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필요한 기쁨

불필요상점

‘불필요상점’에는 컨셉트가 명확히 다른 두 개의 방이 존재한다. 한쪽은 앤티크 룸이고 다른 한쪽은 컬러풀한 레트로 스타일이다. 황동 제품이 많은 고풍스러운 앤티크 룸에는 어디에서 생산해 어떤 도시를 거쳐 이곳에 왔는지 알 수 없는 신원 불명의 아름다운 물건들이 가득하다. “생활에는 불필요하지만 삶에 필요한 것들이 있잖아요. 딱 1백 일 동안만 한시적으로 생산한 노먼 록웰의 그릇과 실 꿰는 남자가 그려진 마이센의 도자기는 설렘과 기쁨을 줘요.” 바깥쪽 레트로 스타일 방에는 업사이클링에 재미를 붙인 이곳의 대표가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물건에 새로운 쓸모를 부여한 제품이 진열돼 있는데 그중 하나가 고장난 믹서와 오래된 도르래에 알전구를 엮어 완성한 조명이다. “가져오고 싶은 물건은 여전히 많은데 집에 쌓아놓자니 더 이상 놓을 데가 없더라고요. 물욕 넘치는 맥시멀 라이프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이제는 사고팔면서 대리 만족합니다.” @6feetunderseoul

주소 서울시 용산구 녹사평대로46길 16-5
영업시간 11:00~20:00, 월요일 휴업

 

 

나름의 방식으로

그들 각자의 주택

풀이 무성하게 자란 공터를 마당으로 삼은 연희동의 한 주택에는 ‘서울 콜렉터’의 쇼룸이자 대여 공간인 ‘그들 각자의 주택’이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근대에 생산된 생활용품을 수집하던 두 친구는 자신들을 ‘서울 콜렉터’라 이름 붙이고 수집품들을 본격적으로 내놓았다. “수집하고 기록하는 데 흥미를 느낄 뿐 진열장에 고이 모셔두고 애지중지하지 않아요. 생활 속에 녹아 있는 물건을 각자의 방법으로 사용하는 데 의미를 두죠.” 두 사람은 취향이 서로 다르지만, 시대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판단되는 물건 앞에서는 마음이 통한다. 그리고 그들의 공간 그들 각자의 주택에서 그 교집합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서양 문화가 유입되던 시절 만들어진 강렬한 패턴의 그릇부터 세이코사의 대리석 시계, 1990년대에 생산된 옥색 문고리까지 진열장 곳곳에서 매혹적인 동양의 빛이 묘하게 녹아든 서양의 미감을 발견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서울 콜렉터의 기존 라인과 함께 시즌마다 다른 나라의 컬렉션을 선보이는데, 이번 행선지는 네팔이다. 네팔 각지를 꼼꼼히 조사하기도, 무작정 걷기도 하면서 황동 잔과 향꽂이, 트레이 등 보물 같은 물건들을 모았다. 네팔 컬렉션에 맞춰 꾸민 새로운 룸도 대여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전에 예약하면 영화 <커피와 담배>를 감상하며 네팔산 히말라야 커피와 물담배를 즐길 수 있다. @seoul_collector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로 5 길 54-24
영업시간 목~일요일 13:00~20:00

 

 

여행 속의 시간

오데옹 상점

고즈넉한 연희동의 한 골목에 자리한 빈티지 상점 ‘오데옹’. 커튼으로 가려진 창 옆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유럽의 가정집이 연상되는 풍경이 펼쳐진다. 낡은 의자와 수납장이 본래 제자리인 듯 놓여 진귀한 물건들을 품고 있다. 이 곳의 대표는 여행지에서 얻은 영감을 불어넣기 위해 매번 공간을 새롭게 구성하며, 여행하고 공간을 재정비하느라 길게는 20일 가까이 문을 닫기도 한다. 최근엔 프랑스 파리와 앙부아즈를 여행하며 새롭게 들여온 소품으로 공간을 채웠다. 1920~30년대 유럽 문화를 좋아한다는 그녀는 80년은 족히 돼 보이는 엽서와 요즘은 보기 드문 화려한 장식의 페이퍼 나이프, 펭귄 북스의 오리지널 버전 등 고전 양식이 깃든 소품들을 모은다. 그렇다고 무조건 오래되고 아름답다는 이유만으로 들여오지는 않는다. 우리가 예쁘기만 한 사람과 사랑에 빠지지 않듯 보는 순간 좋은 느낌이 드는 물건이 선택의 첫째 기준이다. “상처 나거나 부러진 것을 더 좋아해요. 누군가에게 버려진 물건을 곁에 두면 나와 내 공간을 수호해준다고 믿거든요. 내가 그것들을 구해준 거니까요.” 오랜 시간을 지나온 물건들은 그녀에겐 하나하나 사연이 있고 살아 숨 쉬는 존재다. “오데옹에서는 여행지에서 보낸 시간을 되새길 수 있어요. 그 덕에 매일 살아갈 힘을 얻죠. 이곳에 찾아오는 분들도 그 기분을 함께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 @odeongshop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로 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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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010-8259-77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