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야, ‘늦은 시간의 잠ʼ

지난 6월부터 이길이구 갤러리에서 개최한 전시 <보통 사람들(ORDINARY PEOPLE)>이 얼마 전 마무리됐다. 서울에서는 약 1년 만에 연 개인전이었다. 다소 폐쇄적이고 무기력해지기 쉬운 요즘의 감정을 기록한 연작 ‘희미하고 흐릿한’ 등 최근 작업한 신작을 중심으로 전시했다. 첫 날엔 갤러리에 오거나 주변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얼굴을 윈도 드로잉으로 남겼다. 모두 힘든 시기에 조금이나마 의미 있는 뭔가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내게도 뜻깊고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BLOOMING LAND: 피어나는 아름다움’이라는 제목으로 6월 6일부터 10월 31일까지 인사동 코트(KOTE)에서 진행하는 단체전에도 참여하고 있다. ‘피어난다’라는 전시 키워드와 자신의 작품이 어떤 점에서 연결된다고 느끼나? 피어나는 것이 아름다운 이유는 소멸하는 것도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만개했던 꽃이 시든 자리에 새 생명이 다시 자라나는 장면, 밤 이후에 오는 아침, 오르막과 내리막의 반복 등 상반되어 더 의미있는 것들을 떠올리며 작업한 작품들을 전시했다.

작품 안에 일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인물들의 상황과 정서가 각각 다를 텐데, 이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는 편인가? 뭔가를 그대로 담아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직간접적 경험을 토대로 작업을 통해 시간을 멈춰두고 싶고 오래 기억하고자 하는 것들을 표현한다. 내 주관을 개입시키거나 여러 이야기를 하나로 만들 때도 있다. 어디에서 얻더라도, 어떻게 보면 모두 보편적인 이야기더라.

Ⓒ콰야, ‘마시다 남은 물을 꽃에 뿌려주는 남자’

평소 작업 방식이 어떤지 궁금하다. 주로 쓰는 것은 오일 파스텔이지만, 평면으로 표현하는 것은 제한적일 수 있어 다양한 재료를 공부하며 활용한다. 표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땐 머릿속에서 떠나기 전에 빠르게 작업으로 옮긴다. 크게 고민하지 않고, 느낌을 따라 즉흥적으로 진행하는 편이다. 의도에서 빗나가며 생기는 새로움, 정의하기 어렵던 이야기가 서서히 만들어지는 즐거움이 이러한 작업의 매력이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한 가지 소개한다면? ‘익숙한 듯 낯선 사연이 있는 초상’ 프로젝트가 있다. 초상 작업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 낯선 이들을 대상으로 한 첫 번째와 달리 지인들의 얼굴을 그린다. 작업실로 초대해 대화를 나누며 진행하는 방식은 이전과 비슷하다. 아는 사람과 나누는 대화가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지고 그 안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오갈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앞으로 오픈 스튜디오, 라이브 페인팅 등 다양한 작업을 해보고 싶다.

자신의 작품이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가길 바라나? 일상이 가진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다. 화려하거나 대단한 것은 보기엔 좋을지라도 가끔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나. 오랜만에 만나도 좋은 친구처럼, 소소하고 편안하게 함께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