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의한 곳

얼마 전까지 세계지도 안에서 물음표 가득한 곳이던 오만(Oman)이 최근 배낭여행자들을 시작으로 관광객들까지 사로 잡으며 꼭 가보고 싶은 곳으로 탈바꿈했다. 오만은 아라비아반도 남쪽 끝에 자리 잡은 1000km 길이의 거대한 땅으로, 앞으로는 바다에, 뒤로는 사막에 둘러싸여 있다. 얼마 전 이곳을 다녀온(그리고 곧 다시 갈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한 번 가보면 이 나라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될 거라고.

오만 수도 무스카트(Muscat)에 새로 생긴 무스카트 국제 공항에 착륙하는 순간부터 이곳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단지 기후 때문만은 아니다(오만은 4월부터 10월까지 더운 날씨가 지속된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사람들의 미소 때문이다. 오만 사람들은 모든 사람을 따뜻하게 반겨주며, 마치 비너스처럼 조용한 아름다움에서 비롯된 조화로움을 품고 있다. 북아프리카의 음악적 악센트의 영향을 받아 불협화음처럼 들리는 독특한 아랍어조차 사랑스럽다.

안정적인 정부와 원만한 국제관계를 기반으로 경제가 번영하고 있는 오만은 현재 전 세계에서 예외적으로 긴장감 없이 유쾌한 곳이다. 1970년부터 이 나라를 통치해온 절대군주인 술탄(Sultan) 카부스 빈 사이드 알 사이드(Qaboos bin Said al Said) 국왕은 현명한 아버지로 국민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이웃 국가인 아랍에미리트연방이 눈에 띄는 발전을 거듭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그는 열린 정책과 더불어 국가 성장을 통제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 결과 이곳에는 높은 고층 빌딩이 생길 필요가 없으며 종교적 극단주의는 금지되어 있고 환경보호가 최우선 과제다.

바쁜 일상을 잊고 오만에서는 여유로운 시간을 즐겨보자. 무스카트에서는 럭셔리한 호텔을 추천한다. 예를 들면 현지인이 좋아하는 곳 중 하나인 알 부스탄 팰리스 리츠칼튼 호텔(Al Bustan Palace A Ritz-Carton Hotel)의 해변가 정원에 서 달달한 카다멈 차 카락(karak)을 마셔보자. 수많은 쇼핑몰중 하나를 골라 명성 높은 구르메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바틸(Bateel)’로 가서 대추야자 디저트를 사쟁이는 것도 좋겠다. 모슬렘 여성들이 집을 나갈 때 착용하는 럭셔리한 블랙 의상 아바야(abaya)를 입어보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오만에는 관광객 복장 규정이 없는데 관광객에게도 엄격한 의복 규정을 적용하는 주변의 다른 아랍계 국가와 달리 오만이 별개의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시골 마을과 교외에서는 얼굴만 드러내고 형형색색의 천을 온몸에 두른 여성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정교한 터번과 함께 하얀 카프탄, 디시다샤(dishdasha)를 입은 남성들도 우아하다. 오만에서 입는 디시다샤는 목의 라인을 따라 얇은 장식 술이 달려 있는데, 오만인들은 외출하기 전 그 장식 술부에 향이 있는 에센스를 뿌리는 의식을 행한다. 그들의 전통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모든 곳이 엽서가 되는 풍경

오만은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다. 광활한 사막, 푹 파인 바위 안의 작은 협곡, 청명한 오아시스, 끝이 보이지 않는 해변가까지. 어디론가 이동할 때마다 극적으로 다른 경치가 펼쳐진다. 내륙의 절대적인 주인공은 역시 사막이다. 굵직한 붉은 모래로 뒤덮인 사막이 자리한 와히바 사구(Wahiba Sands)는 천막 텐트에서 머무르며 오프로드로 여행하기에 완벽한 행선지다. 모래 바다의 한가운데에 서면 잠시나마 내가 여행자임을 잊은 채 형언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역사의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는 해안 주변의 언덕과 고도 3000m의 산악 지대도 있다. 고대 수도인 니즈와(Nizwa)에서는 무어인 건축양식의 패러다임을 복원한 듯한 요새도 볼 수 있다. 보석을 조각해 넣은 듯 신비로운 에메랄드빛 계곡으로 이뤄진 암석 협곡들이 조화를 이루는 와디(Wadi, 평소에는 마른 골짜기인데 큰비가 내리면 홍수가 되나 물이 흐르는 강. 지하수가 솟아 물을 얻기 쉽고 다니기가 편리해 통행로로도 이용된다)에서 독특한 경치를 감상할 수도 있다. 와디 다이카(Wadi Dayqah)댐과 와디 바니 칼리드(Wadi Bani Khalid) 오아시스가 인기 명소이지만 트레킹 애호가들에게는 다른 옵션도 많다.

오만에는 바다도 있다. 바다가 아니라 바다‘들’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 오만만의 북쪽 끝자락에 자리 잡아 어촌 마을과 초자연적인 절벽으로 이뤄진 진한 푸른색의 무산담(Musandam) 반도가 그것이다. 무스카트에서 반대쪽으로 900km가량 떨어져 있는 남부 해안 쪽에 있는 항구도시 살랄라(Salalah)는 기나긴 해변에 둘러싸여 있다. 열대성의 투명한 바다색을 띠는 이 아라비아해를 좋아하는 여행객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어 오만 정부는 이미 규제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204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환경 계획에 착수했습니다.” 알 마흐리지(Al Mahrizi) 관광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발표했다. “우리는 자연 그 자체를 원하고, 우리의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너무 빠르게 변화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미래의 방문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알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어떤가, 정말 근사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