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11시간의 비행 끝에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해 곧장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날아간 곳은 터키 남동부의 샨르우르파(Şanliurfa)였다. 작은 공항에서 호텔까지 가는 동안 눈앞에 보이는 것은 비행기에서 사막으로 오해했던 석회암 구릉과 주유소 몇 곳, 듬성듬성 자리한 건물 몇 개뿐이었다. 중심가에 있는 시장을 제외하고는 차고 건물이고 사람이고 다 드문 이 도시에 다른 나라 사람들이 발을 들이기 시작한 지 불과 1년이 되지 않았다. ‘지구 리셋설’의 주인공인 유적지 괴베클리 테페(Göbekli Tepe)가 지난해 열여덟 번째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1950년대에 현지인이 우연히 돌기둥을 발견하며 존재가 알려진 괴베클리 테페는 연구 과정에서 농경 사회와 집단 사회가 시작되기 훨씬 전에 지어졌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일반적으로 알려진 시대의 흐름을 뒤엎는 유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어쩌면 인류 문명의 시작점이었을지도 모를 유적지가 발굴되며 고요한 도시 샨르우르파는 지금 전 세계 사람들이 찾아오는 새로운 관광지로 각광받는 중이다.

하루면 충분히 둘러보는 샨르우르파를 지나 차로 1시간 30분쯤 가면 아주 오래전 과거의 모습을 품은 또 다른 남동부의 도시 아드야만(Adıyaman)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찾은 과거는 도시 외곽에 있는 넴루트산(Nemrut Dağ) 꼭대기에서 지금으로부터 2천 년 전 사람들이 만들어낸 거대한 석조 작품이었다. 이를 비롯해 올드 캐슬(Arsemia)과 뉴 캐슬(Eski KahtaKalesi), 로마 다리(Cendere Köprüsü) 등을 둘러보며 도시 전체가 고고학 박물관이라는 이 지역에 매료됐다.

가늠할 수도 없는 과거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남동부 여정을 마치고 돌아간 이스탄불에서 기대한 건 새로움이었다. 아시아와 유럽의 문화가 혼재돼 나타내는 독특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만날 거라고 기대했다. 그렇지만 지금 이스탄불에서 만들어내는 새로움은 기대와 다른 관점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이곳이 유럽인지 아시아인지를 두고 골몰하는 대신 과거에서 찾아낸 터키만의 문화를 지금에 걸맞게 재탄생시키는 것. 오래된 자신들의 것을 재해석해 만든 지금의 것. 이로 인해 이스탄불은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는 그만의 참신함으로 세계인을 매료시키고 있었다.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을 거스르는 세 도시에 머무는 동안 생각하지 않은 건 미래였다. 모든 사람이 과거에 머물기보다 앞을 내다보며 사는 것이 현명한 삶의 방식이라 말하지만, 지금 터키에서 흥미로운 앞날을 기대하게 만드는 세 도시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미래를 내다보고 있었다. 과거를 찾아냄으로써 앞으로 나아가는 터키만의 시간 여행은 계속해서 새로운 발견을 이뤄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