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위빙의 품격

요한나 글릭센

텍스타일 크래프트 & 디자인

폭포수처럼 늘어뜨려져 있는 패브릭의 문양이 정갈하다. 안쪽으로 길게 이어진 공간에는 올해 20주년을 맞이한 ‘노르망디(Normandie)’ 패브릭이 바다 물결처럼 흔들린다. 섬유 예술가 요한나 글릭센이 디자인한 직물은 러그, 쿠션, 가방, 파우치, 테이블웨어 등 일상의 소품이 되어 핀란드뿐 아니라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중. 직조를 즐기고 디자인의 가르침을 주던 할머니의 영향도 있지만, 천연 소재에 대한 탐구와 편안한 색상, 단순하지만 정교한 직조를 고집하면서 기술적 고민을 멈추지 않는 글릭센의 열정이 한 땀 한 땀 스며 있다. 올해 5월 알바 알토 스툴의 동그란 받침대로 제작해 헬싱키 아르텍에서 20주년 기념 전시를 연 새로운 노르망디 컬렉션도 만날 수 있다. 1980년대 말 글릭센이 처음 작업한 사보이 레스토랑의 리넨 식탁보도 여전히 같은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으니 그녀가 헬싱키 섬유 디자인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 바쁜 와중에도 숍을 지키는 그녀의 설명을 들으며 다채로운 라인을 살펴보자. 무엇보다 글릭센은 소파 위에 그녀의 패브릭을 얹기만 해도 북유럽 가정집으로 탈바꿈할 것이라 조언한다.

주소 Fredrikinkatu 18, 00120 Helsinki
웹사이트 johannagullichsen.com

 

 

아트 프린트의 총집합

페이퍼숍

길고 긴 겨울과 혹독한 날씨를 견뎌야 하는 헬싱키 사람들에게 쉼터인 집을 꾸미고, 아끼는 친구들을 초대해 환대하는 일은 무척 중요해 보인다. 그들은 손으로 쓴 엽서를 모으거나 친구들을 저녁 식사에 초대하는 소소한 행위를 일상의 큰 즐거움으로 여기는데, ‘페이퍼숍’은 그러한 취향을 충족시킨다. 자매가 함께 소규모 가게로 시작해 헬싱키 대표적인 페이퍼워크 숍으로 성장한 경우로 헬싱키 출신 작가의 작품을 중심으로 유럽과 미국의 제품을 함께 판매하며, 포옹으로 인사하는 단골들의 방문이 이어진다. 생활용품이나 동물, 꽃과 식물 등을 소재로 한 그림엽서, 달력, 노트, 포장지와 아트 프린트 등에서는 자연과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페이퍼숍에서 운영하는 프린트 스튜디오에서 청첩장이나 기념 카드 등 원하는 그림과 문구를 넣은 나만의 페이퍼워크를 의뢰할 수도 있다. “내 아들 친구 엄마가 그린 엽서 그림이에요.” 플라워 프린트 노트북을 들여다보는 기자에게 말을 건네는 한 손님의 말투에 흐뭇함이 묻어난다. 사랑스러운 그림 앞에서 지갑을 열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고.

주소 Fredrikinkatu 18, 00120 Helsinki
웹사이트 papershop.fi

 

 

핀란드 패션의 취향

리케

‘리케’에서 만난 컬렉션은 현재 헬싱키 패션을 이끄는 새로운 디자인을 감지하게 한다. 남성복 브랜드 ‘프렌(FRENN)’의 공동 창업자이자 디자이너인 안티 라이티넨(Antti Laitinen)과 야르코 칼리오(Jarkko Kallio)가 이끄는 셀렉트 숍으로 프렌을 비롯해 더스티(Dusty), 야나 학실루오토(jaanahaaksiluoto), 마리타 후리나이넨(Marita Huurinainen) 등 총 7개의 로컬 디자이너 컬렉션을 선별해 선보인다. 공통점이라면 윤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 대부분의 재료를 헬싱키에서 조달하고 헬싱키나 에스토니아의 소규모 공장에서 수공업으로 제작한다. 불필요한 가공을 하지 않고 현지의 좋은 재료를 친환경적으로 사용하려는 정직한 마음이 리케를 핀란드 패션의 중심으로 이끌었으리라. ‘헬싱키 남자의 라인’이라 불리는 프렌은 올해 9월 핀란드 디자인 페어인 하비타레(Habitare)에서 올해의 디자인 상(2017 Design Deed of The Year Award)을 받기도 했다. 캐주얼하면서도 고급스럽고 정갈한 재봉 라인을 보면 내 남자에게 당장 입히고 싶다. 자작나무 굽 디자인으로 한국에도 유명한 마리타 후리나이넨의 곡선이 아름다운 슈즈도 한참 들여다보게 된다.

주소 Fredrikinakatu 24, Helsinki
웹사이트 liike-shop.com

 

 

헬싱키에서 물을 즐기는 방법

알라스 시 풀

호수의 나라 핀란드는 물과 불가분의 관계임이 분명하다. 얼음 수영 클럽이 사교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육지보다 물이 더 많은 레이크랜드 지역의 수변 마을에는 오두막에서 사우나 연기가 종일 뿜어져 나오니까. 사람들은 전통 사우나와 호수 수영을 반복하며 건강을 챙기고 휴식한다. ‘알라스 시 풀’은 이토록 일상에서 물을 떼어놓을 수 없는 핀란드인을 위한 종합 스포츠센터다. 사우나에서 요가를 하고, 겨울 수영 수업을 듣거나 크로스핏을 한 후 수영장 워크아웃(Cross Train Swim) 등을 즐기는 식인데 2천 7백 명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꽤 크다. 수평선과 맞닿은 야외 시설은 크게 대수영장, 바다 수영장, 어린이 수영장으로 구성되고, 이 중 바다 수영장은 발트해의 바닷물로 채워져 있다. 수영장 온도를 실제 해수와 동일하게 유지해 여름에는 따뜻하게, 겨울에는 차갑게 수영할 수 있도록 했다. 알라스 시 풀에서 헬싱키 사람들과 사우나 사교를 하고 발트해 수영장에서 얼음 수영을 즐기며 진정한 헬싱키 문화를 경험해보아도 좋을 듯하다.

주소 Katajanokanlaituri 2a, 00100 Helsinki
웹사이트 allasseapool.fi

 

 

핀란드 상품 디자인의 역사

이딸라 & 아라비아 디자인 센터

핀란드를 대표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이딸리아와 아라비아의 디자인 역사가 펼쳐지는 공간. 9층에 자리한 아라비아 디자인 박물관은 아라비아와 이딸라의 전설적 디자이너 카이 프랑크(Kaj Franck), 티모 사르파네바(Timo Sarpaneva), 루트 브뤼크(Rut Bryk)가 추구한 브랜드 스토리를 들려준다. 세대는 변했지만 여전히 감각적인 유리 공예와 도자기 빈티지 컬렉션은 특별한 영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라플란드의 얼음이 녹는 형상에 영감을 받아 비르칼라가 디자인한 이딸라의 유리공예 ‘울티마 툴레’나 파도에 숨결을 불어넣은 듯한 알바 알토의 ‘알토 화병’은 핀란드 사람들의 생의 일부가 되어 사랑받는 제품들. 디자인 랩은 젊은 아티스트와 디자이너에게 열린 공간이다. 무료 디자인 전시와 여행자에게도 활짝 열려 있는 워크숍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공간은 2003년 아라비아 미술팀이 설립한 아라비아 미술 부서 모임로 이어진다. 후지우 이시모토(Fujiwo Ishimoto), 헬리애 리우코순츠트룀 (Heljä Liukko-Sundström), 헤이키 오르볼라(Heikki Orvola)의 소속 작가를 두고 아틀리에를 제공하며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것. 정통성을 잃지 않으면서 새롭고 진보적 아이디어를 추구하는 브랜드 철학이 엿보인다. 이딸라와 아라비아 디자인 센터를 둘러보고 나면 두 브랜드의 제품을 총망라해 판매하는 2층 상점을 절대 지나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주소 Hämeentie 135A, 00560 Helsinki
웹사이트 designcentrehelsin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