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 플라스틱으로 내장이 채워진 채 죽어가는 해양 동물과 생명을 잃고 쓰레기기 더미가 되어가는 플라 스틱 섬. 우리는 지금 눈앞의 시간만을 바라보며 살 아가고 있지만 우리가 보지 못한 지구 곳곳에서는 온 통 비극적인 소식뿐이다. ‘재활용 쓰레기 수출’이라 는 미명 아래 해외에 내다버린 우리나라의 쓰레기 1 천2백 톤이 반송되어 왔고 갈 곳 잃은 쓰레기들이 압 축되어 쌓여가고 있다. 매년 1백만 마리가 넘는 바닷새와 10만 마리에 이르는 포유동물과 바다거북 등이 플라스틱을 먹고 죽어간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 프>는 플라스틱과 스티로폼으로 뒤덮인 카리브해 의 모습을 보도한 바 있다. 다이버들이 사랑하는 아름다운 바다 카리브해 한편은 그렇게 쓰레기 섬이 되었다. 전 세계의 바다에는 현재 1억5천만 톤에 달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있고, 이는 2025년까지 3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바다를 떠도는 플라스틱은 예상치 못한 또 다른 문제를 야기했다. 바다를 건너 온 플라스틱 쓰레기에 붙은 ‘침입종’이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토착종을 멸종시킬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2016년 유엔환경총회 집계에 따르면 세계의 플라스틱 병은 4천8억 개에 달하며 2021년에는 5천8백30억 개로 증 가할 것이라 예상했다. 매년 수백만 톤의 플라스틱이 바다에 버려지고 있으며 이제는 수돗물과 사람들이 먹는 식재료에서도 발견되고 있을 정도다. 세계경제포럼은 이대로라면 2050년에는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 수가 많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플라스틱이 분해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수백 년. 결국 우리가 편리하다는 이유로 쉽게 쓰고 버리는 플라스틱은 쌓여가기만 할 뿐, 쓸모를 다한 플라스틱 제품들은 사라지지 않고 생태계 구석구석에 침투해 지구와 지구상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토록 비관적인 통계와 뉴스에도 불구하고, 지구가 수명을 다하는 속도에 비하면 미약하지만 그래도 희망적인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면봉, 빨대, 식기 등 열가지 제품을 만들 때 플라스틱 대신 친환경 대체 물질을 사용하는 계획을 내놓았고 2025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병의 90%를 수거하도록 규제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벌크 스토어’도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움직임이다. 식재료를 소분해서 팔지 않고 소비자가 개인 다회 용기를 가져와 필요한 만큼씩 구입하거나 천이나 유리, 종이 등 재사용이 가능한 용기에 담아 판매하는 등 일회용 포장재를 사용하지 않는 것. 현재 우리나라에는 벌크 스토어가 단 두 곳뿐 이지만 유럽에서는 이미 매장이 활발하게 늘어나고 있다. 서울에서 두 번째로 벌크 스토어 ‘제로 웨이스트샵 지구’를 연 김아리 대표는 “지구를 위해 불편을 감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닐이나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과정에서도 환경오염이 일어난다. 물론 온실가스에도 영향을 미치고. 종이 빨대가 불편하니까 플라스틱 빨대를 쓰고 싶은데, 그렇다고 미세먼지는 싫고. 이제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노력해야 할 때가 왔다. 우리 각자가 무엇이 됐든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해야 한다.”

France
KILOGRAMME 

프랑스 파리 생마르탱 운하와 뷔트 쇼몽 공원 사이에 위치한 ‘킬로그람’. 많은 식재료가 불필요하게 플라스틱과 비닐로 포장되어 판매되고 있다는데 문제의식을 느낀 이리스와 자비에 두 대표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지난해에 문을 열었다. 킬로그람은 소비자가 개인 다회 용기를 가져와 갖가지 유기농 로컬 채소와 과일을 구매할 수 있는 그로서리이기도 하지만 샴푸와 비누 같은 친환경 생활용품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DIY(Do It Yourself) 아틀리에를 함께 운영하고 있어 젊은 사람들에게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한쪽 공간에서 이곳의 식재료로 만든 간단한 음식을 즐길 수 있게 한 것은 킬로그람이 단순히 그로서리를 넘어 편안한 휴식 공간이 되길 바라는 두 대표의 마음이 담긴 배려다.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해 환경 운동가와의 간담회를 여는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주소 10 Rue de Meaux, 75019 Paris, France
영업시간 화 ~ 목 요 일 11:00~20:00, 금요일 11:00~20:30(브레이크타임 14:00~16:00), 토요일 10:00~20:30, 일요일 10:00~13:30, 월요일 휴업
문의 www.epiceriekilogramme.com, @epicerie_kilogramme

France
VRAC’N ROLL

프랑스의 ‘브라큰롤’은 몇 번의 클릭만으로 우리가 ‘그린 컨슈머리즘’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갖가지 유기농 식재료를 패키지 프리로 배송하는 온라인 서비스가 중심인데, 제품이 담긴 용기는 구매자가 두 달 동안 보유할 수 있고 반납하지 않을 경우 비용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장을 보러 갈 때마다 매번 무거운 개인 용기를 가져가는 게 불편하다는 ‘귀차니스트’들을 위한 아이디어다. 일반 그로서리에서 접할 수 있는 각종 곡물과 향신료, 오일과 와인 등 액체류에 이르기까지 선택의 폭이 꽤 넓다. 포장 비용이 없어 소비자는 배송 과정에서 5%에서 많게는 30%까지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유리와 천, 종이 등으로 제작한 용기는 깨끗하게 세척해 재사용한다.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자전거와 전기차로 이뤄지는 배송이라 당일 배송이 어렵다는 것. 더욱 편리하고 실용적인 시스템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 중이다. 쇼룸은 프랑스 리옹에 위치해 있다.

주소 254 Rue Francis de Pressensé, 69100 Villeurbanne, France (showroom)
영업시간 월·수·금요일 09:00~19:00, 화·목요일 09:00~21:00
문의 www.vracnroll.com, @vracnro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