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고민

Q1 영어, 얼마나 잘해야 할까

경직되고 답답한 국내 회사의 분위기가 맞지 않아 퇴직서를 늘 품고 다니는 주임입니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 훨씬 자유롭더라고요. 외국계 회사로 이직하고 싶지만, 영어를 잘 못해서 주저하고 있습니다. 외국계 회사에 가려면 영어를 얼마나 잘해야 하는지, 외국계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한 영어 공부 팁을 공유 해주세요. from 영잘못 최 주임

신 차장 현재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유럽계 회사에 다니고 있어요. 해외에서 연수한 적은 없고, 오로지 한국에서만 영어 공부를 했어요. 본사 동료들도 외국어인 영어가 능숙하지 않아서 제 완벽하지 못한 영어가 크게 문제 되지 않는 편이에요. 처음에는 전화가 올 때 조마조마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지만, 곧 통화하다가 막히면 서로 이메일로 소통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곤 했어요. 서로 의사소통만 되면 큰 문제는 아니잖아요? 이 과장 그런데 신 차장님은 영어를 잘 하지 않았는데도 외국계 회사에 어떻게 입사하셨어요? 신차장 제가 처음에 입사할 때 맡은 포지션이 영어가 많이 필요하지 않은 업무였는데, 몇 년 뒤 외부 고객이나 변호사를 상대하는 포지션으로 바뀌면서 영어 때문에 본격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됐죠. 그런데 영어를 더 많이 쓰는 포지션으로 옮길 수 있었던 이유는 제 욕심과 좋은 타이밍이었지 절대로 영어를 잘해서는 아니었어요. 이 과장 저도 한국에서만 영어를 공부한 케이스고, 회화 학원조차 다녀본 적 없어요. 토익 학원만 한 달 정도 다녔나? 처음에 영어를 잘하지 못해 외국계 회사에 갈 수 있을까 스스로 의문이었어요. 그런데 결론은 저와 비슷한 기간 영어에 노출돼 학습한 수준이라면 외국계 회사에 갈 수 있어요. 왜냐하면 최 주임님과 같은 주니어의 인터뷰는 정해진 예상 질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달달달 외우면 합격 가능해요. 제가 그렇게 해서 입사했거든요. 입사 후에도 예상보다 괜찮았어요. 영어 문서를 주로 보는 업무였거든요, 회화를 못해서 문제지(웃음) 메일과 업무에 필요한 문서도 대부분 반복되는 표현을 주로 쓰니까요. 김 부장 다만 한 가지 덧붙이면 직급이 높아질수록 의사 결정을 하고 본사에 보고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영어가 유창할수록 유리하죠. 외국계 회사는 본사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승진에 큰 영향을 주니까요. 그래서 외국계 회사에서 계속 커리어를 쌓고 싶다면 미리 영어 공부를 해놓을수록 좋아요. 다른 분들은 영어 공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신 차장 저는 흥미 있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예를 들어 유명한 미국 드라마인 <프렌즈>의 2백 개 에피소드를 일곱 번씩 봤는데, 처음에는 자막이 있는 버전으로 보다가 나중에는 자막 없이 반복해서 보고 또 봤어요. 그리고 <해리 포터> 시리즈도 세 번씩 봤어요. 처음에는 60%만 이해해도, 또 읽으면 70% 이해하고 세 번째 읽으면 80% 이해하거든요. 이렇게 하다 보니 7권이 나왔을 때는 너무 재미있어서 이틀 만에 다 읽었어요. 이렇게  좋아하는 것을 하나씩 끝내고 나니 영어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스스로 체감할 수 있었어요. 김 부장 저는 교환학생으로 외국에 다녀왔고 처음부터 영어를 많이 활용하는 직무로 입사했기 때문에 평균보다 영어를 잘하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꽤 많은 분량의 보고서를 영어로 작성해야 하는 외국계 투자 은행의 애널리스트로 일하다 보니 네이티브 스피커가 아닌 사람이 사용하는 표현에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잘 써놓은 보고서를 미친 듯이 읽고 계속 필사했어요. ‘이러한 경제 상황은 이렇게 표현할 수 있구나’ 하는 등 활용할 수 있는 표현들을 항상 노트에 베껴 쓰고 업무에 바로바로 써먹었어요. 요즘도 영어 기사나 원서를 읽을 때 좋은 표현이 있으면 늘 메모해요. 이 과장 저는 두분과 달리 혼자 하기보다 여럿이 같이 하면 능률이 높아지는 스타일이라 스터디 그룹을 활용했어요. 시간을 따로 내기보다는 1시간이 좀 넘는 회사의 점심시간을 이용해 좋아하는 영어 잡지 외우기 모임에 일주일에 한 번 참여했어요. 짧은 기사를 발췌해서 외우면 5분 정도면 충분하니, 점심을 먹으며 서로 외우기 테스트를 했죠. 5분 정도 외우려면 며칠을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공부할 양은 많았어요. 스터디를 위해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라 기대보다 효과가 제법 좋았고요. 일종의 ‘느슨한 사람의 효과’를 이용한 것이죠. 김 부장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소위 말하는 스펙이 비슷한 경우에는 당연히 영어를 잘하는 사람을 뽑아요. 하지만 아무리 외국계 회사라도 영어가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능력이 좋은 사람과 능력은 없고 영어만 잘하는 사람 중에서 선택하는 경우라면, 영어 실력이 최우선 기준이 되는 건 아닙니다. 최 주임님의 업무 능력이 충분하다면 지금부터라도 자신감을 갖고 외국계 회사에 도전해보세요. 영어는 뭐다? 결국 자신감이다!

 

상담 고민

문 대리

“ 남들은 내가 여자든 남자든 아무 관심 없어요. 내가 의식하지 않고 일하면 상대방도 나를 일로 맺은 관계로 생각해요.”

Q2 남초 거래처와 관계 맺는 법

여자가 극소수인 회사에 와서 내가 작아지는 경험을 많이 하다 보니 자신감이 떨어졌어요. 거래처도 남자가 많은 회사라 탁월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겨요. 무시당할까 봐 지레 걱정하고, “여자는 이래서 안 돼”라는 얘기를 들을까 봐 조마조마해요. 상대방이 앞으로 저를 거래 인맥으로 인정해 줄지도 걱정되고요. 남초 거래처와 관계를 어떻게 유지해야 할까요? from 걱정 많은 양 사원

문 대리 신입 시절 외부 회의에 참석했는데 스무 명 가까운 사람들이 다 남자고 저만 여자인 거예요. 어찌나 긴장되는지 혼자 괜히 주눅 들어서 ‘나한테 뭐라고 하면 어쩌지, 우습게 보면 어떡해’ 하고 생각했어요. 일을 함께하는 상사가 있다면 혼자 끙끙대지 말아요. 일은 회사 대 회사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만약 문제가 생겨도 상사를 믿고 상사와 모든 걸 공유해서 일을 처리하는 방법도 있어요. 신 차장 남자 동료 중에 거래처랑 ‘관계 맺기’를 잘하는 분이 있었어요. 어제 모 회사 누구누구랑 술 마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고 하면서 저는 절대 알아낼 수 없는 정보와 사적인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름도 얼굴도 모르다 보니 소외감이 들고, 술 접대 자리에 가지 않으면 저런 정보를 절대 얻을 수 없다는 상대적 박탈감이 들었어요. 저는 모르는 걸 저 사람은 알지 않을까 하는 씁쓸한 생각도요. 박 사원 때로는 할 수 없는 부분은 과감하게 놔버려야 해요. 예를 들어 술 마시면서 호형호제하고, 주말에 골프 치러 가는 걸로 승부 보긴 쉽지 않아요. 대신 그 사람들이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하느라 놓치는 부분이 분명이 있어요. 그럴 때 여자 동기는 모든 일 처리를 꼼꼼하게 팔로업해요. 대부분의 업무가 미팅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일의 진행 방향을 정리하기 때문에, 잘 정리해서 뿌리고 챙기는 것만으로도 일을 주도할 수 있어요. 여자가 더 잘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문 대리 차츰 시간이 지나면 회의가 익숙해지고 상대 직원들과 친분이 생겨요. 마음이 편해지니 결국에는 ‘여자라서 무시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은 나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들은 내가 여자든 남자든 아무 관심 없어요. 내가 의식하지 않고 일하면 상대방도 나를 일로 맺은 관계로 생각해요. 회사 간 거래는 서로 필요로 하는 것이라 대부분 호의적이에요. 신 차장 거래처가 남초라고 해도 여자는 분명 있어요. 그분도 자신의 회사가 남초이니, 남자한테 말 못 하거나 어려운 부분이 있을 거예요. 그분과 서로 하소연하거나 편하게 얘기하면서 친분을 쌓는 거죠. 그러면 거래처 남자 직원한테 직접 물어보기 꺼려지는 부분을 편하게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 생기게 돼요. 그분도 저에게 정보를 얻으면서 저한테 감사하고 의지하게 되고, 그러면서 제가 신뢰를 얻었다는 생각이 드니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상담 고민

김 부장

“ 내가 이걸 얼마나 좋아하고, 얼마나 하고 싶은 일인가’를 먼저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중간에 포기하더라도 일단 발이라도 담가봐야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더라고요.”

Q3 자기 계발의 늪

마흔을 앞둔 말년 과장입니다. 과거에는 올라가는 데만 몰두했는데 이제는 점점 하강하는 느낌이 듭니다. 승진에도 필요하지만 퇴사 후 현상 유지라도 해야 하지 않나 하는 불안감에 쫓기듯 강의나 자격증을 찾아다니며 자기 계발을 하고 있는데, 투자하는 시간과 돈에 비해 늘 만족감이 떨어집니다. 어떤 기준으로 자기 계발을 하는 것이 좋을까요? from 갈팡질팡 우 과장

이 과장 저는 금융 회사에서 일하는데 경영 경제를 전공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늘 걸렸어요. 그래서 준비한 게 CFA(국제재무분석사)랑 AI CPA(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증이었죠. 실무를 하면서 늘 체계가 없는 느낌이었고, 일도 일이지만 나 스스로 부족하게 느끼니까 자꾸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여러 차례 시도했거든요. 그런데 결국 제대로 끝마친 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무려 직장인 한 달치 월급을 쏟아부은 시험이었는데 말이죠.(웃음) 김 부장 저는 애널리스트를 그만두면 무얼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애널리스트 업무가 재무를 다루는 부분도 많고 해서 회계사 일이 제가 하던 일과 상당히 비슷하다고 생각했죠. 막연하게 미래를 위해 보험을 든다는 생각으로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따려고 시간과 돈을 투자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이 회계사 공부가 생각만큼 나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맞지 않는데 억지로 하려니 결국 그만두게 되더라고요. 신 차 저는 30대 때 회사에서 승진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어요. 결국 승진했고요. 그런데 저는 그 시간이 너무 아까웠어요. 승진이라는 목표를 이루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완벽한 자기 계발 수단이었던 건 분명해요. 다만 오로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투자한 시간이다 보니 저는 솔직히 그 시간이 너무 괴로웠어요. 아이러니하게도 실용적인 목표는 없었지만 미친 듯이 즐겁게 했던 일들이 오히려 시간이나 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지금도 합니다. 이 과장 어떤 경험이었는데요? 신 차장 20대에 배운 재즈댄스였어요. 벨리댄스랑 탱고까지 섭렵해서 강사 자격증 코스까지 밟았죠. 문제는 하체 비만을 해결하려고 시작한 건데, 당시 그 목표는 이루지 못했다는 거예요. 다만 목표 달성과 상관없이 저에게는 굉장히 즐거운 시간이어서 시간이나 돈을 낭비했다는 후회는 전혀 없었어요. 이 과장 저도 깨달은 것이 ‘세상에 쓸데없는 짓은 없구나’ 하는 거예요. 처음에는 ‘내가 특별히 좋아하지도 않는 공부에 이런 돈 낭비, 시간 낭비를 왜 했나’하는 생각을 한 때도 있죠. 그런데 작년에 경제 관련 대학원에 진학하고 보니 CFA랑 AI CPA를 준비하면서 공부한 내용이 은근히 유용하더라고요. 많은 경우, 과거 일정한 목표 달성에 실패한 자기 계발에 쏟아부은 시간과 돈이 아까울 수도 있죠. 하지만 그런 것이 미래에 또 다른 무엇을 하는 데 초석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배웠습니다. 김 부장 혹시 우 과장님도 단순히 불안감이나 막연히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각종 강의와 자격증을 뒤지고 있다면 일단은 ‘내가
이걸 얼마나 좋아하고, 얼마나 하고 싶은 일인가’를 먼저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중간에 포기하더라도 일단 발이라도 담가봐야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더라고요. 목표를 달성하면 물론 좋지만,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도 최소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했으니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고, 당장은 돈과 시간을 낭비한 것처럼 보이는 자기 계발도 이과장님 말씀처럼 종종 훗날 도움이 되기도 하니까요.

PODCAST

상담 고민

언니들의 슬기로운 조직생활

업데이트 매주 목요일

금융, 투자, 건축 등 다양한 직군의 부장, 차장, 과장, 대리, 사원까지 5명의 여성 직장인이 모여 ‘직장 생활’을 키워드로 웃음과 눈물, 한숨을 떨어내는 범우주 직장인 팟캐스트 <언니들의 슬기로운 조직생활(언슬조)>. 사회생활에 정답이 있겠냐마는 다양한 직장 생활의 고민에 대해 경험과 연륜, 지혜와 해학을 모두 갖춘 5명의 직장 선배, 동료들이 맞춤 해답을 제시한다. 상담을 받고 싶다면 unsljo@gmail.com으로 보내주시길. 방송에 채택된 사연을 선별해 매달 <마리끌레르> 지면에 한 번 더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