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화 작가 김아람

통영의 야산에서 또는 자갈 해변 위에서 흰 광목천을 드넓게 펼치고, 그 위에 먹을 ‘튀기는’ 작가가 있다. 동양화 작가 김아람은 붓 대신 먹줄을 도구로 삼는다. 주로 목재나 석재 위 줄을 곧게 치기 위해 사용하는 건축 도구인 먹줄은 탄성이 있어 먹을 묻힌 뒤 ‘튕겨내면’ 역동적인 움직임과 에너지가 광목천 위에 그대로 입혀진다. 이 작업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산에서는 나뭇가지와 나뭇잎의 형태가 바다에서는 해변 모래와 자갈의 결이 오롯이 흰 천에 새겨진다. 작품 명대로 ‘산 결’ ‘바다 결’이 담긴다.  “스케치를 대략 해놓고 시작하지만 한 방향으로 튀기기보다 바람에 날리는 듯, 마치 그 안에서 바람이 부는 듯 표현하기 위해 먹줄을 뉘어 튕겨보기도 하고 방향을 달리해요. 문제는 재료 특성상 원하는 방향으로 정확히 튀겨지지 않을 때가 있어요. 조금이라도 어긋나 어떤 선 하나가 눈에 거슬리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죠.” 정확한 표현을 위해 붓 호수를 바꾸듯 두께가 다른 먹줄을 다양하게 이용한다. “섬에서 태어나고, 어릴 때부터 자연을 곁에 두고 살았으니까 자연은 너무나 당연한 주제이거든요. 어릴 때 엄마한테 혼나면 울면서 산 밑에 가 앉아 있고, 바닷가에 숨어 있고 그랬으니까요.(웃음)” 통영에서 나고 자란 그가 자연을 주제로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그가 늘 통영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대구에서 학교를 다니고 갤러리 큐레이터로 일했지만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에 3년 전에 통영으로 돌아왔어요. 그리고 내 작업에 집중하기 시작했죠. 이곳에서는 자연 속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속에서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my favorite

통영대교 밑에 자주 가요. 중동에서 당동으로 가는 그 길을 참 좋아해요. 통영 본 땅과 미륵도의 봉평동, 미수동 사이 바닷물이 들고 빠지거든요. 밤에 가서 통영대교 불이 꺼지기 직전까지 있는 걸 좋아해요.  동호동에 용남식당이라는 해물뚝배기집이 있어요. 할머니랑 할아버지 두 분이 운영하는 곳으로 테이블이 4개밖에 없어요. 점심시간에 가면 자리가 없어요. 진짜 집밥 같거든요.”

한산회식당

식당 앞에 나란히 놓인 김칫독만 봐도 주인 부부가 음식을 어떤 태도로 정성스럽게 대하는지 알 수 있다. 바닷가 마을의 한 상을 제대로 보여주는 한산회식당은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참소라무침과 자연산 대방어와 병어, 광어를 회로 담고, 굴찜, 빨간 불볼락구이와 식사가 차례로 나온다. 의외의 발군은 빨간 불볼락구이. 쫀득한 식감에 반건조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볼락을 그릴에서 수분만 거둬내고 단맛을 올리는 방식으로 구워 겉은 차지고 속은 촉촉하다. 주문과 동시에 콩이 알알이 살아 있는 집된장에 마늘과 깨, 파, 참기름 등을 더해 양념장을 바로 만들어 내오는데 이 ‘생된장’은 자연산 병어회와 함께 먹으면 맛이 배가된다.

주소 경남 통영시 강구안길 28
문의 055-641-6520

가마솥시락국집

저녁까지 열려 있는 통영중앙시장과 달리 새벽 4시부터 점심까지만 열리는 서호시장은 식당 상인들과 뱃사람, 아침 장을 보는 동네 주민들로 가득하다. 시장 귀퉁이 자리한 가마솥시락국은 바로 이들을 위한 식당이다. 뚝배기 한 그릇에 4천원. 15년째 같은 가격이다. 값을 올려도 좋겠다고 말하자 “매착없이(변덕스럽게) 올리면 안 된다. 우리 집 90%가 시장 사람인데 여긴 주인, 손님 그런 거 없다”라고 딱 잘라 답한다. 반찬으로 나오는 파래를 뚝배기에 반드시 넣어 먹을 것. 일반적으로 장어 머리를 끓이는 것과 달리 이곳은 장어 흰 살도 끓여 비린내가 적고, 무청과 배추를 함께 넣어 시원하다. 분명 전날 술을 안 마셨는데도 한 그릇 비우고 나면 속이 시원하다 느낄만큼 해장에 최적화 돼 있다.

주소 경남 통영시 새터길 12-10
문의 055-646-8843

두석장 이수자 김진환

“충렬사 뒤쪽에 북포루가 있어요. 오래전 통영을 지키는 감시초소 역할을 하던 곳인데 과거에는 동포루, 서포루가 함께 성벽으로 연결돼 있었죠. 걸어서 20분이면 오르는 얕은 언덕인데 과거 바다를 감시하는 초소였던 만큼 그 위에 오르면 항남 시내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시야를 가리는 것도 없고요. 작업하다 종종 북포루에 올라갑니다.” 두석이란 목가구의 결합 부분을 보강하거나 여닫는 기능을 하는 경첩, 꾸미는 기능을 하는 장석, 잠금장치인 자물쇠 등 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먼저 백동판에 형태를 그리고, 이에 따라 자르고, 구멍을 뚫고, 두드리는 등 수천 번의 손질을 거쳐야 작은 두석 하나가 완성된다. 국가지정중요무형문화재 제64호 두석장 김극천 장인의 아들인 이수자 김진환 씨는 군제대 후 아버지를 따라 5대째 가업을 잇는 중이다. 통영 12공방이 형성 될 때부터 두석을 만들어온 집안으로 나비, 태극, 박쥐 등 장석 문양만 2~3천여 종에 다다른다. “나비 장석은 통영이 유명해요. 부부 간의 사랑을 의미하죠. 박쥐는 복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밤을 지키는 동물이라 재물을 지킨다는 뜻도 있고요. 장석은 저마다 의미와 쓰임이 있기 때문에 덜어낼 게 없어요. 알면 알수록, 보면 볼수록 아름답죠.” 그렇게 우리 가구에 대한 애정도 커지는 중이다. “부모님 댁에 할아버지가 만드신 이층장 작품이 있거든요. 이번에 분가하면서 부모님을 졸라 그 장을 새 집에 뒀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볼 수록 옆에서 더욱 아름다운 것 같아요. 아내는 SNS에 사진 찍어 올리고요.(웃음).”

my favorite

“작업하다가 답답할 때면 아버지와 척포에 가요. 일몰도 좋지만 통영 사람들에게는 낚시터로 유명하거든요. 겨울에 가면 설 자리가 없을 정도예요. 충무김밥은 아무래도 한동안 안 먹으면 생각나죠. 심심한 듯 하지만 충무김밥은 묵은지 맛으로 먹는 거니까.”

미륵미륵 맥주호스텔

서울에서 광고 회사를 다니던 주인의 미감이 그대로 드러나는 게스트하우스이자 수제 맥주 펍이다. 통영 IPA, 미륵사우어, 거제바이젠, 남해스타우트 총 네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고 전국 양조장을 돌며 계절에 맞는 가장 맛있는 맥주를 선별해 정기적으로 선보인다. 우리의 첫 잔은 고릴라브루잉의 호피 사우어. 기분 좋은 신맛이 입 안을 산뜻하게 해 계속 다음 맥주를 부른다. 주인장에게 맥주마다 품고 있는 스토리를 듣는 즐거움도 있다. 사방이 맛집인 통영의 지역 특수성(?)을 고려해 외부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한 것도 특징이다. 2, 3층은 개별 객실과 도 미토리 룸으로 꾸몄는데 단정한 인테리어에 아주 청결한 숙소를 찾는다면, 여기에 합리적인 가격대까지 원한다면 완벽한 해답이 될 듯하다.

주소 경남 통영시 해송정 4 길 37
문의 055-649-1047

모퉁이집

간판이 없어서 누군가는 모퉁이에 있다고 ‘모퉁이집’이라 부르고, 누군가는 저녁 6시부터 새벽 3시까지 영업하는 걸 두고 밤에 와서 밤에 간다고 ‘도깨비’라 칭하는 곳. 우동 면발에 짜장 소스, 여기에 어묵 육수를 살짝 담아 자박하게 버무리는 ‘우짜’ 맛집이다. 어묵 하나에 7백원인데 그 육수를 디포리와 무, 고추씨, 천일염만을 넣어 끓여낸다. 짜장 소스는 물론 곁들이는 섞박지까지 직접 담근다. 주인이 돼지고기를 다져 만든 수제 패티를 넣은 토스트도 맛보길.

주소 경남 통영시 중앙로 128-9

한옥스테이 잊음 장윤근

충렬사와 서피랑을 곁에 둔 명정동에 위치한 한옥스테이 잊음을 두고 이 동네 어른들은 아직도 ‘하동집’이라고 부른다. 박경리의 장편소설 <김약국의 딸들>에 등장하는 하동집이 바로 이 집이다. 통영 서피랑은 박경리 선생의 출생지로 한옥스테이 잊음을 주변으로 소설에 등장하는 서문고개, 대밭골, 간창골, 명정샘, 충렬사, 수백 년 된 동백나무,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실제로 존재한다. 그는 잊음을 운영하며 이 집의 옛 주인들과 그들이 보낸 시간을 더듬으며 통영의 가치와 아름다움에 대해 새삼 깨닫는 중이다. “제옥례 선생이 하동집의 안주인이였어요. 통영의 어머니라 불릴 정도로 품이 너른 분이셨는데 하동댁을 찾는 이에게 정성스럽게 음식을 대접하니 문화예술인을 비롯해 손님들이 수시로 모였어요. 백석이 사랑했던 박경련, ‘란’이라는 분은 하동댁의 시동생이었어요. 하동집 사랑채에 작곡가 윤이상, 화가 전혁림, 시인 유치환·김춘수 등 시대를 풍미한 문화 예술인들이 드나들었고요.” 이런 이유로 잊음은 그저 여행의 고단함을 푸는 장소를 넘어 하룻밤 묵는 것만으로 통영의 역사 한 편에 몸을 담그게 한다. 그는 잊음을 찾는 숙박객들과 종종 서 피랑을 함께 걸으며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전해준다. “이 동네 특유의 고요, 잔잔함이 좋거든요. 이어진 좁은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어떤 스토리가 눈앞에 생생히 펼쳐져요. 옛날에 어르신들이 이 길을 어떻게 다녔겠구나 하고. <김약국의 딸들>에 나오는 장면을 떠올려보기도 하고요. 나만 느끼기에는 너무 아쉬우니까 오시는 분들과 함께 나누는 거죠. 그렇게 통영을 더 알리고 싶어요.”

my favorite

“정량동 이순신공원 근처에 홍도회식당이라고 있어요. 바로 앞에 생선 경매하는 어판장이 있거든요. 어판장에서 가져온 생선을 바로 끓여주고, 구이로도 내놓는 회 백반집이에요. 상인과 어부 등 동네 사람들이 주요 손님이고요. 충무김밥은 한일김밥을 추천해요. 어릴때부터 가던 곳인데, 가게 안에서 먹기보다 포장해서 비진도 해변에 앉아 먹으면 정말 맛있을 거예요. 가끔 평림노을길 가서 가만히 앉아 일몰 보고오기도 하고요. 바다의 섬과 섬 사이에서 해가 떨어지니까 감동이 확실히 다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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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스테이 잊음

1년간의 레노베이션을 마치고 2016년 문을 열었다. 집이 지닌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아는 장윤근 씨는 대들보, 서까래 등 굵직한 틀을 모두 살리고 현대적인 시설만 보강했다. 잔디가 깔린 정돈된 마당을 따라 들어가면 단정하게 놓인 통영의 옛 소반과 누비 방석, 나전칠기 자개장이 차분한 공기를 만든다. 매일 아침 핸드드립 커
피를 내려 마실 수 있는 편리를 추구하지만 이곳에 없는 것은 시계와 달력, TV다. “오래전에 30대 아들과 아버지 부자가 머물고 간적이 있는데 벽에 기대서 밤새도록 이야기를 했대요.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다고 말하면서 서로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하는데 어떤 감정인지 잘 알 것 같더라고요. 잊음이 많은 이에게 그런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주소 경남 통영시 충령 4 길 33-5
문의 010-6355-4433, 055-643-0586

커피로스터스 수다

강구안 골목을 지키며 통영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카페 수다. 커피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이가 세계 곳곳의 커피 시장을 조사하고, 직접 원두를 골라 로스팅하며 계절을 고려한 신선한 커피를 선보이는 곳이다. 음식과 마찬가지로 커피 역시 좋은 재료를 어떻게 선택 하느냐에 따라, 그리고 그 재료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최상의 맛과 향을 낼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가 찾은 날에는 꽃과 과일 향이 풍부해 봄과 잘 어울리는 에티오피아 세와 지바부 33 허니,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원두를 발효한 콜롬비아 메사 알타 등 ‘봄의 커피’를 맛 볼 수 있었다. 커피로스터스 수다는 4월 중 그 이름을 ‘삼문당 프로젝트’로 바꾸고 통영 태평동으로 이전한다.

주소 경남 통영시 통영해안로 323-1
문의 055-645-90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