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프라이데이 강수훈 캠핑용품 캠핑셀렉트숍

프라이데이 무브먼트 강수훈 대표

9년 가까이 캠핑을 했으며 신혼여행에서도 캠핑을 한 자. 타고난 ‘디깅’ 본성을 억누르지 못해 세계의 다양한 캠핑용품을 직접 사고, 써봤다. 현재 성수동에서 프라이데이 무브먼트라는 이름의 아웃도어 멀티 브랜드 숍을 운영하며 캠핑과 등산, 서핑 관련 브랜드들을 소개하고 있다. ‘세상에 가성비는 없다’는 철학으로 진짜 좋은 물건만을 소개하고 싶다는 이. 너무 여러 브랜드를 좋아하는 탓에 하나를 못 고르겠다는, 셀렉트 숍 운영자로서 ‘셀렉’을 해야 하는데 ‘셀렉’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그런 사람.

위치 서울시 성동구 왕십리로 14길 7
문의 6012-4862

캠핑이 하고 싶습니다. 올봄에는 꼭 하고 싶어요. 음…, 꼭 하고 싶어도 하지 마세요. 저는 주변 사람들이 캠핑하겠다고 하면 일단 뜯어말립니다. 그 돈 가지고 펜션 가고 호텔 잡으라고요. 첫 장비 꾸리는 돈이면 한 2년은 호텔 다닐 수 있을 걸요? 비극적인 이야기부터 해서 미안하지만 우리나라는 생각보다 캠핑하기 좋은 나라는 아니에요. 삼면이 바다고, 산이 이렇게나 많은데도 막상 찾아보면 캠핑할 곳이 없어요. 우리가 좋아하는 산은 거의 국립공원이고, 국립공원은 취사와 비박이 금지돼 있으니까.

캠핑 셀렉트 숍을 운영하는 분이 캠핑을 하지 말라니요. 갑자기 더 의지하고 싶어집니다? 캠핑을 시작한 이래 매년 똑같은 질문을 듣고 살아요. 이때 가장 답답한 질문이 ‘장비 하나로 끝낼 수 있느냐?’는 거예요. 이 말은 즉 계절이 다르고, 매일 날씨가 변하는 데 옷 하나만 입겠다는 얘기예요. 캠핑을 여름에 시작한다면 바람 잘 통하고 시원하게 잘 수 있는 그런 텐트를 찾아야겠죠. 그럼 당연히 겨울에 사용하기에는 너무 추워요. 민소매 하나로 겨울 나고, 패딩 점퍼로 여름을 보낼 수 없는 것처럼 캠핑에도 계절이 있어요.

언제, 어떤 캠핑을 할지 정해야 그에 맞는 장비 리스트도 꾸려진다는 말이죠? 그렇죠. 먼저 자신이 원하는 캠핑 스타일을 찾는 것이 중요해요. 가방 하나에 모든 짐을 넣고 다니는 백패킹 스타일인지, 부피는 좀 크더라도 차를 가지고 다니며 편하게 쉬는 스타일을 원하는지를요. 백패킹은 불편하지만 유동성이 있어서 차가 못 들어가는 곳, 내 마음에 드는 곳까지 올라가 캠핑을 즐길 수 있어요. ‘나는 가방 하나에 장비를 다 갖고 다니지만 편하게 자고 싶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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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힐레베르그의 날로2(Nallo 2)텐트. 2 헬리녹스 체어원. 3 블랙다이아몬드의 피츠로이(Fitzroy) 텐트. 4 랩의 익스페디션 1400(Expedition 1400) 침낭.

자, 텐트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크고 짱짱할수록, 작고 가볍고 튼튼할수록 비싸요. 가벼운 텐트 중에는 던지면 펴지는 팝업 텐트들도 있는데, 작게 패킹해야 하는 장비일수록 확실히 좋은 제품을 써야 합니다. 산에서 비도 바람도 견뎌야 하고, 바닥에서 올라는 습기도 막아야 하죠. 이렇게 구조적으로 괜찮은 텐트라면 1백만원 이상은 생각해야 해요.

1인용이요? 혼자 쓴다 해도 2인용 텐트를 사야 해요. 그래야 텐트 안에 가방도 둘 수 있고 공간에도 여유가 있죠. 1인 텐트라 하면 폭 60cm예요. 2인용 텐트라 해도 넓이가 1백20cm밖에 안 돼요. 성인 남자 둘이 누우면 진짜 딱 붙어 자야 해요. 그래서 대부분 텐트는 2인용부터 시작해요. 같은 2인용, 같은 원단이라 해도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문을 넓게 쓰느냐, 좁게 쓰느냐 등 디테일이 다양해요. 그러니 어느 브랜드가 좋다고 단언할 수가 없어요. 환경에 따라 달라지니까요. 바람에 강한 텐트가 있는가 하면 비에 강한 텐트도 있어요. 비에 강한데 바람에도 강한 물건은 별로 없어요.

5월, 제주도의 한 휴양림에서 비박 캠핑을 하고 싶습니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사방이 숲인 경험. 그 하나가 하고 싶을 뿐이에요. 5월이고 40만원 정도의 텐트를 사고 싶다면 MSR 텐트 중 엘릭서 2인용을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보다 조금 더 좋은 텐트를 갖고 싶다면 블랙다이아몬드사의 피츠로이나 아와니라는 텐트를 추천하고 싶어요. 토드텍스라는 두꺼운 원단을 사용해 튼튼하고 안전해요. 대신 너무 짱짱해서 설치할 때 힘이 좀 들어요. 처음에는 여성 혼자서는 어려울 수도 있어요. 그 외에 힐레베르그사 브랜드 모델 중에 날로와 스타이카도 좋고요.

위 브랜드는 가격대가 좀 있는 거죠? 블랙다이아몬드와 힐레베르그는 가격대가 비슷한데, 힐레베르그가 조금 더 높아요. 모두 1백만원 이상.

텐트를 펴니 매트리스를 깔아야 할 것 같고요. 평평한 방바닥도 배겨서 못 자는 데 돌 위에서 잔다고 생각해보세요. 차갑고 습하고. 매트리스의 경우 바람을 넣는 타입도 있고, 그냥 바닥에 놓으면 알아서 펴지는 타입도 있어요. 스티로폼 같은 것도 있고 종류는 다양해요. 근데 가방에 넣으려면 작아져야 하니까 바람을 넣는 방식이 제일 유용하겠죠. 브랜드로는 써머레스트, 니모, 엑스패드 등이 좋고요.

5월이면 침낭이 겨울만큼 중요하지는 않겠죠? 5월에 한강 가보셨어요? 한 시간 이상 놀면 추워요. 바깥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체온은 급격하게 떨어집니다. 가령 지금 18℃ 정도 된다면 잘 때는 3℃쯤에서 잔다고 생각하면 돼요. 그러니 3℃에 맞는 침낭을 선택해야겠죠. 침낭은 2개 정도면 되는데 봄, 가을, 겨울은 다 두꺼운 걸 사용하되 더우면 지퍼 열고 덮으면 되니까요. 여기에 여름용 침낭 하나 쓰고요.

침낭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하는 것은요? 패딩보면 옆에 ‘필파워’라고 써 있잖아요. 압축하고 풀었을 때 부풀어 오르는 복원력을 수치로 적어둔 거예요. 좋은 건 필파워 1천3백(7백~9백이 일반 아웃도어 브랜드의 스펙)짜리도 있어요. 깃털 충전량도 중요하죠. 침낭 하나에 2~3kg의 깃털이 들어 있는데 깃털을 한 움큼 잡아봐야 100g도 안 돼요. 그러니 겨울 배낭의 3분의 1을 침낭이 차지해요.

필파워는 기본 몇까지 사야 하나요? 8백 이상은 돼야죠. 충전량은 1.3kg 내외, 내한 온도 -30℃ 내외. 근데 문제는 어떤 깃털이냐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져요. 다 같은 거위털이고 수치가 같아도 어느 회사가 만든 제품인가에 따라 성능이 달라요. 가령 깃털 많이 넣으면 20만원 상당의 중국산 제품도 필파워 800g씩 나오니까요. 그래서 수치에 집착하기보다 믿을 수 있는 브랜드를 추리는 게 수월하죠.

이제 브랜드를 추려봅시다. 페더드프렌즈라는 브랜드가 있어요. 그다음 발랑드레 웨스턴마운티니어링, 랩이라는 브랜드도 있고요. 이 세 브랜드 안에서 고르면 될 것 같아요. 브랜드명부터 좀 비싸게 들려요. 1백50만원 이상. 그래도 한번 살 때 좋은 걸 사는 게 낫죠. 싼 거 샀다가 후회하고, 버리고 또다시 사야 하니까. 아, 몽벨도 좋아요. 우리나라 라이선스 말고 일본에서 나오는 몽벨이요.

소재도 따져봐야겠죠? 소재는 거의 비슷해요. 흔히 노스페이스 하면 고어텍스라는 원단이 생각나잖아요. 그 비슷한 원단을 다른 브랜드에서 립스톱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이벤트(e-VENTⓇ)라고도 해요. 침낭 역시 회사마다 자체적으로 원단을 개발하기 때문에 이름을 달리 붙이는 건데 역할은 비슷해요. 공기가 빠져나가고, 어느 정도 방수가 되는 원단들이죠.

텐트와 매트리스, 침낭이 있으니 하룻밤은 잘 수 있죠? 근데 밥을 못 먹죠. 그리고 앉아 있을 데가 없어요.

의자부터 골라야겠군요. 할 수만 있다면 돌 위에 앉아도 돼죠. 근데 하루 동안 어디에도 등을 못 대고 있는다고 생각해보세요. 텐트는 가져왔는데 의자를 안 가져왔어요. 그냥 나무에 기대거나 바닥에 앉아 있을 수도 있지만 세 시간만 지나면 허리가 아파요. 심지어 배낭을 짊어지고 갔잖아요. 등을 못 대고 앉으면 나중에는 진짜 미쳐요. 그래서 의자가 있어야 돼요. 의자 역시 여러 제품이 있지만 적어도 등받이가 있는 의자를 선택하라고 이야기하고 싶고, 가벼운 제품으로는 헬리녹스가 있죠.

근데 이 의자도 등 중앙까지만 기댈 수 있는 제품이 있는가 하면 머리까지 받쳐주는 것도 있잖아요. 그때부터는 무게 싸움인 거죠. 배낭 짊어지고 캠핑하는 곳까지 걷는 시간이 30분이 넘지 않으면 좀 무거워도 편한 의자를 들고가겠는데 그 이상이면 100g에도 휘청휘청하게 돼요. 내가 이걸 왜 들고 왔을까 생각부터 들고. 신박한 제품도 있어요. 매트리스인데 접어서 등받이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체어 키트가 있어요. 사실 그 정도도 충분해요.

매트리스 브랜드에서 등받이 의자로 사용할 수 있는 키트를 별도 판매하는 거죠? 네, 옵션으로요. 장시간용은 아니고, 잠시 밥 먹거나 앉아 있을 때 기대는 용도로 좋죠. 써머레스트라는 브랜드에서 체어 키트가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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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탠리의 쿡톱 바쿰 푸드 자(Vacuum Food Jar) 바이 프라이데이 무브먼트. 2 샌드위치 토스터 바우루 바이 프라이데이 무브먼트. 3 2개의 화구가 있는 프리머스의 온자(Onja) 포터블 2 버너 가스 스토브 바이 프라이데이 무브먼트. 4 이동식 휘발유 버너 무카(MUKA) 스토브 바이 프라이데이 무브먼트.

이제 밥을 해볼까요? 1박이면 싸가는 게 제일 편해요. 우리나라 음식들은 대부분 물이 들어가요. 밥을 하려 해도, 찌개를 끓이려고 해도 하다 못해 누룽지를 끓이려고 해도 물이 들어가잖아요. 근데 물 한 통이 엄청 무거워요. 먹는 물만 따로 챙기고, 밥은 집에서 해가는 게 가장 좋아요.

역시 다 안 한다는 주의시군요. 버너도 챙겨야 되고, 너무 힘들어요. 냄비는 또 얼마나 무겁게요.

근데 캠핑에서 해 먹는 밥이 그렇게 맛있다던데요? 그래서 프라이팬만 가져가고 고기만 구워 먹자고 해요. 돼지고기 말고 소고기만.

엇, 삼겹살···. 삼겹살 맛있죠. 근데 돼지고기는 기름이 너무 튀어요. 그럼 거기서 또 설거지를 해야 되잖아요. 고기를 먹고 싶으면 소고기를, 밥은 미리 해가고요. 적당히 식은 밥도 밖에서 먹으면 다 맛있어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건 누룽지. 마른 누룽지 엄청 가볍잖아요. 누룽지 가지고 가서 뜨거운 물을 부어 먹거나 살짝 끓여 먹어요. 반찬으로는 젓갈이나 김치를 조금 가져가고. 거기에 고기 정도 굽는 거죠. 어느 정도 숙련이 되고, 배낭의 짐을 좀 줄일 수 있게 되면 그 빈자리에 음식을 더 채우는 게 가장 좋죠.

그래도 버너는 있어야겠죠? 버너의 경우 제품으로 나누기보다 연료로 구분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이소부탄가스를 쓰거나 휘발유를 쓰는 제품이 있는데 한겨울에는 부탄가스가 얼어서 불이 잘 안 켜져요. 켜진다고 해도 불이 굉장히 약하죠. 반면 휘발유 버너는 한겨울에도 얼지 않죠. 예를 들어 두 사람이 한겨울에 밥을 했을 때 휘발유 버너를 가져 온 사람이 밥 다 먹을 동안 이소부탄가스 버너를 가져온 사람의 밥은 물도 안 끓을 수 있어요. 하지만 휘발유 버너의 경우 휘발유를 따로 챙겨야 하고 불편하죠. 이소부탄 버너도 부탄가스를 들고 다녀야 하는 건 마찬가지니 역시 밥을 해 먹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저기 귀여운 쿡포트는 뭔가요? 스탠리에서 만든 쿡포트에요. 분해하면 접이식 손잡이가 부착된 작은 코펠과 보온통, 반찬통, 수저까지 들어 있어요. 제가 누룽지 좋다고했잖아요. 이 제품이 누룽지에 최적화돼 있어요. 얇은 스테인리스 코펠이 보온통을 감싸고 있는 셈인데 접힌 손잡이를 펴면 바로 요리가 가능해지죠. 다만 직화로 끓이면 색이 100% 변하고, 모양도 변형될 수 있어요. 하지만 가볍고 예쁘고, 쓸 만하죠. 반찬통에 젓갈, 김치 담고 보온통에 누룽지 넣고, 바로 끓여 먹으면 돼요. 보온통에 뜨거운 물만 담아가도 되죠. 이 제품 제가 좀 많이 팔았어요.(웃음)

텐트와 침낭, 매트리스, 의자, 버너가 있으면 일단 1박 캠핑을 시작해볼 수 있다는 거죠? 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여름 텐트와 침낭, 매트리스 그리고 겨울 텐트와 침낭, 매트리스가 필요하고요. 버너는 무게와 연료 종류에 따라 2~4개 정도 갖추고 있으면 좋죠. 거기에 코펠 등 자신에게 맞춰서 추가하면 되겠죠.

배낭은 뭐 쓰고 계세요? 5개 브랜드 정도. 리터별로 구입하는데 여름에는 60L, 겨울에는 80L~100L 사이의 제품을 사용해요. 소재와 포켓 여부도 중요하고, 또 중량을 어떻게 배분하느냐를 따지는 것도 중요하죠. 어깨끈의 형태와 하네스라고 허리에 벨트가 있어 배낭 무게를 분산시키는 시스템도 봐야죠. 배낭 역시 브랜드는 다양한데 클라터뮤젠, 아크테릭스 정도 추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외에 꼭 챙겨가야 할 것들이 있다면? 비상약은 무조건 챙겨야 해요. 비는 항상 대비해야 해요. 배낭에 씌울 레인 커버와 우비, 모자는 꼭 가져가라고 추천하고 싶고요. 의외로 나뭇가지에 머리가 많이 걸려요. 여름에도 장갑을 챙겨야 하고. 산으로 캠핑을 갔을 때 손 다치면 정말 불편하거든요. 그때부터 위험해지는 거예요. 등산 스틱도 챙기고요.

적금 깨야겠어요. 듣고 나니 캠핑용품은 개미지옥 맞고, 왜 캠핑을 만류하는 하는지도 알겠거든요. 근데 정작 본인은 10년 가까이 캠핑을 하셨단 말이에요? 그리고 자꾸 말리는데 이야기를 들을수록 캠핑이 더 하고 싶어지는데요? 그러니까 그게 문제예요. 이게 숨길 수 없는 거죠. 진짜 좋아요. 아까 이야기했듯이 아침에 일어났는데 해가 뜨고, 새가 울고, 그 앞에 앉아서 커피 한잔 끓여 마시는 행복감을 어떤 것과도 비교하기 어려워요. 근데 그 지점까지 도달하기까지 너무 힘드니까 말리려는 거고. 주변에 캠핑하는 친구가 있다면 먼저 장비를 빌려서 해보세요. 내가 해본 것 중에 정말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된다면 그때는 빠져도 좋다고 조언하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생각보다 불편하고 위험한 일들이 생길 수 있어요. 여자분이라면 혼자 캠핑하기 보다 친구와 짝을 이뤄서 함께 다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