다. 주인공 미야모토 아키라가 행방불명된 형을 찾기 위해 흡혈귀가 사는 피안도에 도착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한번 발을 들이면 살아서는 나갈 수 없는 섬에서 형을 찾고, 피안도에 숨어 사는 인간 저항군을 만나 스케일이 커지면서 이야기도 질주한다. 만화의 인기에 힘입어 영화로도 제작되었으나 <피안도>의 열혈 마니아들도 외면한 망작으로 남았다고. 장편 시리즈를 2시간 안에 담는 게 무리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학산문화사

환상과 섬뜩함이 뒤섞인 스릴러

할로우 시티

랜섬 릭스의 ‘페러그린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 페러그린 시리즈는 팀 버튼이 영화화한 작품이니 특유의 기괴하고 음산한 공포를 기대해도 좋다. 평범한 소년 제이콥이 할아버지의 유언을 따라 폐허가 된 저택을 찾아가며 사건이 시작된다. 할아버지의 옛이야기에 등장하던 투명 인간과 공중에 떠 있는 소녀, 괴력의 소년 등을 차례로 만나는 기묘한 모험담이다. <할로우 시티>에서는 주인공 제이콥이 자신의 능력에 점점 눈을 뜨면서 평범한 소년에서 ‘이상한 아이’로 변해가는 모습이 흥미롭다. 초능력을 지닌 새로운 캐릭터들이 이번 편에서 대거 등장하며 이야기가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애니북스

 

웰컴 투 이토 준지 월드

이토 준지 자선 걸작집

여름밤 잠 못 드는 사람들을 위해 호러 거장 이토 준지가 아주 두꺼운 컬렉션집을 출간했다. 4백 페이지에 가까운 볼륨으로 이토 준지가 엄선한 9편의 단편을 실은 것. 의문의 레코드를 둘러싼 미스터리 <중고레코드>를 시작으로 작가 특유의 기괴함이 가장 잘 드러나는 <목매다는 기구>, 왜곡된 신체가 ‘징그럽게’ 쏟아지는 <오한> 등 이토 준지가 가장 왕성하게 활동한 1990년부터 2003년 사이에 발표한 수작을 연대순으로 만날 수 있다. 단편마다 집필 당시의 기억을 기록한 작가의 해설과 아이디어 노트에서 발췌한 메모와 스케치 등도 담겨 있다. 이토 준지 마니아라면 반드시 소장해야 할 작품. 대원씨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