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웃으며 행진하고 있는 정중엽, 우상희 부부.

즐거운 가족 음악회

정중엽ㆍ우상희

당시 정중엽이 우상희에게 흑심이 있었는지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그가 베이스를 우상희의 차에 두고 내리면서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연락하게 됐고, 6년 뒤 그는 원숭이 모양 키링을 반지인 척 그녀 손에 끼워줬다. 유난 떠는 건 질색인 그녀가 이 귀엽고 장난스러운 청혼을 거절할 리 없었다. 정중엽의 직업이 뮤지션인 만큼 두 사람은 환한 햇빛 아래 유쾌한 공연 같은 결혼식을 올리고 싶었다. 그래서 고른 곳이 용산가족공원. 플래너 없이 진행하기로 해 시안 선택, 장식, 어레인지 등 챙길 요소가 많았던 터라 몇 개월 전부터 엘트라바이의 플로리스트와 의견을 주고받았다. 그 결과 휑했던 공원 한가운데에 아름다운 공간이 꾸며졌다.

‘아르하’에서 구입한 웨딩드레스는 가격도 합리적인 데다 무겁지 않아 야외 웨딩에 제격이었다. 예물, 예단은 시계 한 쌍이 전부. 웨딩 촬영은 따로 하지 않았다. 같이 찍은 사진이라면 6년간 여행하면서 찍은 것만으로도 차고 넘쳤으니까. 주얼리 디자이너인 언니에게 웨딩 헤어밴드를 선물받았고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구입했으니, 사진이 찍고 싶으면 언제든 찍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본식 촬영은 감사하게도 친한 사진가들이 자진한 덕에 본의 아니게 초호화 촬영이 돼버렸다고. 웨딩 영상은 간결하고 자연스러운 영상을 작업하는 소버스 스튜디오와 진행했다.

가장 많이 고민했고 그만큼 만족스러웠던 것이 축가다. 처음에는 클래식 기타를 배우고 있던 우상희 아버지의 연주에 동생이 축가를 부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인들과 합창단을 결성한 어머니가 나섰고 시어머니 또한 흔쾌히 돕겠다고 한 것. 거기다 남편이 장기하와 얼굴들, 타틀즈에 몸 담고 있으니 ‘이왕 벌일 거면 모두 같이 즐기자’라고 해 판이 커졌다. 양가 가족과 두 밴드가 라인업된 축가라니! 하객들이 얼마나 흐뭇해 했을지 상상이 간다.

한편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하객 식사로 맞춘 도시락 일부가 배달되지 않아 많은 친구들이 식사를 하지 못한 것. 우상희는 상담과 도시락 시식 과정이 만족스러웠더라도 자신처럼 불상사가 생길 수 있으니 결혼식을 준비할 때 계약서와 관련 자료를 꼼꼼하게 남기라고 조언했다. 다행히 만리동 ‘베리스트릿 키친’과 ‘더 부스 브루잉’의 도움으로 친구들이 배부르고 즐거운 뒤풀이 시간을 가져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사실 야외 웨딩은 평범한 웨딩홀에서 올릴 때보다 더 많은 비용과 공이 들어요. 또 이렇게 결혼할 수 있을지 상상해봤는데, 네! 저는 또 이런 결혼식을 선택할래요. 그날 많은 분들이 ‘평생에 몇 번 없을 결혼식이었다’라고 말해줬거든요. 모든 부분이 완벽할 순 없겠죠. 하지만 우리 두 사람과 하객들이 그 순간을 돌이켜봤을 때 즐거웠다고 기억하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한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