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쇼미더고스트 한승연 김현목 인터뷰 코믹 공포

 

지방대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거듭 취업에 실패하는 ‘예지’, 20년 지기 절친 예지에게 빌린 돈으로 귀신이 들린 집을 계약한 ‘호두’. 귀신보다 무서운 집값 때문에 결국 셀프 퇴마를 결심하는 이들. 영화 <쇼미더고스트>는 물러설 곳 없는 청춘들이 귀신이 들린 집에 입주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유쾌하게 담아냈다. 요즘 청춘들의 힘든 현실과 이 상황을 어떻게든 이겨내려는 이들의 도전, 귀신의 섬뜩함 뒤에 숨겨진 사회적 문제들까지. 현실의 민낯을 청춘의 눈을 통해 낱낱이 전한다. 슬프지만 웃기고, 가난하지만 마음만큼은 따뜻한 예지와 호두를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말한다. ‘우리도 할 수 있어. 해보자’

9월 9일 드디어 <쇼미더고스트>가 개봉해요. 작품의 어떤 부분에 끌리게 되었나요? 한승연 요즘 자극적인 사진이나 영상이 많다 보니 텍스트를 보고 웃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럼에도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혼자 웃으며 끝까지 읽어버렸어요. 코믹과 호러가 적절히 섞여있고 감정적인 부분까지 건드려주는 시나리오가 매력적이었어요. 고민할 것도 없이 ‘너무 재미있는데요! 이거 할게요’ 했죠. 김현목 코믹과 공포로 이루어진 시퀀스들이 대본만 봐도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선명했어요. 관객들이 단순히 픽션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닌 자신의 이야기로 공감하면서 볼 수 있다는 것 또한 호소력 있게 다가왔어요.

각자가 해석한 ‘예지’와 ‘호두’는 어떤 인물인가요? 한승연 예지는 이리저리 치이면서 힘들게 살아가는 취준생이에요. 지금까지 연기해온 대부분의 인물들이 이런 ‘청춘’이었죠. 예지만의 특별한 코드가 있다면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추진력과 의지를 가졌다는 거예요. 또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타인에 대한 연민을 잃지 않죠.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그 친구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김현목 호두는 예지와 절친이지만 성향은 확연히 달라요. 논리적이고 과감한 예지에 반해 호두는 감정적이거나 우유부단한 면이 있죠. 하지만 사람을 대하는 자세는 누구보다 닮아있어요. 호두 역시 자신의 처지가 어떻든 타인을 향해 친절을 베풀 수 있는 인물이죠. 아무리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말이예요.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호두스럽지 않은 카리스마를 볼 수 있는데(웃음) 단순히 우물쭈물하던 호두가 민첩해졌다기보다 그의 진심 어린 마음이 묻어 나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귀신이 들린 집을 떠나지 못해 직접 귀신을 내쫓으려는 장면은 웃프게(?) 보이기도 했어요. 그런 상황에서도 예지와 호두는 어떻게 시종일관 밝고 유쾌한 태도를 가질 수 있었던 걸까요? 한승연 사실 이 친구들 입장에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거죠. 모든 것을 다 털어 집을 구했는데 그 집은 귀신이 들고, 남은 돈은 주식으로 날려버리고, 부모님께 손 벌릴 수도 없는 상황이니까요. 어떻게든 살아나가야 한다는 처절함? 하지만 그 각박한 처지를 단순하고 유쾌하게 풀어나간다는 게 포인트죠. 현실에서도 중요한 자세라고 생각해요. 힘든 상황에서 스스로 침잠에 들어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보다 문제를 맞닥트리는 용기가 필요한 법이니까요. 김현목 맞아요. 이들의 유쾌함 덕분에 문제를 헤쳐나가는 과정 속에서 스스로 위로받고 다음 도전을 고취시키는 과정이 반복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요.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보면 관객들도 통쾌함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영화 쇼미더고스트 한승연 김현목 인터뷰 코믹 공포
언밸런스한 스트라이프 패턴 니트는 마르니(Marni), 화이트 컬러 스커트는 비뮤에트(Bmute(te)), 워커는 닥터마틴(Dr.martens).

 

“<쇼미더고스트> 속 예지가 특별한 이유는
힘든 상황에서도 단순하고 유쾌하게 풀어나간다는 거예요.

현실에서도 중요한 자세라고 생각해요.

스스로 침잠에 들어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보다
문제를 맞닥트리는 용기가 필요한 법이니까요.”

 

영화 쇼미더고스트 한승연 김현목 인터뷰 코믹 공포
니트와 셔츠 모두 아임쏘케이(Imsok), 레이어드한 스트라이프 티셔츠는 디쏘에이치(D.X.O.H).

 

“인생을 살아가면서 ‘괜찮아’라는 한마디가
이따금 필요한 법이잖아요.

‘우리도 할 수 있다. 해보자’라고 외치는
삼총사의 어설픈 도전이
관객들에게 하나의 위로가 되면 좋겠어요.

 

영화 쇼미더고스트 한승연 김현목 인터뷰 코믹 공포
한승연이 입은 버건디 컬러 터틀넥 톱은 자라(Zara), 체크 재킷, 베스트, 스커트는 모두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 워커는 닥터마틴(Dr.martens). 김현목의 재킷은 디벡 도쿄(D-VEC Tokyo), 이너로 착용한 옐로 컬러 셔츠는 아임쏘케이(Imsok), 베스트와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슈즈는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예지와 호두, 영화 후반에 친구가 된 퇴마사 ‘기두’까지 94년생으로 설정되어있어요. 이들을 연기하며 본인의 20대 후반이 떠오르기도 했나요? 한승연 그때의 한승연은 되게 예민하고, 화도 많고, 독하게 스스로를 몰아붙였어요. 반면 예지는 힘든 상황이라고 비관적으로 생각하거나 쉽게 좌절하지 않아요. 귀신이 집에 들어온 상황에서도 돈이 없으니 셀프 퇴마를 해야겠다고 결심하는 것처럼요. 유쾌하고 단순한 예지의 모습에 오히려 위로를 받았어요. 김현목 보통 불확실한 미래를 안고 가는 시기잖아요. 저도 학교를 졸업하고 연기에 무작정 뛰어들었을 때예요. 삼총사(예지, 호두, 기두)를 보고 크게 공감한 점은 뾰족한 수가 없고 방법이 정해진 게 아니니 ‘일단 열심히 해보자’라는 마음 하나로 시작한다는 거죠. 어떤 결과에 치우치지 않고 일단 천천히 단계를 밟아나가면서 무언가를 확립시켜 나가는 모습이 과거의 저를 떠오르게 했어요.

본인이 각자가 맡은 캐릭터가 된다면 어떨 것 같아요? 한승연 김현목 배우였으면 그 집에 귀신이 나왔을 때 어떻게 했을까… 무시한다? 김현목 맞아요. 귀신을 무시할 것 같아요. 귀신이 발생한 과학적인 원인을 찾아야죠. 한승연 (김현목 배우가) 되게 현실적이고 냉철해요.(웃음) 김현목 애초에 그런 집을 계약하지 않습니다. 저렴한 월세? 못 믿어. 주변 시세를 확인해서 말이 안 되는 가격이라면 걸러야죠. 어떤 운과 복을 바라지 않습니다. 한승연 역시 공대생이야.(웃음) 저도 상황 판단에 있어서 냉정한 편이라 계약서를 꼼꼼히 봤을 거예요. 혹시라도 집에 귀신이 나온다면 비위를 맞춰주면서 계약 기간을 견뎌낼 것 같아요. 김현목 선배는 귀신과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한승연 네. 귀신의 존재를 믿거든요. 그리고 귀신이 마냥 무섭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김은경 감독님도 동의한 부분인데 귀신의 존재가 때로는 슬프다는 거예요. <쇼미더고스트>의 귀신처럼 각각의 사연이 숨겨져있을 수 있으니 제가 예지라면 참아볼 것 같아요.

반대로 귀신 연기도 선보였어요. 한승연 귀신에 진심인 사람이라 더 무섭게 하고 싶었는데 감독님이 제지하셨어요. 아쉬웠죠. 오히려 더 무서웠던 건 공막 렌즈를 착용할 때였어요. 렌즈가 생각보다 두껍고 커서 힘들더라고요. 김현목 반대로 전 무섭지 않을까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영화를 보니 제가 봐도 무섭더라고요. 한승연 감독님이 전통 공포를 다루던 분이라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잡아내시거든요. 영화 보다가 정말 깜짝 놀랐어요.

20년지기 절친 예지와 호두를 연기했어요. 실제 서로의 호흡은 어땠나요? 한승연 너무 너무 재밌었어요. 김현목 완벽했죠.(웃음) 한승연 김현목 배우는 대본에 지시된 게 10개라면 15개를 해내요. 그렇다고 제가 당황스러울 만한 건 안 해요. 덕분에 저도 많은 연기를 할 수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현장에서 카메라 감독님을 웃길 때 뿌듯한데, 현목 배우가 정말 웃겨서 제가 개그 배틀에서 이긴 적이 없어요. 이렇게 웃길 수가 있을까… 김현목 영화 속에서 예지가 감정적인 중심 서사를 바꿔가면서 이야기를 끌어간다면 호두와 기두는 이에 맞춰 따라가는 인물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연기가 자유로웠어요. 선배가 웃어주니 기가 살아서 더 열심히 했죠. 한승연 이렇게 몸 사림이 없고 망설임 없는 배우는 처음이에요. 현목 배우의 익살스러운 모습에 웃음을 참기가 힘들었죠. 덕분에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김현목 저에 대해 좋게 풀어주신 거지 선배가 다 맞춰줬어요. ‘현목아, 하고 싶은 거 다 해봐’하고는 촬영이 시작하면 장면마다 전달해야 하는 감정이나 의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캐치해나가요. 프로다. 역시 선배님이다 생각했죠.

현장에서 서로 소통을 많이 하는 편인가봐요. 한승연 코믹이라는 게 미묘한 차이로 엇갈릴 수 있는 장르에요. 촬영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재밌다 하더라도 관객 입장에서 같이 웃을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하죠. 배우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연습을 많이 했어요. 현목 배우와 이 과정 속에서 대화도 잘 통하고 잘 맞아서 즐거웠어요. 김현목 촬영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일어나잖아요. 갑자기 촬영을 빨리 끝내야 한다거나 어떤 외부적인 요인이 발생하면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 다급해지기 마련이거든요. 이럴 때마다 선배가 중간에서 유연하게 조율해 줬어요. 덕분에 하고 싶은 연기도 마음껏 했죠. 이렇게 칭찬하는 거 맞죠?(웃음)

코믹과 공포를 함께 다루는 영화다 보니 ‘코믹스러운’ 또는 ‘공포스러운’ 정도의 적정선을 유지하는 게 어려웠을 것 같아요. 한승연 ‘관객이 재미있게 보려고 들어왔는데 무서워서 불편해지면 어떡하지?’ 영화를 찍는 내내 감독님과 함께 걱정했던 부분이에요. 공포, 코믹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도 담고 있기 때문에 한쪽으로 치우치는 걸 조심해야 하는 건 맞죠. 그렇다고 장면마다 무서운 건 무섭게, 웃기는 장면은 웃기게 연기하는 건 오히려 어색할 거예요. 어떻게 완급조절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 나온 저의 결론은 ‘진심’이에요. 캐릭터가 순간순간 진심이라면 어떤 장면이든 끌고 갈 수 있다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예지가 짜증을 내는 모습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에요.(웃음) 집은 난리가 났지, 퇴마사는 사기를 쳤지, 돈은 없지… 정말 짜증이 났거든요. 장면마다 계산한다기보다 매한가지 진심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김현목 호두라는 인물 설정 자체가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는 명분이 되었어요. 재미있어야 하는 장면은 마음 편하게 놀면서 연기했죠. 코믹과 공포를 따지기보다 오히려 호두스럽기 위해 노력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자면요? 한승연 영화 마지막쯤에 육탄전을 벌이는 장면이요. 가파른 언덕을 뛰어 배우를 항해 주먹을 날리면서 엄청난 감정을 분출해야 했죠. 액션과 감정 뭐 하나 놓칠 수 없는 상황이라 부담스러웠어요. 걱정을 많이 했는데 결국 때리는 척을 해야하는 장면에서 실수로 상대 배우를 때려버린 거에요. 다행히 한 번에 끝났지만 순간 손에 스치는 게 느껴졌을 때 아찔했던 기억이 나요. 김현목 저의 상의 탈의 신을 정말 좋아합니다.(웃음) 보통 촬영장에서 남자 배우가 상의 탈의를 하면 주변에서 칭찬을 해주지 않나요? 그때 당시에 어느 누구도 저에게 관심이 없더라고요. 엎드려 푸시업하고 있는데 위로 장비들만 지나다니고… 그렇지만 만족합니다. 제 마음속에 소중한 장면 중 하나에요.

<쇼미더고스트>의 관전 포인트가 있다면 어디에 집중을 해야 될까요? 김현목 삼총사에게 저의 모습을 발견한 것처럼 관객도 이들에게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인생을 살아가면서 ‘괜찮아’라는 한마디가 이따금 필요한 법이잖아요. ‘우리도 할 수 있다. 해보자’라고 외치는 삼총사의 어설픈 도전이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하나의 위로가 되면 좋겠어요. 한승연 직관적이고 단순하고 동화 같은 영화에요. 질문을 던지고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기보다 시원할 정도로 바보스럽죠. 영화를 보는 순간만큼은 어지러운 생각 없이 쉽게 즐길 수 있을 거예요. 각박하게 살아가면서도 따뜻한 세상이길 바라는 예지의 코드에 많이 공감해 주셨으면 해요. 

단편적으로 봤을 때는 공포물을 재미 있게 풀어낸 영화지만 취업, 집값, 스토킹 등 여러 사회적인 문제가 얽혀있어요. 이런 요소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어요. 한승연 안 좋은 일이 많죠. 일상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아프고 슬픈 삶이 이야깃거리로 소비되는 게 어느 순간 비인간적이게 느껴졌어요. 안타깝다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기보다는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목소리 하나라도 보탬이 될 수 있는 성의와 용기는 다들 한 번쯤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저도 열심히 잘 해보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김현목 영화 속 중심 서사에 있는 귀신이 스토킹과 관련된 키워드를 가지고 있듯 여러 사연을 가진 원혼들이 등장해요. 감독님께서 귀신을 설정할 때 뉴스 기사를 참고했다는 걸 보면, 단순히 귀신을 통해 공포라는 장르에 부합하는 이미지를 찾았다기보다 우리 사회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아요. 귀신 하나하나 다양한 사회 문제를 표징하고 있는 거죠. <쇼미더고스트>를 보는 관객들에게 이런 이슈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거리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