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 여행 아프리카 사파리

조진혁 안미은

잡지사 에디터 부부. 원고를 주고받다가 연을 맺어 지난가을 부부가 되었다. 첫눈에 반했다고 하면 거짓말 같겠지만 처음 보고 아내의 미모에 푹 빠졌다는 남편. 아침에만 해가 잘 드는 집에서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는 1개월 차 신혼부부.

SCHEDULE 7박 9일

DAY 1 새벽 비행기로 출발
DAY 2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를 경유해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공항 도착 후 아루샤 커피 로지(Arusha Coffee Lodge)로 이동
DAY 3~6 아루샤 공항에서 경비행기로 세렌게티 내 사사콰(Sasakwa) 활주로 도착(1시간 소요) 후 픽업 차량으로 신기타 사사콰 로지(Singita Sasakwa Lodge) 리조트에 도착, 사파리 게임 드라이브 체험 후 저녁 식사, 이후 4박 5일간 리조트 체류
DAY 7 사파리 게임 드라이브 체험 후 경비행기로 잔지바르로 이동(1시간 소요), 잔지바르 파크 하얏트 호텔에 체크인 후 스톤타운 관광
DAY 8 오전에 잔지바르 공항에서 경비행기로 다르에스살람으로 이동, 아디스아바바 경유
DAY 9 인천공항 도착

예산 1천7백만원.
항공료 2백60만원.
현지 교통 및 기타 비용 2백50만원.
숙박비 1천만원.
식비 및 쇼핑 2백만원.

특별한 허니문을 기획한 이유 아내는 스위스에 가고 싶어 했지만 여기저기 찾아보니 11월 말의 스위스는 기대와 달리 우울한 계절이었다. 허니문으로 유럽 여행을 가면 많이 걷고 무거운 짐도 들어야 하고 고생할 생각에 엄두가 나지 않은 게 사실. 휴양지에서 푹퍼진 라면처럼 늘어진 채 보내고 싶어 휴양이냐 관광이냐를 두고 갈등했다. 그때 <라이온 킹> 실사화 소식을 듣고 심바를 보러 가기로 결정했다. 뜬금없는 전개 같지만 세렌게티 사파리에 가면 차에 앉아 관광하고, 대부분의 시간은 배부른 사자처럼 휴양하니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만족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졌다. 무엇보다 동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야생동물을 가까이에서 보고 대초원의 생생한 자연을 품어보고 싶었다.

준비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쓴 것 안전이다. 아프리카는 초행이었고, 위험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서 걱정되기도 했다. 특히 치안과 질병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정보를 수집해보니 국립 공원의 투어 프로그램은 안전하고 사고가 적어서 믿음직했다. 리조트는 안전하지만 그 외 지역의 치안에는 확신이 없었다. 허니문 기간 동안 고생하긴 싫었다. 지역 문화 체험은 과감하게 포기하고 리조트에만 머물기로 했다. 질병 걱정은 병원에서 해결. 출발 한달 전 황열병과 파상풍 예방접종을 받았고, 모기가 없다는 소리에 말라리아 예방접종은 패스했다.

가장 좋았던 순간 일몰과 일출의 순간이다. 초원의 지평선 너머로 해가 떠오르는 모습은 사진이나 그림으로 볼 때보다 훨씬 감동적이다. 자연의 거대한 아름다움에 압도된 달까? 경이로운 순간이다. 해가 떠오르면 야생동물들은 바쁘게 움직인다. 수 킬로미터씩 줄지어 이동하는 수만 마리의 누(영양) 떼, 수없이 많은 얼룩말들, 가족을 이루고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무리 지어 살아가는 동물들, 수사자를 피해 언덕에 숨어 있는 어린 수사자 등. 가족을 이루고 가족을 지키며 살아가는 자연의 순리를 지켜보면서 결혼해서 가족을 이룬다는 행위의 숭고함을 새삼 깨달았다. 유부남이 되어 시각이 바뀐 탓도 있으리라. 차량 보닛 위에 미니 바를 차려놓고 와인을 마시며 감상하던 세렌게티의 석양도 자꾸만 생각난다.

의외의 난관 탄자니아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는 경비행기를 이용한다. 경비행기는 시내버스처럼 20분마다 착륙해 승객을 내리고 태우기를 반복한다. 소음이 심하다는 말에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챙겨 귀가 얼얼해지는 문제는 해결했는데, 반복되는 이착륙과 흔들림에 멀미가 날 줄은 몰랐다. 또 경비행기의 짐칸은 입구가 좁아 네모난 여행용 캐리어는 싣지 못한다. 하는 수 없이 보스턴백을 준비해 갔는데, 국내선 공항의 카트는 망가진 게 대다수고 지면도 울퉁불퉁해 카트를 밀고 다니기 어렵다. 커다란 보스턴백 두 개를 양손에 들고, 백팩과 카메라 가방 등등을 몸에 휘감고 다녀야 했다.

의외의 즐거움 로지에서 보내는 시간은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영국의 클래식 사파리 스타일을 표방한 인테리어가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연상시켜 이미 감정이 한껏 고조된 상태였는데, 침실에 놓인 허니문 축하 샴페인에 심장이 사르르 녹아버렸다. 허니문 샴페인은 매일 새것으로 채워준다. 온갖 종류의 술이다 있어서 말만 하면 원하는 술을 가져다준다. 매일 샴페인과 위스키에 취해 있었다. 테라스에는 초원이 내려다보이는 프라이빗 풀이 있는데, 눈앞에 광활한 초원과 하늘이 펼쳐져 있고, 몸은 물에 둥둥 떠다니고 그 상태로 샴페인을 마시다 보니 비현실적으로느껴졌다. 왜 다들 천국에 가려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만족도(1백 점 만점) 1백 점. 로지 측의 섬세한 서비스, 친절하고 다정한 직원들, 우아한 공간, 경이로운 자연,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체감하는 순간들, 허니문을 축하하는 소소한 이벤트 등 감동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손으로 만든 작은 조각상과 이색적인 아프리카 기념품들도 여행을 오래도록 추억하게 해주는 물건.

예비 허니무너를 위한 조언 공항을 나서는 순간 택시 기사와 호객꾼이 밀려드는 통해 정신이 아득해질 수 있다. 대뜸 흥정부터 시작하며 다가오는 사람이 많다. 누가 도와주겠다고 해서 도움을 받으면 대가를 요구하니 교통편이나 여행 프로그램은 예약해 두는편이 좋다.

이런 커플에게 추천 동물을 좋아하는 커플에게 추천한다. 야생에서 살아가는 동물들과 눈을 맞추며 교감하면 온몸이 짜릿하다. 배경이 아름다워 아무렇게나 찍어도 인생샷이 나오기도 한다. 클래식한 로지에서 격조 높은 서비스를 누리는 것도 허니문을 우아하게 만들어준다.

이런 커플은 말리고 싶다 시티 보이와 시티 걸. 트렌디한 감각의 도시 여행을 즐긴다면 지루하게 느낄 수 있다. 세렌게티 국립 공원에서는 맹수들이 우글거리는 리조트 밖에 함부로 나가선 안되고, 야간에 객실 밖에 나가려면 반드시 레인저를 불러야 한다. 이런 상황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탄자니아의 도시는 특색 있지만 트렌디한 곳과는 거리가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