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프런트로에 엘리자베스 여왕이 자리함으로써 리처드 퀸은 명백히 스타 디자이너 자리를 꿰찼다. 그가 주목해야 할 실력파 신예라는 건 물론 자명한 사실이다. 런던 패션위크 마지막 날 모두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리처드 퀸의 쇼가 막을 올렸다.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으로 치장한 모델을 앞세워 지난 시즌에 이어 프린트의 향연이 펼쳐질 거라는 예상을 뒤엎음으로써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내비쳤다. 물론 주특기인 패턴 플레이를 선보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차세대 드미쿠튀리에답게 프린트 위에 섬세하게 비즈를 수놓거나 촘촘한 플리츠로 풍성한 프릴을 완성했는데, 모두 고풍스러운 디자인의 룩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게다가 초현실적인 구름과 번개 이미지 그리고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라이브가 쇼장을 가득 채웠으니! 쇼를 한층 극적으로 만든 건 이를 지켜보고 있는 어린 학생들이었다. 영국 학교의 예술 프로그램 지원을 환기하기 위해 런던의 학생들을 초청한 것. 이로써 리처드 퀸은 자신의 예술성뿐 아니라 확고한 철학까지 보여주며 개념 있는 디자이너로 등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