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도시는 다음 세대가 돌아오고 싶어 하는 도시다. 어떤 도시의 아이들은 고향을 떠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삶의 목표지만, 또 다른 도시의 아이들은 학업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와 평생 살고 싶어 한다. 우리의 다음 세대가 돌아오고 싶어 하는 도시,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까?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였던 막스 베버는 유작인 <도시(The City)>에서 좋은 도시의 조건으로 가장 먼저 ‘시민의 삶을 지키는 요새로서의 도시’를 제시했다. 과거에는 창과 방패 그리고 성벽으로 도시를 지켰다면, 현대사회의 도시는 지역공동체의 연결망으로 지킬 수 있다. 팬데믹 이후, 도시의 모습을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한 과제가 되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위기마다 공동체의 연결망을 동원해 극복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위기를 공동체로 극복한 사례는 팬데믹의 한가운데에서도 적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의 ‘마을호텔18번가’ 사례가 있다. 고한읍은 과거 번영한 탄광 마을이었지만, 1990년대 초반의 석탄 산업 합리화 정책(사실상 석탄의 국내 생산을 중단한 조치)으로 폐허가 되다시피 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마을을 떠났고, 소수의 주민만 남아 힘겨운 삶을 이어갔다. 변화의 바람은 광부의 아들이던 한 청년이 마을로 돌아오면서부터 일었다. 빈집을 개량해 호텔로 탈바꿈하고, 인근 주민들의 사업체를 마을호텔18번가라는 브랜드로 통합한 것. 동네 전체가 호텔이 된 마을호텔18번가의 수익 중 일부는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쓰인다. 위기는 현재 진행 중이지만, 공동체의 연결망이 더욱 공고해졌기에 가능한 결과다.
공동체의 연결망은 ‘리질리언스(resilience, 회복력)’와 깊은 연관이 있다. 사람이 사람을, 이웃이 이웃을, 마을이 마을을 지탱하는 사회는 위기의 원인이나 유형에 상관없이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 정선의 한 작은 마을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다. 팬데믹 이후, 현대 도시의 불안정성이 커질수록 공동체성을 강화해 이웃을 돌보는 사회를 지향할 수만 있다면 우리의 도시는 살 만한 공간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