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릭 오웬스의 컬렉션 피스는 다소 거리감이 느껴질 때가 많다. 그의 창의력, 재단 실력을 의심하는게 아니다. 옷은 결국 사람이 입어야 빛을 발한다고 생각하는 에디터에게 이제까지의 릭 오웬스 컬렉션은 옷‘ ’ 보다는 ‘예술’을 관람한다는 개념에 가까웠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시즌 동그란 어깨의 코트, 새빨간 가죽 점프수트, 날씬한 실루엣의 회색 코트, 청키한 플랫폼 부츠와 한쪽 다리가 완전히 드러나던 롱드레스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쇼의 영감은 1970년대 키스, 그레이스 존스의 무대의상을 디자인하던 래리 르가스피(Larry LeGaspi)에서 시작됐다. 특히 키스의 무대의상에서 큰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1970년대 키스, 그레이스 존스는 ‘일상’과 거리가 먼 복장을 즐겼지만 릭 오웬스의 해석은 훌륭했다. 디자이너 특유의 뛰어난 재단 실력, 옷을 넘어 한 시대의 문화를 재해석해내는 능력에 다시금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