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유튜버

재킷 르메르(Lemaire), 안에 입은 티셔츠 코스(COS).

나비처럼 더 나빌레라

<나비언니의 맛깔리즘>을 만드는 가수 나비

데뷔 11년 차 가수이자 데뷔 1년 차 새내기 유튜버. 절절한 이별 노래로 상징되는 가수이면서 동시에 차진 멘트와 솔직함, 관종력으로 라디오계에서 고정 1순위를 자랑하는 패널이기도 하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내 맘대로 노래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유튜브 계정 <나비언니의 맛깔리즘>을 개설했다. 출연도 촬영도 편집도 자막도 모두 혼자 다 하지만, 외롭지도 슬프지도 않다는 나비를 만나 유튜브 콘텐츠를 만드는 일과 무대가 아닌 코인노래방에서 노래하는 일에 관해 물었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으며, 더 재미있다고 답했다.

<나비언니의 맛깔리즘> 구독자 중 한 명이다. 라이브를 그대로 담은 영상도 있지만, 고난도 편집을 요하는 영상도 있던데, 모두 직접 만드는 건가? 연예인이 운영하는 유튜브 계정은 편집자가 따로 있을 거라는 선입견이 따르기 마련이다. 기획, 촬영, 편집 모두 혼자 한다. 이거 하겠다고 유튜브에서 강좌 보고 배운 거다. 어려울 것 같았는데 편집이 생각보다 재미있더라. 새로운 적성을 찾은 것 같아 신난다.

Q&A 콘텐츠에서 뮤지션으로서 반복되는 생활을 벗어나고 싶어서 유튜브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음반 나오면 음악 방송 돌고, 행사 돌고 하는 패턴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다양한 방식이 있겠지만, 그중 유튜브를 선택한 건 ‘내가 하고 싶은 걸 내 맘 대로 할 수 있으니까’ 하는 이유가 가장 컸다. 어떤 것이나 누군가에게 얽매이지 않고 내가 보여주고 싶은 걸 해보고자고 마음먹고 시작한 거다. 내가 2008년에 데뷔했기 때문에 10대들은 나를 모를 가능성이 높다. 유튜브의 주 시청층인 10~20대에게 내 노래를 들려주고 싶어서 시작한 면도 있다.

처음 올린 콘텐츠가 코노(코인노래방)에서 노래하는 영상이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공연장이나 방송 무대에서만 노래하는 가수가 코노에서 노래하는 모습이 꽤 생경하고 참신했다. 그동안 다양한 무대에서 라이브로 노래했지만 노래방에서 생으로 라이브를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다듬어지지 않은 날것의 라이브를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에 찍은 영상이다. 무슨 노래를 부를지 고민했는데, 블랙핑크가 핫하니까 ‘뚜두뚜두’를 부르면 사람들이 많이 보겠지 싶어서 그걸 불렀다. 첫 영상인데도 나름대로 조회 수도 꽤 높았다.

구독자들의 의견을 꽤 잘 수렴하는 유튜버다. 구독자의 반응을 살펴봤을 때, 요즘 사람들은 어떤 영상을 좋아하는 것 같나? 노래하는 영상으로 생각해보면 알아듣기 어려운 노래보다 요즘 차트에 있는 핫한 곡을 좋아한다. 그리고 여자가 남자 노래를, 혹은 남자가 여자 노래를 재해석해 불렀을 때 좋아하고. 당연히 고음 파트가 확실히 있는 곡이 반응이 뜨겁다.

본인의 영상을 구독하는 사람들은 어떤 성향일 거라고 생각하나? 나와 소통하는 사람들을 보면 성격이 나랑 비슷한 면이 많은 것 같다. 진지한 것보다는 웃긴 걸 좋아하고, 어둡기보다 밝은 성향의 사람.

음악 콘텐츠가 있기는 하지만 유튜브 세계에서는 가수로 활동할 때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노래한다. 방송에서는 제한이 많았다. 한정된 시간에 여러 팀의 곡이 방송돼야 하니까 곡의 길이를 3분 이내로 끊어야 하고, 노래도 내가 부르고 싶은 곡보다 타이틀 곡을 불러야 했다. 그런데 유튜브 세계에서는 내가 좋아하고 부르고 싶은 노래를 맘껏 부를 수 있고, 틀려도 다시 할 수 있어서 좋다. 물론 조회 수는 다른 문제지만.

완벽히 세팅된 무대에 오르다가 코노 같은 장소에서 노래를 부르는 상황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나? 처음부터 그런 걱정은 없었다. 워낙 두려움 없는 성격이고, 새로운 시도를 좋아한다. 데뷔 이후에 길거리에서 버스킹을 한 적도 있는데, 돌발 상황이 나올지도 모르는 날것의 무대도 즐기는 편이다. ‘나는 왜 이런 곳에서 노래해야 해’라는 생각을 버리면 어디서든 즐거워진다. 앞으로도 새로운 곳에서 계속 노래를 하고 싶다. 코노든, 샤워 부스 안이든, 길거리든.

그 때문일까?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망가지는 모습을 편집하거나 지나치게 조심스러워하는 면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유튜버나 BJ랑 협업하는 것도 좋아한다. 인기 연예인이라면 걱정되거나 조심스러울 수 있는 부분이지만 나는 그냥 한다. 실시간으로 불쾌한 댓글이 올라오거나 BJ들이 짓궂은 말을 하기도 하지만, 나는 오히려 되받아치는 편이다. <나비언니의 맛깔리즘>을 구독하는 사람들도 그런 내 모습을 좋아해서 보는 거라고 생각한다.

댓글도 다 확인하나? 모두 읽는다. 답변할 때도 있고. 콘텐츠를 올리고 끝이 아니라 내 채널을 보는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댓글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이버 세상이지만 여기서 사람들과 같이 살아가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라디오나 유튜브에서 자신을 종종 ‘관종’이라 칭할 때가 있다. 유튜버로서 ‘관종력’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 관종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게 미운 애들이 있다. ‘어휴, 재수 없어’ 하는 생각이 드는. 반대로 뭘 해도 귀엽고 정이 가는 사람이 있다. 그게 자신을 포장하느냐 아니냐의 차이인 것 같다. 나는 나를 나답게 보여주고 싶어 하는 쪽의 관종이다.

나비라는 인물에 관해 사람들이 떠올리는 이미지가 극단적이다. 진지하고 애절한 이별 노래를 하는 모습과 라디오나 예능 프로에서 차진 멘트를 날리는 유쾌하고 시원 시원한 성격의 언니 같은 모습. 유튜브 채널에는 이 두 가지 모습이 모두 담겨 있다. 라디오에서 생긴 별명이 있다. 노래할 땐 나비, 멘트할 때는 나방. 노래할  때는 진지한데 말만 하면 나방 같다고 누군가가 지어준 별명인데, 난 그 별명을 무척 좋아한다. 그게 실제 내 모습이다. 가식적인 것보다 솔직한 게 좋지 않나. 앞으로도 내 채널에서는 두 가지를 놓치지 않고 가져가려고 한다.

친근하면서 차진 말투는 언제부터 쓰기 시작한 건가? 어릴 때부터 그랬다. 컨셉트를 잡고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고, 내 안에 있던 또 하나의 내가 나온 거라고 보면 된다. 이 말투가 나오고 안 나오고는 대화하는 상대에 달렸다. 주말마다 출연하는 라디오 프로 <정오의 희망곡 김신영입니다>에서는 신영 언니가 더 세게 받아주니까 나도 모르게 더 과해지고, 진지하게 받아주는 사람 앞에서는 말투가 딱딱해진다. 그런데 주변 친구들 모두 말투가 나랑 비슷해 보자마자 ‘어머, 세상에 웬일이니’ 등 추임새 같은 말로 대화를 시작한다.

가수로 무대에 오를 때와 평소 텐션의 차이가 클 것 같다.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다. 슬픈 노래를 하는데 사람들을 웃게 만들 수는 없으니까. 그런데 콘서트장에서도 중간중간 멘트할 때면 나도 모르게 평소 말투가 나온다. 괜히 농담하고 웃기려고 한다. 그래서 내 콘서트에 오는 사람들은 노래도 노래지만, 토크 때문에 오는 경우도 많다.

밝고 유쾌한 텐션의 원천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타고난 성격, 좋은 사람들, 맛있는 음식, 즐거운 술자리. 술자리에 가면 기분이 더없이 들뜨고 유쾌해진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정한 좌우명이 있는데, 너무 진지해지거나 철들지 말자는 것이다. 뭐든지 진지하게 받아들이려다 보면 몸이 긴장하고 사람이 딱딱해지기 마련이다. 나는 나이가 들어도 그러고 싶지 않다. 몇 년째 학교에서 강의도 하고 있는데, 학생들 앞이라고 괜히 무게 잡지 않는다.

누나보다 언니 같은 사람이길 바라는 것 같다. 라디오에서도 ‘언니가’라는 말을 많이 쓰더니, 유튜브 계정 이름도 나비 누나가 아니라 <나비언니의 맛깔리즘>이라고 지었다. 남자 팬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런데 왠지 언니이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다. 인터뷰에서 어떤 가수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수없이 답한 말이 있다. 언니 같은, 혹은 친구 같은 존재가 되어 듣는 사람들과 같이 나이 들어가고 싶다는 말이다. 내게는 친근한 이미지의 상징이 언니인 것 같다. 뭐, 걸크러시까진 아니지만 속  시원하게 할 말 다 해주는 언니 같은 이미지를 좋아한다.

그런 이미지가 좋게 소비될 때도 있지만,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다. ‘여자가’라는 이유로. 이전부터 ‘발라드 가수는 이래야 한다’, ‘여자 가수는 이래야 한다’라는 틀이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나는 신인 때부터 그런 틀에서 이미 벗어나 있었다. 회사에서 크게 가둬두지도 않았고, 그런 벽이 있었다 해도 내 성격에 가만있지 않았을 거다. 오히려 나는 솔직하고 유쾌한 내 모습을 더 보여줄 공간을 찾고 싶은 쪽이었다. 사람들의 부정적인 말은 처음부터 내 관심사가 아니었다. 물론 모두가 날 인정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그렇지만 거기에 신경 쓰거나 그들의 기호에 맞추고 싶지 않고 나대로 살고 싶다, 이효리처럼.

이효리와 생각이나 태도의 결이 잘 맞을 것 같다. 이효리나 이하늬 같은 여성을 좋아한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일도 열심히 하고, 멋있게 살아가는 유쾌한 사람.

그럼에도 절절한 발라드를 부르는 모습도 계속해서 보여줄 예정인가? 특유의 맛깔난 창법으로 발라드를 부르는 나비의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이다. 그런 노래를 할 때는 최대한 슬픈 감정을 담으면서 나만의 스타일로 노래하려고 한다. 처음 노래를 배울 때 기술, 테크닉, 발성, 호흡, 고음 위주로 배웠는데,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노래 잘한다. 그런데 맛이 없어”라는 말을 듣게 됐다. 내가 어릴 때부터 맛깔난다는 표현을 많이 썼는데, 노래도 맛깔나게 부르고 싶었다. 그래서 여러 시도를 한 끝에 지금의 창법을 완성했다.

‘맛깔남’.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단번에 이해되는 말이다. 나의 모토다. 뭘 하든 맛깔나게 한다.

나비 유튜버

재킷 르메르(Lemaire), 원피스 에트로(ETRO), 부츠 마르니(Mar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