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신영 에나스쿨

스커트 에이치앤엠(H&M), 레터링 티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일상 같지 않은 일상을 사는 황신영

<에나스쿨>의 황신영

놀람과 경악으로 시작해 감탄, 웃음, 그리고 다시 경악으로 끝나는 춤을 추는 개그우먼 겸 유튜버 황신영. <개그콘서트>의 ‘댄수다’ 코너에서 경이로우면서 기괴한 안무로 주목받았지만, 주어진 기획 안에서 연기를 해내야 하는 코미디 신의 방식과 맞지 않아 과감히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그리고 남편의 권유로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분수쇼에 맞춰 춤추는 영상을 올렸는데, 이른바 대박이 터졌다. 그때부터 표현하기 어려운 대본을 공부하는 대신 평소에 친구들을 웃기던 모습을 그대로 담은 유튜브 계정 <에나스쿨>의 선생님이 되었다. 이름보다 <에나스쿨>로 잘 알려진 구독자 15만 명을 거느린 유튜브 스타 황신영을 만났다.

유튜브에 영상을 올려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나? <개그콘서트>를 하다가 잠깐 정체기가 왔다. <개그콘서트>식 논법으로 누군가를 웃기는 연기에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고민하다가 잠깐 쉬겠다고 하고 휴학한 학교로 돌아가 무용을 했는데, 그때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연애 한 달 만에 결혼했는데, 남편은 내가 어디서 어떤 춤을 추든 창피해하는 게 아니라 좋아하고 영상까지 찍어주더라. 유튜버가 돼보는 건 어떠냐고 제안한 사람도 남편이다. 나는 짜인 각본에 맞춰 웃기는 것보다 일상에서 노래나 춤으로 웃기는 걸 좋아했는데, 그게 유튜브와 잘 맞을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분수쇼에 맞춰서 춤추는 걸 찍은 짧은 영상을 하나 올려봤는데, 그 영상의 조회 수가 3천만 뷰나 나왔다. 그때 바로 시작했다.

그럼 처음에는 잘될 거라는 기대가 아예 없었던 건가? 그렇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사실 나는 그게 일상이라 내 주위 사람들이나 웃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웃을지 의구심이 있었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는 내 춤이 엄청 특이하고 웃긴 거더라.

그게 <에나스쿨> 콘텐츠의 특이점이기도 하다. 올리는 사람은 일상 브이로그라고 생각하는데, 보는 사람은 일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콘텐츠. 29년을 살면서 처음 알았다. 내 일상이 특이하다는 걸. <에나스쿨>을 한 뒤로 ‘여자 유세윤’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혹시 영어 이름이 에나인가? <에나스쿨>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지은 건가? 유튜브를 하려고 보니까 이름을 어떻게 지어야 할지 고민됐다. 그러다 전에 무용을 배울 때 했던 추임새가 생각났다. 친구들이 힘들다고, 못 하겠다고 할 때마다 기운을 주겠다고 웃긴 무용 선생님처럼 ‘에나 원, 에나 투’ 하고 추임새를 넣어 웃긴 적이 있다. 그걸 이름으로 쓰면 되겠다 싶었다. 나중에 댄스 학원을 하고 싶은 꿈을 담아 스쿨을 더해 지은 이름이다.

<에나스쿨> 콘텐츠를 만들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이 있나? 꼭 지키는 것 혹은 절대 하지 않는 것.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불편하고 불쾌하게 생각하는 건 안 하려고 한다. 누구를 과하게 놀리거나 깎아내리는 일이나 너무 위험한 일 등. 구독자 중 어린아이도 많아서 애들이 보고 따라하면 안 될 것 같은 것도 안 한다. 최대한 그 점을 많이 고려한다.

영상이 대부분 즉흥적으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몇몇 영상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즉흥적으로 찍은 거다. 분수대를 지나가다 갑자기 남편한테 “오빠, 나 춤추고 싶어. 찍어줘”라고 말하고 시작하는 식이다.

촬영은 대부분 남편이 하나? 카메라 밖에서 들리는 남편의 웃음소리에 따라 웃게 된다는 사람들도 많다. 남편이 거의 찍어준다. 그런데 영상마다 남편 웃음소리가 들려서 구독자들이 남편이 웃음이 많은 사람 아니냐는 말도 하는데, 생각보다 냉정하다. 안 웃기면 절대 안 웃는다. 그래서 남편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웃을 때까지 다시 찍는다. 그래서 모든 영상에 남편 웃음소리가 담기는 거다. 그 결과를 얻기까지 꽤 치열하게 춤춘다.

혹시 철저하게 계획한 콘텐츠도 있나? 거의 없다. 사람들이 내 영상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짠 듯한 느낌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러 일상처럼 보이려고 하면 오히려 어색하다. 진짜 계획하지 않아야 자연스럽게 웃긴 영상을 얻을 수 있다.

그럼 항상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나? 어디서 춤추고 싶을지 모르니까. 대부분 휴대폰으로 찍는 거라 사실 대단한 장비를 구비할 필요도 없다. 어떤 유튜버는 한 달을 계획하고 찍는 경우도 있다던데, 나는 한 달은 고사하고 오늘 뭘 찍을지도 모르는 상태로 하루를 시작한다.

콘텐츠가 대부분 1분 내외로 짧고 간결하다. 콘텐츠 스타일 자체가 장황하게 앞뒤 설명을 하기보다 그 순간 재미있는 걸 찍기 때문인 것 같다. 내 콘텐츠는 40~50초 내외로 짧게 웃기는 것이 특징이다. 1분만 넘어도 영상을 다음으로 넘긴다. 다만 Q&A나 풀 버전으로 올려달라고 하는 건 길게 올리기도 한다.

 

 

<에나스쿨>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떤 성향인 것 같나? 댓글에 모든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공부를 열심히 하고 집에 가는 길에, 독서실에서 머리 식힐 때, 육아에 지쳤을 때, 유독 고된 하루를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 내 영상을 본다는 사람이 많다. 힘든 하루의 스트레스를 짧은 순간에 해소하고 싶은 사람들이 <에나스쿨>을 구독한다고 생각한다.

많이 보이는 댓글 중 하나가 ‘에나스쿨에 한국은 너무 좁다’는 말이다. 혹시 해외 진출도 생각하고 있나? 대만, 베트남, 브라질, 미국 등에서 인터뷰 제안을 받은 적은 있는데 정식으로 진출해야겠다는 생각은 아직 안 해봤다. 사실 해외여행 가서 춤추는 콘텐츠 때문에 사람들이 내가 영어를 잘한다고 착각하는데, 제대로 들어보면 ‘Nice’랑 ‘Oh my goodness’밖에 안 한다.

가장 인기 많은 콘텐츠가 시어머니가 등장하는 영상이다. 처음에 아빠가 나왔었다. 사실 의도한 건 아니고 내가 평소처럼 춤을 추는데 뒤에서 TV 보는 아빠 모습이 걸쳐 나온 것뿐이다. 그런데 딸이 옆에서 그렇게 격한 춤을 추는데도 무심하게 TV만 보는 아빠의 모습을 보고 웃기다는 사람이 많더라. 그래서 결혼 후에는 시어머니와 콘텐츠를 조금씩 찍어봤다. 찾아뵐 때마다 재미있게 해드릴 게 없을까 늘 생각하는데, 공원에서 앞구르기를 하거나 ‘오나나’ 댄스를 추는 식이다. 처음에는 깜짝깜짝 놀라셨는데, 반복되니까 아빠처럼 익숙해지시더라. 심지어 어느 순간부터는 즐기기도 하신다.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내 춤과 함께 영상으로 찍었는데, 반응이 꽤 좋았다. 감히 시어머니 앞에서 텀블링을 하고 춤을 추는 자신감을 좋아해주는 것 같다.

맞다. 손들고 자기 의견을 말하는 것도 주저하는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일인 거다. 그래서 궁금했다. 부끄러움이란 감정이 과연 있긴 한 걸까? 아마 나보다 찍는 남편이 더 부끄러울 거다. 나는 카메라만 있으면 괜찮다. 수영장이든 길거리든 공원이든 카메라 앞에서 추는 거라고 생각하면 그다지 부끄럽지 않다.

타고난 기질인 것 같다. 그런 것 같다. 카메라를 켜면 뭔가 하고 싶다. 계속 웃기고 싶고.

<에나스쿨>의 콘텐츠야말로 진정한 ‘저세상 텐션’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디서 발현되는 건가? 저세상 텐션? 사실 그런 말도 <에나스쿨> 하면서 처음 들어봤다. 나는 평생을 이렇게 살아왔다. 어릴 때부터 친구들 앞에서 개인기 50개씩 하고 그랬다. 그런데 이 정도면 이 세상 아닌가?

그런 생각이라면 텐션을 높이려고 굳이 노력하는 것도 없을 것 같다. 목소리 톤이 조금 높아지는 걸 제외하고는 딱히 없다. 물론 24시간 내내 춤추고 노래하진 않는다. 그러면 죽는다.

그럼 진짜 저세상 텐션이 나오는 순간은 언제인가? 잠 많이 잤을 때? 그리고 내 춤에 한 사람이라도 웃을 때. 어디서 춤을 추는데 보는 사람 중 한 명이라도 웃으면 괜히 힘이 나서 옆에 있는 사람들까지 다 웃기고 싶어진다.

개그라는 코드는 같지만, 개그맨으로 방송이나 행사 무대에 오르는 것과 유튜버로서 콘텐츠를 만드는 건 차이가 꽤 클 것 같다. 많이 다르다. 방송에서는 그날의 주제나 기획에 맞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면, <에나스쿨> 안에서는 자유롭게 언제든 내 모습을 보여주는 식이다. 개인적으로는 내 모든 일상을 다 보여줄 수 있는 유튜브가 더 잘 맞는 것 같다. 이게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것일이기도 하고.

앞으로 찍어보고 싶은 콘텐츠가 있다면? 아이돌에게 춤을 알려주는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다. 약간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게스트로 방탄소년단을 초대하고 싶다. 그동안 너무 멋있고 잘하는 춤만 췄으니까 내 식대로 웃기게 안무를 짜주고 싶다.

몸에서 흥이 얼마나 차지하고 있나? 92%(웃음). 좀 쉬면서 충전도 해야 하니까 8%는 남겨두겠다.

그런데 엉덩이는 괜찮나? 모든 춤의 시작과 끝에 엉덩이를 차지게 때린다. 다행히 아픈 적은 없다. 엉덩이에 멍이 들 때는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