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이 2년만에 다시 칸영화제를 찾았습니다.
칸 영화제 측은 지난 6일 봉준호 감독이 칸 영화제의 스페셜 게스트로 참석한다고 깜짝 발표해 영화팬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개막식 직전까지 봉준호 감독의 참석이 알려지지 않았던 바, 이번 소식은 더욱 많은 화제를 모았습니다. 영화제 측은 “아시아 영화계의 가장 중요한 인물이며 칸 영화제의 위대한 친구인 봉준호”라며 환영했죠.

봉 감독은 칸 영화제의 개막을 선언하는 역할을 맡았으며, 올해 여섯명의 감독, 배우들과 함께 그들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랑데부 아베크'(Rendez-vous avec) 행사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봉 감독은 2년 전에 열린 72회 칸영화제에서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 한국영화사의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이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세계적인 확산으로 인해 지난해 칸영화제는 영화제 행사대신 초청작을 발표하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재앙이 오기 전 칸영화제를 마지막으로 빛냈던 봉 감독이 다시 재개하는 축제를 알리는 역할을 맡아 의미를 더합니다.

뤼미에르 대극장에 도착한 봉준호 감독은 “(2년전에) 너무 기쁘면서도 정신이 없어서 어떻게 시간이 가는 줄 몰랐는데 지금은 훨씬 더 편한 마음으로 오게 됐다”고 인사를 건넸습니다.

이어 “상 받으면서도 매일 시나리오를 썼다. 오늘도 시나리오를 쓰다가 여기 오게 됐다”면서 최근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습니다.

개막식 무대에 선 봉준호.

“작년에 코로나로 인해 영화제의 끊어짐이 있었는데 그 끊어진 걸 연결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오늘 이렇게 와서 여러분이 모여있는 모습을 보니 영화제가 끊어졌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영화제는 멈춘 적이 있었을지라도 시네마, 영화는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는 느낌이 든다. 뤼미에르 형제의 영화에서 기차가 달린 이후로 수백년간 지구상에서 영화는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위대한 필름 메이커 아티스트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그의 개막선언은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영화계에 위로와 활기를 전하며 박수를 받았습니다.

봉 감독은 위트있는 말솜씨로도 유명합니다. 이번 개막식에서도 자신의 한국어 인사가 불어로만 통역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영어로 “미안하다. 영어로 이야기했어야 했다”면서 “여러분과 함께 해서 행복하다”고 인사해 동료 영화인들을 웃음짓게 했습니다.

또 이번 칸 영화제에 영화팬들의 관심이 쏠린 건, 2년 전 칸에서 황금종려상 수상의 기쁨을 함께 했던 봉준호와 송강호가 다시 재회했기 때문이죠. 개막선언을 하는 봉준호 감독의 뒤로 송강호의 모습이 보입니다.

송강호는 “‘올해도 못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는데 이렇게 기적과 같이 만나 여러분들에게 인사를 드리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올해 칸 영화제는 6일 개막해 오는 17일까지 진행됩니다. 우리나라는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이 비경쟁 부문에, 홍상수 감독의 ‘당신 얼굴 앞에서’가 칸 프리미어 섹션에 초대됐다고 합니다.

또 폐막식에는 이병헌이 시상자로 나선다고 하죠. 2년만에 재개한 칸영화제에서 들려올 소식에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