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

“같은 한남동인데도, 한강진역이 있는 곳과 이 동네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육교 하나 건넜을 뿐인데 마치 도심에서 벗어나 고립된 듯 고요하다.”
김보라(프리랜스 패션 에디터 겸 RCRC 대표)

RCRC

내가 사진을 찍는 남편과 함께 꾸린 곳으로 빈티지 셀렉트 숍이자 사진 책을 볼 수 있는 장소다. 옷과 신발, 액세서리, 사진집 모두 우리 시선에서 곱고 예쁜 것만 골 라두었다. 테이블과 의자도 있어 천천히 둘러보고 쉬다 가기도 좋다. 퍼플이와 산책 나가는 시간이나 외부 일정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 항상 열려 있지만, 자세한 영업시간은 인스타그램(@rcrc.kr)을 통해 확인하고 방문해주기 바란다. 퍼플이가 좋아하는 강아지 친구들도 대환영이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남대로40길 35
문의 @RCRC.KR

 

빌리지

이 동네에 처음 오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추천하는 곳이다. 세련된 인테리어도 좋지만 커피, 와인, 맥주, 카레, 파스타, 수프 등 메뉴가 다양한 것도 장점이다. 여기서 내가 가장 자주 먹는 건 바게트 샌드위치. 햄, 고다 치즈, 루콜라, 소스 등 간단한 조합으로 만드는데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담백하고 맛있다. 야외석은 애견 동반이 가능해 강아지 퍼플이와 매봉산 산책 후 브런치를 먹기 위해 자주 들른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남대로42길 23
문의 02-794-8882

 

떼오도르

작은 도서관처럼 차를 종류별로 벽장 가득 채워놓은 프랑스 티 전문점. 좋은 향을 맡으며 차를 마시고 싶을 때나 마땅한 선물이 생각나지 않을 때마다 찾아간다. 차에 대해 잘 알지 못해도 이곳에서는 티 마스터의 몇 가지 질문에 대답하다 보면 취향을 발견하게 된다. 티 마스터에 따르면 그날의 기분, 좋아하는 음식이나 날씨로도 차 취향을 알아낼 수 있다고. 몰랐던 향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는 티 클래스도 운영 중이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남대로42길 31 1층
문의 070-7743-1190

 

보마켓

생활 밀착형 편집숍이라는 귀여운 컨셉트를 추구하는 곳. 국내에서 일반 노지재배에 비해 20분의 1의 물만 사용하는 착한 농법으로 키운 농작물, 귀엽고 튼튼한 주방용품을 만드는 미국 캠브로의 트레이, 영국에서 온 오가닉 허브 티, 심지어 직접 만든 굿즈와 커피, 디저트도 판다. 문을 열 때마다 가장 먼저 반겨주는 강아지 장미도 ‘보마켓’을 찾아가는 이유 중 하나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소월로 377 남산맨션 1층
문의 010-9876-0271

 

 

정릉

“우리 동네 사람들끼리 정릉을 두고 하는 말이 있다.
‘서울인데 서울이 아니다.’
조금 촌스럽지만 그래서 더 편안하고 정이 가는 이곳만의 분위기 때문이다.”
김민성(펍 260플레이스 대표)

260플레이스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술을 한잔하는 자리를 상상하며 만든 펍이다. 그래서 감바스와 나초, 떡볶이와 어묵탕, 치킨 요리 등 취향이 달라도 같이 즐길 수 있도록 메뉴를 다양하게 구성했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술맛. 같은 맥주라도 더 청량하고 깔끔한 맛이 나도록 온도 조절에 신경을 쓰고, 재미있는 조합의 칵테일도 준비했다. 맛있는 술만큼 우리의 밤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건 없으니까.

주소 서울시 성북구 보국문로20길 18
문의 02-911-1318

 

카페 그리다

버스 정류장 근처에 조용히 자리 잡은 ‘카페 그리다’는 맛있는 디저트가 먹고 싶을 때마다 찾아가는 곳이다. 매일 다른 케이크와 구운 과자를 내놓는데 어떤 날에 가도 실패가 없을 정도로 맛의 수준이 높다. 늦은 오후에 가면 웬만한 디저트는 모두 팔리고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은 편이다. 디저트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 비주얼도 맛도 특색 있는 음료도 맛있다.

주소 서울시 성북구 솔샘로 19
문의 02-909-4987

 

지하서재

북 카페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 이곳의 진짜 정체는 책을 벗 삼아, 배경 삼아 술을 마시는 공간이다. 이름처럼 작은 바로 꾸민 1층과 달리 지하로 내려가
면 벽면 가득 책으로 채워진 은밀한 지하서재가 펼쳐져 영화 세트장 같은 공간에서 술을 마시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물론 벽장 가득한 책은 마음껏 꺼내 읽어도 된다. 맥주, 와인, 위스키 등 다양한 주류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와인을 추천한다.

주소 서울시 성북구 보국문로19길 34
문의 02-941-1834

 

장군 생고기

내 기억으로 30년 넘게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집은 정릉 사람들 사이에서 ‘장군집’으로 통한다. 장군집에 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삼겹살을 먹는다. 주문을 받으면 바로 주방에서 생고기를 두툼하게 썰어 내오는데, 고기 맛이 다 비슷하다고 하는 사람도 특별함을 알아챌 정도로 맛이 출중하다. 부추무침, 콩나물무침, 묵은지, 청국장찌개 등 밑반찬 역시 각각의 메뉴로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맛있다. 모든 메뉴를 사장님 혼자 다 만드느라 간단한 서빙은 손님이 직접 해야 할 때가 있지만, 그것도 나름 이곳만의 즐거움이다.

주소 서울시 성북구 정릉로26길 10
문의 02-914-1605

 

 

 

후암동

“후암동은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진 동네다.
후암시장 근처에는 생활 편의 시설이 많고, 남산공원 주변은 서울 도심을 감상하기에 제격이다.”
이준형(도시공감협동조합 건축사사무소 대표)

후암별채

도시공감협동조합 건축사사무소에서 진행 중인 ‘후암동 프로젝트’로 생긴 다섯 번째 공간. 약 7시간 동안 머무르며 휴식을 취하고 스파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하루에 한 명의 손님만 받는다. 혼자 보내기 적당한 규모를 갖췄고, 침대와 소파 등 필요한 가구부터 서적까지 구비했다. 작은 창에도 미닫이문을 설치해 안전에도 각별히 신경 썼다. 옛 가옥 구조를 살린 인테리어 또한 운치를 더한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후암로35길 39
문의 010-6835-6552

 

공집합 후암

주인장이 손님과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컨셉트로 운영하는 다이닝 바로 상도동의 1호점에 이어 지난해 6월 이곳에 2호점을 오픈했다. 총 2층 규모인데, 2층 창가 자리에 앉으면 N서울타워가 보이는 풍경을 내다보며 식사할 수 있다. 이곳에 간다면 이탈리아식 크림 뇨키와 고추장 소스를 더한 차돌박이 리소토를 와인과 함께 맛보길 권한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두텁바위로1가길 47
문의 070-8869-1100

 

후암쌀국수

점심시간에 자주 가는 곳 중 하나다. 나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음식을 좋아하는 젊은이부터 동네 어르신까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찾아온다. 주인장이 현지의 재래식 요리법을 접목해 만든 쌀국수를 맛볼 수 있는데,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드는 만큼 국물 맛이 깔끔하다. 메뉴는 두 가지 종류의 쌀국수, 소고기볶음면, 짜조가 전부다. 저녁에는 재료가 일찍 떨어지기 때문에 늦지 않게 찾아가는 것이 좋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두텁바위로1길 103
문의 010-8997-1547

 

오이스터

일주일에 두 번 생화를 들여와 꽃향기가 가득한 카페다. 원하는 조합으로 꽃다발을 구매할 수 있고, 매달 한 번씩 한 종류의 꽃을 선보이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5월에는 카네이션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한다. 내 추천 메뉴는 연유와 식용 꽃을 더한 플라워 오이스터 라테와 단호박 어니언 수프 앤 브레드. 이곳에서 판매하는 오브제를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두텁바위로 108
문의 010-6838-8590

 

 

을지로

“을지로는 의외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청계3가 사거리 일대의 하천을 산책하고 5분정도 걸으면 을지로3가역에 도착하는데,
그 주변 골목에 멋진 공간들이 숨어 있다.”
이현우(와인 바 ‘십분의 일’ 대표 겸 에세이 <십분의 일을 냅니다> 저자)

십분의 일

남자 10명이 각자 월급의 10%를 모아 운영하는 술집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가치관을 공유하며 을지로에 3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올해 2월 그간의 에피소드를 모은 책 <십분의 일을 냅니다>를 출간했다. 술은 와인을 중심으로 판매하며 치즈 플레이트가 곁들이기 좋은 인기 메뉴다. 입구에 테이프로 붙여놓은 ‘각종 안주, 소주 없음’이라는 문구와 빈티지한 인테리어에도 동네 특유의 멋이 담겨 있다.

주소 서울시 중구 수표로 42-92층
문의 02-6080-8051

 

깊은못

커피와 와인을 마시며 예술 작품까지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지난해 봄과 가을 작가 20여 팀과 함께한 플리마켓이 열렸고, 한 달에 한두 차례 작은 전시도 진행한다. 나는 여기에 가면 오렌지 향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시그니처 커피를 자주 마신다. 디저트로 판매하는 딸기 크루아상은 와인 안주로도 훌륭하다. 1980~90년대 서울을 연상시키는 소품이 잔뜩 놓여 있는 인테리어 또한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주소 서울시 중구 삼일대로12길 204층
문의 010-2406-2469

 

물결

이 동네에 오랜 기간 자리하고 있는 술집 중 하나로 2016년 문을 열었다. 초창기에는 예술가들이 소소하게 모이는 곳이었지만, 최근 을지로가 유명해지며 간판이 없는데도 찾아오는 손님이 많아진 듯 하다. 짜파게티, 시나몬과 설탕에 버무린 추로스 등 간편하게 맛볼 수 있는 안주를 판다. ‘잠시 동안 우리는 물결 속에서’라는 네온사인의 문구에 어울리게 몽환적인 분위기가 공간 안에 감돈다.

주소 서울시 중구 을지로 130-14층
문의 070-4142-7202

 

작은물

5명으로 구성된 창작 집단 ‘작은물’의 작업 공간으로 일부를 카페 겸 바로 운영 중이다. 직접 로스팅한 핸드 드립 커피가 특히 맛이 좋다. 작은 전시나 공연도 수시로 열리는데, 얼마 전 이곳을 아끼는 뮤지션 24팀이 모여 <작은물 컴필레이션>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다. 포크부터 힙합과 클래식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 장점. 오래된 가구를 곳곳에 놓아둔 덕분에 머무는 시간이 편안하게 느껴진다.

주소 서울시 중구 을지로16길 63층
문의 @zak_eun_mul

 

빈집;비어있는집

와인이 생각날 때 찾아가는 술집. 최근 벽을 진녹색으로 칠하고 곳곳에 식물을 놓아 마치 온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실내 한편에 피아노도 있는데, 실제로 냇킹 콜이나 후쿠이 료 등 친숙한 재즈 뮤지션의 음악을 주로 틀어놓는다. 오크 향과 과실 맛이 훌륭한 샤토 그라벳 사모낙에 멜론 프로슈토를 곁들여보길 추천한다. ‘빈집’이라는 상호에 걸맞게 잔을 채우며 무거운 마음을 비워내는 기분이 들 것이다.

주소 서울시 중구 수표로 42-72층
문의 070-8160-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