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긴 대로 논다

그를 만나기 전까지는 몰랐다. 섹스는 늘 너무 아프거나 반대로 무감각했다. 하지만 지금 남자친구와는 다르다. 특별히 서로 깊은 대화를 나누는 것도, 테크닉이 화려한 것도 아닌데 피스톤 운동을 할 때 어찌 그리 내가 느끼는 부분을 콕 짚어 자극하는 지 신기하다. 더 큰 남자, 더 긴 남자, 더 작거나 짧은 남자도 만나보았다. 하지만 그의 페니스에는 형언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나는 늘 연애에 있어 외모는 중요하지 않다고 믿어왔는데 그를 만나고 나니 어쩌면 섹스는 생긴 게 8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J_디자이너(28세)

PT는 사랑입니다

과거 우리의 섹스는 무난했다. 일주일에 한 번, 전희부터 그의 사정까지 20분, 오르가슴 한 번. 수치로 보나 내용으로 보나 크게 불만은 없었다. 그런 남자친구와 나의 밤을 ‘힙’하게 만든 건 바로 같은 동네에 사는 그와 나의 집 근처에 새로 생긴 헬스장에서 내건 오픈 이벤트였다. PT 10회에 40만원, 파격적인 가격에 이끌려 난생 처음 개인 트레이너를 가지게 된 우리는 전에 없이 웨이트 트레이닝에 빠져들었다. 엉덩이가 올라붙고 11자 복근이 희미하게나마 자리를 잡는 동안, 우리의 섹스는 눈에 띄게 길어지고 과감해졌으며 나는 난생 처음 멀티 오르가슴을 경험했다. OO헬스 잠실점 김 팀님께 이 모든 영광을 돌립니다. K_회사원(27세)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와 나는 학구파다. 특히 섹스에 있어서 그렇다. 잡지에서 간혹 부록으로 주는 체위 모음이라던가 테크닉 리스트는 챙겨뒀다가 꼭 다 따라해 보고, 매주 한 번 정도는 이 주의 성생활이 어땠는지 서로 브리핑을 하는 성찰의 시간을 가진다. 한 달에 한 번은 서로 돌아가면서 숙제를 내 주는데, 야한 코스튬을 준비하라거나 국내에는 없는 섹스 토이를 구해 오라거나 새로운 역할극을 생각해 보라거나 하는 식이다. 이 모든 게 우리에겐 일종의 취미 생활과도 같다. 솔직히 그와의 첫날 밤은 별로 인상적이지 않았다. 우린 서로의 몸도, 욕망도 잘 몰랐다. 하지만 연애 5년 차에 들어선 우리의 섹스 라이프는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속궁합은 맞춰질 수 있다. P_자영업자(32세)

로맨스가 중요해

사귄 지 1년 정도 된 그는 세상 둘도 없는 로맨틱 가이다. 자기 오늘 분위기가 정말 시적이라고 생판 들어본 적 없는 칭찬을 하는 가 하면, 크리스마스 선물과 카드를 굳이 우편으로 부치는 등 사소한 서프라이즈를 좋아하는 게 어쩔 때는 데이트 학원을 다니나 싶기도 하다. 가끔은 어디서 배운 것 같은 그런 자상함이 오글거리기도 하지만, 섹스를 할 때도 일관되게 낭만적인 그의 언행 덕분에 우리의 밤은 언제나 깊고 충만하다. 키스와 애무가 오가는 와중에 그가 뜨거운 시선으로 나의 몸을 찬양하는 말을 할 때면 전기가 통하듯 찌릿한 감정이 든다. 로맨스와 에로스는 일맥 상통한다는 걸 그를 만나면서 깨달았다. M_일러스트레이터(30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