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부산비엔날레의 전시 제목은 <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 시>입니다. 러시아 작곡가 모데스트 무소륵스키의 작품 ‘전람회의 그림’에서 딴 제목이라고 들었어요. ‘전람회의 그림’은 무소륵스키의 가장 창의적인 작품으로, 그림을 소리로 표현한 피아노곡 모음집입니다. 이 작품은 무소륵스키가 1873년 세상을 떠난 친구 빅토르 하르트만을 기리며 그에게 헌정한 곡으로, 미술 작품을 다른 장르의 예술로 표현하기 위한 무소륵스키의 아이디어가 담겨 있습니다. 무소륵스키가 그림을 음악으로 재해석한 것처럼, 우리는 시와 단편들, 그리고 도시 공간을 사운드 스페이스와 예술 작품으로 재해석했습니다. 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 시를 67명의 비주얼 아티스트와 11명의 음악가들에게 전달했고, 아티스트들에게 이 글을 그들 스스로를 표현하는 일종의 시발점으로 사용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야기는 이번 전시의 뼈대와 같은 역할로, 책의 구성을 그대로 따르기 위해 ‘장’이라는 표현을 썼고요. 저는 미술을 음악으로 해석하려고 한 무소륵스키의 시도를 높이 평가합니다. 우리 전시의 제목은 길긴하지만, 좋은 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이 제목을 보고 다양한 것을 연상했으면 좋겠어요.

글을 기반으로 한 작품을 선보임으로써 얻는 효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이번 전시는 한마디로 ‘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언어가 음악과 시각예술을, 음악과 시각예술이 언어를 관통하며 사진과 그림, 조각과 영상, 설치미술과 사운드가 글쓴이의 이야기 한 마디 한 마디에 뒤엉켜 있거든요.

2020부산비엔날레는 원도심 일원, 영도와 을숙도에서 열립니다. 부산이라는 도시 내에서 이 지역들을 선정한 이유가 있나요? 세 지역 모두 그 자체로 흥미로운 장소이자 역사적으로도 상당히 중요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산의 다른 지역과 달리 극적인 도시 개발을 겪은 일이 없어 본래 모습을 비교적 잘 간직하고 있는 점도 좋았고요. 저는 영도 부둣가의 기름 냄새와 공장 지대, 원도심의 자동차 소리와 다양한 먹거리들, 부산현대미술관(MoCA)이 자리 잡은 을숙도의 강과 자연, 그리고 지나다니는 자동차의 모습 모두를 아주 좋아합니다. 관람객들도 전시와 더불어 이 지역이 가진 매력을 같이 느끼면 좋을 것 같아요. 모든 사람이 늘 호기심을 잃지 않길 바랍니다. 2020부산비엔날레에서 여러분이 경험한 미술 작품, 책, 음악을 모두 동원해 도시를 다시 발견해보세요. 마치 탐정이 된 기분으로요.

이야기로 시작된 2020부산비엔날레가 부산이라는 도시에 어떤 이야기를 남기길 바라나요? 이번 부산비엔날레가 단 한 가지 이야기로 남기보다는 시와 소설, 역사와 정치, 미학이 어우러진 다양한 층위의 이야기들로 남기를 바랍니다. 한편으로 67명의 아티스트, 11명의 음악가, 그리고 11명의 작가들까지, 적어도 89가지 이야기는 이곳 부산에 남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020부산비엔날레의 전시 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 시 야코브 파브리시우스

전시 기간 2020년 11월 8일까지
전시 장소 부산현대미술관, 영도, 부산 원도심 일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