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메이플소프의 꽃 사진을 보며 캐롤리나 헤레라에서 맞은 두 번째 컬렉션을 준비한 웨스 고든. 이 덕분에 그가 ‘행복한 색’이라고 표현한 생동감 넘치는 노란 바탕에 파란 꽃을 그려 넣은 드레스가 쇼의 첫 장을 차지했다. 이 꽃무늬는 이후 다양한 컬러로 변주돼 컬렉션 곳곳에 등장하며 존재감을 알렸다. 한편 경쾌한 데이 수트와 칵테일 드레스의 향연은 물론 오렌지색 스트링 장식 아노락 드레스, 발렌티노가 연상되는 네온 컬러 롱 드레스로 브랜드에 젊은 피가 적절하게 수혈되고 있음을 알렸다. 어깨와 허리를 매듭으로 장식한 드레스와 수트 역시 발랄한 스타일을 즐기는 업타운 걸에게 선택받을 만한 아이템. 전반적으로 우아하고 고상한 드레스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뒤따르긴 했지만 이 영리하고 예의 바른 디자이너는 브랜드의 시그니처인 화이트 셔츠를 재해석한 드레스를 피날레에 올림으로써, 프런트 로에서 흐뭇하게 쇼를 바라보던 디자이너 캐롤리나 헤레라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