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플레아다(empleada), 니녜라(ni era), 나나(nana), 차차(chacha), 무차차(muchacha). 이 단어들은 모두 남아메리카에서 가정부, 보모, 청소 도우미, 요리 도우미, 하녀를 포함한 가사 노동자를 일컫는 말이다. 우리는 안다. 특정 집단을 지칭하는 단어가 다양하게 세분화돼 있을수록 그들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깊이 관여하고 있는지 말이다. 페루의 수도 리마 사람들은 아무거리낌 없이 이런 말을 한다. “우리는 가사 도우미 없이는 살 수 없어요.” 고소득층과 빈곤층의 격차가 큰 개발도상국에서 지방 오지 여성들이 도시로 나와 공부할 기회를 얻고, 보다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과 잠재력을 갖출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페루처럼 암묵적으로 계급화된 사회 시스템 안에서 ‘트라바하도레스 델 오가르(Trabajadores del Hogar, 가사 도우미)’는 최하층 계급 중 하나다. 이들의 상당수는 페루의 깊은 오지 원주민 마을에서 왔으며 더 나은 삶을 살 기회와 교육, 고향에 있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이 일을 하기 시작했다. 가사 도우미들은 고용주의 자비를 확신하며, 고용주가 자신들을 착취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가사 노동자의 존재는 소수민족에 대한 페루 사회의 제도화된 억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가사 도우미로 일하는 여성의 수는 최소 50만 명이며 이 중 약 67%가 리마에서 일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고용 지침을 제시할 가사노동자법 (법령 27986)은 겨우 2003년부터 시행되었다. 이 법은 가사 노동자의 보수에 대한 권리, 사회보장, 연금, 최대 노동 시간(주 48시간)을 보장하고 있지만, 최저임금은 보장하지 않으며 많은 가사 도우미들은 오늘날까지도 자신들의 이런 권리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페루 여성취약인구부는 2017년 가사 노동자의 50%가 사회보장을, 46%가 건강 보험 혜택을 받고 있다고 보고 하면서 가사노동자법이 보장하는 권리와 준수율의 불균형을 지적했다.최근 사회복지 단체 카사 판치타(Casa Panchita)는 가사 노동자들의 교육과 지원에 전념하고 있으며, 그 외 단체들도 가사 노동자들의 차별적 상황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리마 남부의 프라이빗 고급 리조트 ‘플라야 아시아(Playa Asia)’에서는 가사 노동자가 오후 7시 이전에 바다에서 수영하는 것을 금지했었는데, 이곳에서 ‘오페라티보 엠플레아다 아우다스(Operativo Empleada Audaz, 용감한 가사 노동자 시위)’ 시위가 열리며 가사 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제한을 근절할 것을 요구했다. 인권 단체 메사 콘트라 엘 라시스모(Mesa Contra el Racismo)에 따르면, 인권 단체 회원들과 아티스트, 가사 노동자 사회복지 단체 사람들이 가사 노동자 복장을 하고 개인 해변으로 들어가 ‘페루에 만연한 민족적, 사회적, 문화적 차별’에 대항했다고 한다. 이들은 ‘바다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닌 모두에게 열려 있다’고 외쳤고, 가사 노동자 복장을 한 여성들은 “우리는 근로자이고 한 명의 시민이다” 라고 주장했다. 리조트 플라야 아시아를 따라 인간 띠를 형성한 시위대는 모두가 평등하게 페루의 해변가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을 향한 경멸적 태도는 여전히 남아 있다. 리마의 미라플로레스 (Miraflores)와 산이시드로(San Isidro) 등 부유한 동네 공원에서는 ‘나나’ 혹은 유모, 가사 노동자들이 모여 맡은 아이를 돌보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리마의 최대 일간지 <엘 코메르시오(El Comercio)>는 2015년 공공장소에 모여 있는 가사 노동자들을 대하는 리마 사람들의 편협적인 태도에 대해 다루기도 했다. “엄마는 항상 공원에 유모들이 너무 많다며 불평을 했어요.” 이 발언은 가사 노동자들이 공공장소를 출입할 권리에 대한 미성숙한 시선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다. 하위 계층 노동자들이 모여 일하는 모습을 보며 느끼는 불쾌감을 소리 없이 표출하고 있는데, 이는 명백한 혐오다. 이보다 더 극명한 차별의 흔적도 있다. 리마의 일부 프라이빗 클럽은 가사 도우미들에게 개별 화장실을 사용하도록 종용하며 이들을 지속적으로 멸시해왔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들은 우리에게 균이 있다고 해요.” 페루 가사 노동조합 신트라오가르프(Sintrahogarp)의 부조합장 엔레스티나 오초아 루한(Enrestina Ochoa Lujan)은 주장한다. 없어서는 안 될 존재지만 눈에 띄어서는 안 된다? 24시간 가족을 돌보지만 모습을 드러낼 수 없는 이 말도 안 되는 요구에 대해 가사 노동자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부유한 가족의 일부가 돼 운이 좋다고 생각할까? 교육과 부를 쌓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에 순종하기로 한 것일까? 미국의 짐크로 사우스(Jim Crow South, 1876년부터 1965년까지 존재한 미국 법으로 공공장소에서 흑인과 백인의 분리와 차별을 규정한 법) 시대와 유사한 점 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자신을 고용한 사람들에게 때때로 경멸당하는이 취약 계급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했다. 이 사진들은 지난 10년 동안 리마를 수없이 방문하면서 찍은 결과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