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질 아블로의 세계가 자유분방한
도시의 뒷골목에서 휘황한 중심가로
옮겨간 걸까? 오프화이트의 정체성
그 자체였던 스트리트 무드는 미미한
흔적만을 남기고 사라졌다. 대신
고급스러운 광택 블라우스와 정교한
테일러드 코트, 우아한 펜슬 스커트와
팬츠 수트가 빈자리를 채웠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성공적이었다.
새 시즌 쇼를 통해 버질 아블로는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디자인 실력과
트렌드를 간파하는 감각을 유감없이
보여줬고, 지지 하디드와 벨라 하디드
그리고 그들의 모친이자 전직 모델인
욜란다 포스터를 런웨이에 세움으로써
전례 없는 관심을 모으는 데도
성공했으니까! 그러나 서브컬처였던
스트리트 문화를 하이패션계의 메인
장르로 끌어올리며 성장한 브랜드의
역사를 생각하면, 그의 추종자들이
이토록 갑작스러운 변화에 반색을
표할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