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네셔널레이브 임솔 김지하

자기소개 브랜드 인터내셔널의 그래픽디자이너 임솔과 김지하. 우리 취향이 묻어나는 옷을 만든다.

THE INTERNATiiiONAL 2011년 전자음악 크루 YMEA에서 처음 만났다. 우리가 파티 포스터를 만들곤 했는데, 시간이 흘러 같이 디자인 스튜디오를 열게 됐다. 클라이언트가 늘어나면서, 지금 뭔가 시작하지 않으면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부터 우스갯소리로 디스코나 하우스를 비롯한 댄스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종종 나눴다. 선택지가 많지 않은 것 같았다. 쉽게 말하면 쇼핑이 어려웠다. 양말을 예로 들면 스케이터들이 신는 양말은 길지 않나? 그런데 우리한텐 그런 양말이 잘 안 어울렸다. 이를테면 그것보단 길이가 좀 짧으면서도 재미있는 그림이 그려진 것이 갖고 싶었으니까. 계속 그래픽 작업을 해왔으니 나와 취향이 비슷한 친구들이 입을 수 있는 걸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인터내셔널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그동안 수집한 그래픽을 다 출력해놓고 마주 앉아서 논의했다. 레코드 커버, 과거 파티 포스터 등. 설명이 되면 가져가고, 안 되면 버리자. 내가 이걸 왜 골랐는지 말할 수 있어야 다른 사람도 설득할 수 있는 거니까. 하지만 주변에서 너희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피드백도 많이 받았다. 다른 레이블이나 디자이너와 협업할 때를 제외하고 모든 일을 하나부터 열까지 우리 둘이 다 한다. 2017년 여름에 시작해 지금까지 왔다.

WELCOME TO ACID HOUSE 영국 일간지 <더 선>에 실린 삽화가 있다. 1980년대 애시드 하우스 파티가 현지에서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환각제 관련 이슈가 떠오를 때 나온 그림이다. 악마가 애시드 하우스를 상징하는 ‘스마일’ 가면을 쓴 채 손짓하고, 사람들은 그곳으로 향한다. 악마의 문 앞엔 ‘Welcome to Acid House’라 쓰인 도어매트가 있다. 그곳을 지나면? 불구덩이다. 그게 너무 재미있어서 갖고 있었다. 악마는 ‘웰컴’이라 말하는데, 애시드 하우스의 물결을 따라 오면 지옥으로 떨어지는. 그런 어른들의 시선이 우스운 동시에 문구 자체가 귀엽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그 도어매트를 더 멋지게 디자인하고 싶었다. 더불어 티셔츠를 제작했는데, 그때 그 티셔츠를 만들지 않았다면 지금의 인터내셔널은 없었겠지. 상상 이상으로 널리 알려졌다. 내가 이게 좋으니까, 나 같은 사람들이 좋아할 거라는 확신은 있었지만.

의외의 변수 무난한 옷은 반응이 없다. 예를 들어 스트리트웨어 브랜드가 기본적으로 발매하는 로고 티셔츠 같은 것. 안전한 옷, 튀지 않는 옷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인터내셔널에 관심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오히려 안심이 됐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여기저기 퍼져 있구나. 브랜드를 시작한 지 불과 1년 반 정도 됐지만, 로컬 디제이나 전자음악가는 물론이고 해외 디제이들의 호의적 반응 덕분에 예상치 못한 일이 많이 벌어졌다. 이 사람들을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룰 브레이킹이란 스트리트웨어 하면 쉽게 떠올리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모습마저 깨고 넘어설 수 있는 브랜드가 되고자 한다.

2019 좋은 흐름을 만들어가는 노력을 멈추지 않으면 뭔가 계속 이어질 거라 믿는다. 창고형 파티에 대한 욕심이 있었는데, 1월 26일 클럽 콘트라에서 ‘Rave Age’란 이름의 본격적인 파티를 연다. 해 뜨고도 한참 지나서까지 이어지는 레이브 파티다. THE INTL. MIX라는 믹스 시리즈도 최근 시작했다. 옷만 팔기보다 국내외 파티 신에서 재미있는 일을 계속 만들어낼 거다.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 지루하지 않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