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 구스타프 융은 한 에세이에서
여성을 일곱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사냥꾼, 어머니, 여왕, 현자, 정부,
신비주의자, 처녀. 생각만 해도 골치
아픈 이 글을 정독한 폴 앤드루는
사무실로 돌아와 오프라 윈프리, 미셸
오바마처럼 실존하는 강인하고 용감한
여성의 초상을 무드 보드에 붙였다.
여성성과 지속 가능성. 오늘날 던져진
가장 큰 화두. 폴 앤드루는 이를 적절히,
지극히 살바토레 페라가모 스타일로
풀어냈다. 롱 실크 드레스, 점잖은 데님
스커트, 군더더기 없는 점프수트와 가죽
케이프는 무드 보드에 붙은 모든 여성의
일상에 녹아들 룩이었다. 하우스의
시그니처 역시 빼놓지 않았다. 타이츠
위에 입은 체인 스커트는 페라가모의
체인 프린트에서, 포니테일을 묶은
리본은 바라 슈즈에서 영감을 받았다.
가죽 액세서리는 사장될 위기에
처한 재고를 업사이클링해 제작했다.
어디에선가 보고 들은 것을 조합해
컬렉션으로 완성하는 디자이너들도
많다. 스스로 학습해 해석하고 받아들여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재탄생시키는
이는 드물다. 폴 앤드루는 후자에
속한다. 1979년생, 이제 40대 초반인
그의 앞날에 믿음이 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