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박스오피스가 신선한 충격에 휩싸였다.
8월 중순에 개봉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 때문.
주연 배우가 모두 아시안인 영화는 1993년 <조이 럭 클럽> 이후 처음 있는 일이기도 하고,
심지어 동명의 원작 소설도 싱가포르 출신 작가 케빈 콴이 쓴 것.
영감의 원천부터 스토리의 핵심 그리고 배우까지 완벽 아시안 영화.
‘화이트 워싱’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주연 배우에 백인을 고집했던
미국 영화 산업계에 좋은 본보기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흥행 중이다.
개봉 첫 주말에만 3천4백만 달러(약 382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쯤 되면 궁금하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 이전엔 어떤 아시안 영화들이 있었는지.
이번 주말 쉼 없이 보기 좋게, 각종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던 작품 다섯 개만 골라봤다.

<홍콩은 언제나 내일(Already Tomorrow in Hong Kong)>(2015)

홀로 낯선 나라에 왔을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생기면 없던 정도 싹 트기 마련
<홍콩은 언제나 내일>의 스토리도 그렇다.
홍콩이 처음인 루비와 이곳에 거주 중이던 미국인 조시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
둘은 영화 촬영 중 눈이 맞아 영화 개봉하기도 전에 결혼식을 올렸다는 후문.
부러워만 하지 말고,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영화를 보자.

<해롤드와 쿠마(Harold & Kuma Go To White Castle)>(2004)

월 스트리트에서 투자 전문가로 일하는 한국계 청년 해롤드와 인도 출신의 의대 준비생 쿠마.
특별한 일이라곤 엘리베이터에서 가끔 마주치는 긴 생머리 여자를 보는 것밖에 없는 둘은
어느 날 갑자기 한 햄버거 광고에 꽂힌다.
그렇게 무작정 그 햄버거를 맛보기 위해 떠난다.
별 스토리 없을 것 같은 이 영화는
뉴욕 <포스트>에서 2004년 ‘올해 가장 재미있는 영화’로 선정된 바 있다.
못 믿겠다면 직접 확인해보길.

<이름 뒤에 숨은 사랑(The Namesake)>(2006)

뉴욕에는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이 정신 없는 도시에 순응하고 살아간다.
<이름 뒤에 숨은 사랑>의 인도인 가족은 그렇지 않다.
전통 의상을 갖춰 입고 인테리어도 인도식으로 하는 것으로 모자라 인도식 규율까지 적용한다.
뉴욕에 적응하길 거부하는 인도 가족, 그리고 그 가족에 적응하지 않으려는 아들 ‘고골’의 이야기.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는
1988년 <샬람 봄베이>로 칸 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인도계 여성 감독 미라 네이어가 메가폰을 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빅 식(The Big Sick)>(2017)

“전 파키스탄에서 왔어요. 여기 파키스탄 사람 있나요?”
사람이 많은 미국 술집에서 하기 다소 위험한 발언을
당당히도 하는 이 남자에게 한 백인 여자가 다가간다.
정략결혼을 전통으로 하는 파키스탄 출신의 쿠마일과
자유연애를 지향하는 에밀리의 사랑 이야기.
도무지 넘어설 수 없을 것 같은 문화 차이,
거기서 오는 잦은 다툼을 한 번에 해결해 주는 에밀리의 ‘큰 병’.
이 둘은 다시 이어질 수 있을까? 사랑할 수 있을까?
남주의 경험담을 토대로 만든 이 영화는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후보에 올랐다. 믿고 볼만 하다.


<서치(Searching)>(2018)

어느 날 갑자기 딸이 사라졌다.
경찰이 수사에 돌입했지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의에 빠진 아버지는 우연히 펼친 딸의 노트북에서 결정적 단서를 발견한다.
페이스북, 구글, 페이스타임 기록을 뒤지며 ‘스크린 라이프(screen-life)’를 추적한다.
한인 가정에서 일어난 비극을 그린 영화.
존 조와 조셉 리, 사라 손, 미셸 라 등 한국계 배우가 이 한인 가족을 연기한다.
‘화이트워싱’되지 않은 파격적 캐스팅 덕이었을까?
올해 초 선댄스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했다.
국내에는 8월 29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