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동성애이야기 동성애 연애 데이트

첫사랑

A는 중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이 되며 처음 만났다. 귀여운 얼굴에 공부도 운동도 잘하고 클라리넷도 잘 부는 A는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 집이 같은 방향이라는 이유로 우리는 조금씩 가까워졌고, 같이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반에서 제일 친한 친구 사이가 됐다. 새 학기에 되자 A는 음악 동아리에 들어갔는데, 그때부터 같은 동아리의 3학년 선배 언니가 멋있다며 그 언니 이야기를 자꾸 하기 시작했다. 듣기 싫었다. 질투가 났다. A가 동아리 활동을하는 날에는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집에 같이 갔다. 그 언니가 우리 앞을 지나갈 때면 일부러 A에게 딱 붙어서 우리 사이에 아무도 끼어들 수 없다는 걸 보여주려 했다. 얼마 후 나는 내가 A를 좋아하는 감정이 우정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하지만 A에게 솔직하게 말할 수 없었다. 내 안의 혼란이 더 컸기 때문에. A와 나는 고등학교도 같은 곳으로 갔고, 나는 그 6년 동안 A를 좋아했다. 성격이 워낙 살가운 A가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할 때면 그 애도 나를 좋아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설레 밤을 지샌 적도 있었다. 대학교에 가면서 A는 학교에서 만난 남자와 연애를 시작했고 조금 먼 곳에 사는 나와는 지금도 친한 친구로 지낸다. 대학에 들어간 후 몇몇 남자들이 내게 대시했지만 친구 이상으로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나는 남자를 사귀는 대신 레즈비언 데이팅 앱을 깔았다. A는 내가 자기를 좋아했다는 걸 끝까지 몰라야 한다. B( 여, 23세, 대학생)

사랑의 모양

대학교 때 퀴어 퍼레이드에서 만나 7년째 연애 중인 나와 애인의 연애기는 여느 커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성격 차이로 자주 다투던 초반 1~2년, 권태기를 극복한 3년 차를 지나니 취업 준비에 바빠졌고 힘든 시기를 비슷하게 겪으며 안정된 연애가 이어졌다. 둘다 고향을 떠나 자취하던 차에 스스로 월세를 벌 수 있게 되면서 2년 전부터 동거하기 시작했다. 나와 애인 모두 오픈 퀴어이고 겹치는 친구가 많아서 우리 관계를 모르는 친구들은 거의 없는데 가족은 예외다. 어차피 이 나라에서 우리가 결혼할 일은 없을 것이고, 부모님은 어릴 때부터 남과 다른 구석이 많던 내가 고분고분히 결혼하지 않을 거라는 점은 직감하고 계실 테니 이대로 살아도 나쁠 게 없다. 우리는 매년 휴가를 서로 맞춰 여름과 겨울에 2주씩 여행을 떠난다. 해외에 있을 때 훨씬 편하긴 하다. 한국은 거리에서 동성의 애인에게 애정 표현을 하기에 편한 곳이 아니고, 내 애인이 그 시선을 극도로 경계하기 때문에 퀴어 프렌들리한 곳이 아니면 편하게 데이트할 장소가 없으니까. 올해 여름은 발리행 티켓을 끊었고, 우리는 어제 커플 비키니를 샀다. S( 여, 31세, 디자이너)

잘 부탁합니다

클럽에서 일하면서 특이하고 매력적인 사람을 많이 봤지만 H는 달랐다. 내게 술을 주문하고 눈이 마주친 순간 H도 나와 같은 감정을 느낀 것 같았다. 친구들이 모두 춤을 출 때 H는 바 근처를 떠나지 않았고 우리는 많은 대화를 나눴다. H는 캐나다인이고 직업은 기간제 교사다. 음악 소리 때문에 서로를 향해 몸을 기울이고 귓속말을 나눌수록 나는 H가 더 알고 싶어졌고, 게이 데이팅 앱으로 알게 된 수많은 사람이 한순간에 시시해졌다. 그날 우리는 함께 내 집으로 향했다. 남자끼리 하는 연애가 다른 점을 굳이 꼽으라면 싸울 때 스케일이 조금 크다는 것. 언젠가는 주차용 고깔을 집어던져서 나란히 경찰서에 다녀온 적도 있다. 둘 다 성격이 불같아서 많은 일이 있었지만 H와 나는 올 해로 5년째 연애 중이다. 안다. 이 세계에서는 거의 멸종 위기종 수준으로 희귀한 관계라는 걸. H가 중간중간 캐나다로 돌아갔다 와야 하는 탓에 더욱 애틋한 감정이 유지되는 것 같다. 올여름 나는 H의 가족을 만나기 위해 캐나다에 간다. 커밍아웃 이후 부모님과 소원한 나로서는 이게 얼마나 소중한 기회인지 잘 안다. 그날을 위해 수트도 한벌 맞췄다. 나 잘할 수 있겠지? D( 남, 36세, 디 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