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의 맛>

한 소년이 물리치료를 목적으로 간 수영장에서 우연히 알게 된 소녀에게 수영을 배우며 소녀와 수영 모두에 빠져드는 모습을 그린 그래픽 노블이다. 작가는 수영장이라는 공간이 갖는 아득한 분위기와 주인공의 감정을 연결한다. 우리는 종종 어떤 감정 상태에 빠져 헤어날 수 없을 때 깊은 물속을 헤엄치는 것 같다고 느끼지 않는가. 사람을 붕붕 뜨게하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숨까지 턱 막히게 하는 수면 아래의 세계는 이제 막 사랑에 눈뜬 소년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공간이다. 어쩐지 염소의 맛은 마냥 짜지만은 않을 것 같다. 바스티앙 비베스 | 미메시스

<스무스>

중학생 때 바다에 빠진 경험 이후로 스스로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온 저자는 자신의 편견이 잠재력을 누르고 있다는 걸 깨달은 스물여덟 나이에 수영을 배우기 시작한다. 수영을 배우는 모든 날이 의미 있는 건 아니었지만, 크고 작은 경험을 섬세하게 기록하고 다듬는 과정에서 그는 같은 거리라면 직선으로 곧장 도달하기보다는 물결처럼 흐르며 향하는 삶을 따르기로 한다. 수영장에서의 물결이 삶의 물결로 이어진 것이다. 그렇게 뭐든지 스무스하게 해낼 것 같은 얼굴로 그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생활에도 물결이 있나요?” 태재 | 독립출판

<수영하는 여자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강제 폐쇄될 위기에 놓인 지역 주민의 쉼터 ‘브록웰 리도’. 이를 계기로 리도를 지키려는 여든여섯 살의 로즈메리와 리도 폐쇄에 관한 기획기사를 쓰러 온 스물여섯살의 케이트가 만나 서로의 생각과 삶을 공유하게 된다. 모두가 평등해지는 공간이자 일상에서 벗어나지 않고도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휴식처리도. 그들이 지켜낸 공동체의 가치는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기 쉬운 현실에서 작은 행동이 모여 세상을 바꾸는 기적과도 같은 희망을 되새긴다. 리비 페이지 | 구픽

<The Swimming Pool>

미국의 스트리트 포토그래퍼 디아나 템플턴. 그는 남편이 나체로 집 수영장에 뛰어든 모습을 촬영한 몇 장의 사진을 보며 물을 통과해 몸에 반사된 빛에 매료되었고, 나체로 수영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The Swimming Pool>에 담았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빈 캔버스 같은 몸으로 유영하는 사진 속 인물들은 평온하고도 자유로워 보인다. 그는 말한다. “내가 스위밍풀 작업을 하며 정말 마음에 들었던 것은 고요함 그리고 수영하는 사람과 일대일로 상호작용할 수 있었던 점이다.” Deanna Templeton | Um Yeah Arts. by 이라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