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가람

정지우 감독의 <4등>에서 홀연히 나타난 자신만만한 소년 광수. 어디에서 튀어나온 보석일까 궁금하던 차에 그는 곧 <시인의 사랑>에서 ‘함부로 아름다운 소년’ 세윤이 되어 섬세한 감정선을 연기해내고 있었다. 하늘하늘한 요즘 배우들 사이에서 눈에 띄게 건장하고 탄탄한 체격, 아직 온전히 다듬어지진 않았지만 좋은 감성이 느껴지는 연기력을 갖춘 그는 요즘 단연 충무로의 블루칩이다. 현재 발표된 2018년 출연작만 세편. <악질경찰>(가제)에서는 영화 초반 등장해 악한 경찰(이선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인물을 연기하며, <독전>에서는 마약 조직의 보스를 잡으려 동분서주하는 형사 무리 중 한 명으로 등장한다. 배우를 향한 주목도가 가장 높을 만한 작품은 <기묘한 가족>. <조용한 가족>의 ‘좀비 버전’을 연상케 하는 이 영화에서 정가람은 평온한 시골 마을을 발칵 뒤집는 쫑비 역으로 출연한다. 정가람은 모르면 안타까운 이름이니 기억해두시라.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래퍼 슬릭

페미니스트 래퍼다. 그는 이렇게 랩을 한 적 있다. “여긴 아직도 기집애 같다는 말을 욕으로 한다면서? (중략) 그게 힙합이라고 하면 나는 오늘부터 힙합 관둠.” 여성 혐오와 성추행, 성폭력에 관한 폭로가 이어지고 여성들의 연대가 확장되는 시대. 역사의 변곡점이 원하는 ‘걸 크러시’란 바로 이런 것이다. 슬릭은 또 이렇게 랩했다. ‘나는 너의 용기야.’ 그 흔한 TV 출연 한번 한 적 없는 그의 팬덤이 커지고 있다. 그의 기사와 음원 밑에 달리는 댓글이 늘어간다. 내용은 이렇다. ‘슬릭은 나의 용기야.’ 임희윤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감독 전고운

세상은 비싸고, 좋아하는 것들은 사라진다. 이 시대를 이보다 더 잘 설명하는 말이 있을까. <소공녀>는 힘겨운 세상을 온몸으로 상대하는 청춘들의 무력함을 담은 영화다. 동시에 어떻게든 자신의 품위를 지키려는 마음 또한 헤아린다. 이 절절한 노력을 이해하는 영화가 어떻게 사랑스럽지 않을 수 있나. 전고운 감독은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미소(이솜)가 유일한 낙인 위스키와 담뱃값을 마련하려 집을 포기하고 떠돌이 생활을 시작하는 이야기를 통해 21세기 대한민국판 소공녀들을 사려 깊게 껴안는다. 그는 <족구왕>, <범죄의 여왕> 등 재기 발랄한 독립영화를 만드는 창작자 집단 광화문시네마의 수장이기도 하다. 생동감 넘치는 내러티브와 캐릭터를 무기로 빛나는 아이디어는 보증된 영화를 만들 줄 아는 사람이라는 얘기다. <소공녀>는 감독의 장편 데뷔작. 시작이 좋다. 이은선(영화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