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신하영작가

1992년생 젊은 작가이자 출판사 ‘딥앤와이드’의 대표다. 언제부터 글과 친밀해지기 시작했나? 스무 살 때부터 글을 썼다. 개인적으로 힘든 일들이 겹쳐 잠식된 상태로 지내던 시기였다. 그러다가 우연히 TV에서 방송하는 행복에 대한 강연을 보고 ‘보통의 하루가 행복하다’는 걸 크게 깨달았다. 이후 일상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고 이를 바탕으로 싸이월드 비밀 일기장에 매일 글을 남겼다. 그게 작가 활동의 출발점이다.

첫 작품이 스물한 살에 발표한 전자책 <춤과 바람>이다. 내가 느낀 것, 여러 사람에게 말해주고 싶었던 것에 대한 기록을 모은 에세이다. ‘인터넷 소설 닷컴’이라는 웹사이트에 꾸준히 글을 올리고 있었는데, 어느 날 한 출판사가 그곳에서 활동하는 모든 작가에게 투고를 권유하는 메일을 돌렸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에세이 <춤과 바람>과 단편소설 <난 죽었다>의 원고를 보냈다. 그랬더니 나를 ‘작가님’이라고 부르며 전자책 출간을 제안하는 회신이 왔다. 그렇게 두 책을 순차적으로 발표하게 됐다.

이후 2014년에 장편소설 <바닐라, 달콤함 속에 숨겨진 씁쓸함>을 종이책으로 출간했다. 종이책을 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건가? 전자책을 출간한 후 지인들에게 읽었는지 물어보니,
대부분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종이책을 내야 인정받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첫 종이책을 출간하기 위해 약 2년의 시간을 공들였다. 내 책이 한 대형 서점의 로맨스 신간 코너에 진열돼 있는 걸 마주했을 땐 눈물이 나왔다. 지금까지 종이책 2권과 전자책 3권을 출간했다.

매달 다른 주제로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단편집 클래스’를 열고 있다. 대학 졸업 후 출판사 두 곳에서 일했다가 프리랜스 작가로 전향하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클래스에 참여한 작가들의 작품을 모은 <우리의 퀘렌시아가 여기 담겨 있다>와 개인 단편집 <나의 우울에 관하여> 등을 만들었다. 단편집의 주제는 우울, 사랑, 자존감 등 글에 영감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선정하고 있다. 글쓰기는 물론 다 함께 대화하고, 영화를 보고, 직접 쓴 에필로그를 낭송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커리큘럼을 구성했다. 작가가 자신의 감정을 오롯이 꺼내 글에 쏟아부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편이다.

단편집 클래스 이전에는 글쓰기 중심의 클래스를 주로 진행했다. 책 한 권을 완성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꾼 계기는 무엇인가? 글쓰기 클래스는 글을 쓰는 ‘스킬’을 다루는데, 실제로 써보지 않으면 이를 활용하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자의적으로 글을 쓸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했고, ‘단편집을 만들자’는 결론을 내렸다. 자신의 글이 담긴 책은 인생에 남는 거니까.

‘출판 원데이 클래스’도 진행 중이다. 최근 책을 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막상 실천하려고 하면 막막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작가로 활동하고 출판사에서 근무하며 습득한 출판 관련 정보와 실질적인 방법을 소개한다. 이를테면 원고부터 표지, 목차, 작가 소개 글까지 스스로 제작하는 ‘자가 출판’ 플랫폼에 대해 알려주는 식이다.

종이책 출판이 작가에게 어떤 의미이고, 독자에게는 어떤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나? 책은 작가의 결실이다. 그리고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 작가는 자신의 글을 더 많은 독자에게 전하겠다는 원동력을 얻는다. 독자의 경우,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책으로 소유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책의 물리적인 요소 중 특별히 신경 쓰는 것이 있다면? 표지가 정말 중요하다. 책의 키워드, 제목, 표지 디자인의 삼박자가 잘 맞을 때 독자가 더욱 매력적으로 느끼는 것 같다. 하나의 아이템처럼 ‘갖고 싶다’고 느끼게 만드는 요소도 갖춰야 한다.

작가로서 느낀 종이책과 전자책의 차이는 무엇인가? 종이책이 아닌 전자책을 읽을 때 감흥이 떨어지는 건 맞다. 같은 글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화면으로 읽을 때와 활자로 접할 때의 느낌이 다르다. 이전보다 전자책 시장이 활발해졌지만, 아직까지는 전자책의 선호도가 그렇게 높지는 않은 것 같다. 그 반면, 편하기 때문에 전자책만 읽는 독자들도 꽤 있다. 작가의 입장에서 볼 땐 하나의 작품을 종이책과 전자책으로 함께 출간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인스타그램, 브런치, 트위터와 블로그 등 온라인 채널에도 글을 활발하게 올리고 있다. 다방면의 독자가 생기는 것이 온라인 채널의 매력이다. 이용자의 성향이 다르니 각 채널을 활용하는 방식도 다르다. 인스타그램에는 적당한 길이의 글을 어울리는 사진과 함께 업로드하는데, 해시태그를 통해 다수의 독자들에게 노출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긴 글은 브런치나 블로그에 주로 남기고, 트위터에는 떠오르는 생각들을 짧게 바로바로 올린다.

온라인 채널의 활성화로 종이책을 찾는 독자들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하나? 출판계의 활기가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에세이 시장은 점점 활성화되고 있는 것 같다. SNS 작가의 증가가 그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출판계 또한 상업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 출판사에서 책의 대략적인 판매량을 예상할 때 작가의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를 바탕으로 판단하기도 한다. 온라인 채널이 발달하며 팔로어가 많은 작가들이 점점 늘어나고, 이들의 책이 출판되는 사례 또한 많아진 것이다.

최근 출판사 ‘딥앤와이드’를 설립했다. 직접 출판사를 운영하면 만들고자 하는 책을 보다 수월하게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동안 내가 인스타그램과 브런치에 올린 글들을 모은 신간 <사랑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를 시작으로 ‘딥앤와이드’의 지향점과 부합하는 작가들의 책들을 출판할 예정이다. ‘딥앤와이드’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처럼, 작가의 깊은 고찰이 담겨 있고 널리 읽히는 책들을 출판하고 싶다. 나중에는 출판사 옆에 카페를 차려 글쓰기와 독서 문화를 알리는 프로젝트도 진행해보려고 한다.

종이책만이 가지고 있는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자신이 만든 책을 몇 십 년이 지난 뒤 가지고 있다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다. 그리고 책의 매력은 낡으면 낡을수록 더욱 무르익는다는 점이다. 오랜 세월을 간직한 책과 그 종이에 찍혀 사라지지 않는 글이야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

 

다방면의 클래스를 통해 종이책의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

책 신하영작가

렉또베르쏘

예술 제본 공방

제본을 통해 책을 견고하게 만드는 작업을 20년째 이어오고 있다. 판지 제본부터 수십 가지 과정을 거쳐야하는 유럽식 고전 제본까지, 난이도별 수업을 열며 책을 대하는 마음까지 단단히 키워준다. 10월 초 경의선책거리 내 ‘창작산책’ 부스의 운영을 맡았는데, 제본가들이 상주하며 책 관련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다.

문의 02-326-1145

책 신하영작가

옥승미

사진작가

<Narrative Collection: 서사가 있는 사진집 출판하기>를 독립 서점 ‘별책부록’에서 진행한다. 선과색, 기하학적 요소, 시선의 방향 등을 고려하며 이미지의 흐름을 구성하고 이를 통해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한다. 판형, 제본과 인쇄, 유통 등 사진집 출판에 필요한 전 과정을 다룬다.

문의 okseungmi@gmail.com

책 신하영작가

피융

리소그래피 스튜디오

실크스크린 판화와 유사한 인쇄 기법인 리소그래피를 다루는 곳으로 수작업을 사랑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아바와 매초비가 운영한다. 리소그래피 인쇄와 이를 활용해 자신만의 책을 만드는 클래스를 진행한다. 수강생에게는 개인적인 인쇄도 할 수 있도록 멤버십을 제공한다.

문의 070-7576-08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