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와인은 좀 다르다. 유럽에서는 포도를 발효한 술을 와인이라고 부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포도, 감, 복숭아, 사과, 머루 등 국산 과일을 발효해 술을 빚고 과일 이름을 앞에 붙여 ◦◦ 와인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한국에서 와인은 ‘한국 땅에서 나는 과실로 발효 과정을 거쳐 만든 주류’다.

우리나라에도 세계의 유명 와인 산지처럼 와이너리가 몰려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충북 영동. 이곳에는 40여 곳의 와이너리가 터를 잡고 있다. 내륙 산간 지방으로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풍부해 포도를 재배하기 알맞은 조건을 갖춘 것은 물론이고, 토양의 질이 좋아 포도뿐 아니라 사과, 복숭아, 감 등 과일의 당도가 높기로 명성이 자자하다. 전국 방방곡곡의 우리 술 양조장을 체험하며 관광할 수 있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찾아가는 양조장’ 프로그램에 올해 4개의 양조장이 추가됐는데, 이 중 충북 영동의 와이너리 ‘도란원’과 ‘여포와인농장’을 찾았다.

도란원은 한국에서 재배하는 포도 품종의 특성을 살려 고유의 와인을 만들고 있다. 포도 재배에 알맞은 환경에서 기른 영동 포도를 참나무 통과 대나무 통에서 발효해 특별한 와인을 생산한다. 도란원의 ‘샤토 미소’는 ‘기쁜 순간 미소와 함께하고 싶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다양한 샤토 미소 와인 중 흥미로운 와인은 샤토 미소 레드 프리미엄 드라이. 머스캣베일리에이(MBA)와 산머루, 캠벨얼리를 블렌딩한 와인으로 익숙한 캠벨얼리의 달콤한 향이 훅 퍼지는가 싶더니 이내 묵직한 맛이 긴 여운으로 남는다. 대표 와인인 샤토 미소 로제 스위트 또한 새콤달콤해 디저트 와인으로 손색없다.

여포와인농장은 우리나라의 다른 와이너리와 달리 새로운 품종을 찾아 새로운 와인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는 곳답게 다양한 품종의 포도를 키우고 있다. 이곳에서는 50여 종의 포도를 재배하고 연구한 끝에 화이트 와인 ‘여포의 꿈’을 선보였다. 여포의 꿈은 고대 포도 품종인 머스캣오브알렉산드리아에 청포도를 블렌딩해 1년간 저온 숙성을 거쳐 완성했다. 마셔보니 살구와 배, 꽃 내음이 향긋하고 부드러운 산미가 느껴져 기분이 좋았다. 여포와인농장이 주류업계에 알려지는 계기가 된 이 와인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대통령 보좌관을 위한 청와대 만찬주로 나파밸리의 화이트 와인과 나란히 선보이기도 했다. 충북 영동으로 여행을 떠난다면 ‘와인 투어’를 주제로 두 와이너리와 와인 문화 공간인 영동와인터널을 방문해보는 것은 어떨까? 프랑스나 미국의 와이너리에서는 볼 수 없는 구수하면서도 색다른 풍경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