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0월 출장과 야근으로 인한 폭풍 같은 시간들을 보내고 휴식이 필요했다. 멀리 떠날 시간까지는 충분하지 않아서 국내 여행을 알아보던 중 작년 문을 연 강원도 정선의 파크로쉬가 떠올랐다. 파크 하얏트의 동생 격인 파크로쉬는 요가, 명상 등 다양한 웰니스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어 근처 여행지나 들를 곳을 알아볼 필요 없이 리조트 안에서 24시간을 충분히 보낼 수 있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이번 여행의 컨셉트가 힐링이니만큼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낼 곳으로 이곳, 파크로쉬보다 좋을 곳이 없었다.

 

 

3PM 호텔 도착

호텔에 들어서자마자 로비 한가운데에는 모닥불이 지펴져있어 따뜻한 느낌을 주었고 자연과 예술작품이 어우러진 공간들은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체크인을 마친 후 들어선 방안에는 ‘웰니스 리조트’에서는 빼놓아서는 안될 다도가 준비되어 있었고, 욕실의 어메니티로는 이솝이 채워져있었다. 창 밖으로 보이는 알파인 스키장 뷰와 산책로, 넓고 푹신한 침대와 편안한 조명까지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일관된 휴식과 힐링의 컨셉트가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짐을 풀고 오늘의 웰니스 프로그램 스케줄을 확인했다. 이곳에서는 요가와 명상을 비롯해 쿠킹 클래스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사실 여행의 목적은 휴식이었지만 그렇다고 또 가만히 앉아만 있지는 못하는 성격 탓에 모든 프로그램을 체험하기로 결심했다.

 

4PM 토마토 농장체험

가장 먼저 신청한 것은 토마토 농장 체험 프로그램이었다. 농약 없이 자란 유기농 작물들을 직접 수확하는 프로그램인데 호텔에서 10분 정도 거리의 밭으로 셰프와 함께 이동해 설명도 듣고 체험도 해볼 수 있었다. 지난 초여름, 셰프들이 직접 심은 토마토가 여름 햇살을 받고 무럭무럭 자라 노랗고 빨간빛을 띄며 먹음직스럽게 익었다. 농약을 치지 않고 키웠기 때문에 즉석에서 수확한 토마토를 별도의 세척과정 없이 맛볼 수 있는데 설탕을 가미하지 않아도 과일을 먹는 듯 달달했다. 토마토 수확이 끝나면 건너편의 소 농가에서 소에게 직접 여물을 주는 시간도 보낼 수 있어 어린 아이들도 좋아할 것 같다.

 

6PM 요가 클래스

시간을 맞춰 도착한 요가 클래스 공간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있었다. 언뜻 봐도 서른 명은 족히 넘어 보이는 걸 보니 요가 클래스가 파크로쉬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 아닐까 싶었다. 요가 선생님의 지도에 맞춰서 스트레칭과 가벼운 동작들을 따라 하니 어느새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마지막 10분은 릴렉스하는 시간으로 몸과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다.

 

7AM 숙암명상

잠들기 전, 푹 쉬러 와 놓고 아침 시간으로 모닝콜을 설정하는 게 아이러니하긴 했지만, 이곳의 명상 프로그램은 꼭 체험해보고 싶었다. 다음날 아침 잠을 이겨내고 선택한 명상 프로그램은 관절과 근육의 모든 긴장을 풀고 몸에 흐르는 에너지를 오롯이 느끼는 시간이었다. 생각과 고민들로 가득 찬 일상 속에서 근심을 떨쳐둔 채 나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명상이 진행되는 한시간은 자신만을 위한 시간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나를 위한 명상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 일찍 일어나 명상 프로그램을 들은 것이 이곳에 도착해서 한 일중 가장 잘한 선택이라고 느껴졌다.

 

9AM 아쿠아 클럽

날씨가 꽤나 쌀쌀해진 탓에 수영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수영을 못하면 아쉬울 것 같은 생각에 수영복을 챙겨 1층 아쿠아 클럽으로 향했다. 실내 수영장과 야외 수영장이 연결되어 있고 내부에는 사우나 시설이 있었다. 야외에는 자쿠지가 있어 쌀쌀한 날씨와 뜨끈한 물이 어우러지며 노천탕을 즐기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고, 실내 수영장 및 사우나도 조용하고 쾌적해 여유롭게 피로를 풀 수 있었다.

 

10AM 조식 및 체크아웃

조식 뷔페는 한국식과 콘티넨탈 스타일이 모두 제공된다. 비빔밥과 생선, 곤드레 나물 밥 등 건강한 제철음식에서부터 호밀빵, 요거트와 과일 등의 건강한 음식까지 채워져 있어서 든든하게 아침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방으로 돌아오는 길에 본 배드민턴장과 탁구장에서는 가족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혼자 와서 푹 쉬고 가기에도 정말 좋은 곳이지만, 프로그램이 다양하고 즐길 거리가 많아 가족 단위로 오는 것도 추천한다. 체크아웃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는 길 가리왕산을 뒤덮은 빨갛게 물들인 단풍들이 아름다웠다. 치열하고 바쁘게 살다가 조용하고 맑은 자연 속에서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고 나니 재충전이 확실히 되는 듯 했다. 고요하고 조용한 공간에서 휴식을 통해 오히려 열정과 활력을 얻어가게 되는 이곳,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할 이유가 생긴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