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비 링크 김현성 전명은

Beklemmt #19, Archival Pigment print, 30x40cm, 2021

피비 링크 김현성 전명은

Kim Hyun Sung’s Form #5, Archival Pigment print, 60x80cm, 2021

 

접점이 없어 보이는 아티스트의 만남을 통해 흥미로운 결과를 만들어내는 피비갤러리의 기획 ‘PIBI_LINK’. 이들이 주최한 세 번째 전시의 주인공은 스테인리스 스틸과 황동으로 가구를 만드는 작가 김현성과 이차원의 평면 위로 삼차원의 공간성이나 서사를 담는 사진가 전명은이다. 이번 전시에서 전명은은 김현성의 작업 과정 중 중간 단계인 마케트(maquette)를 촬영했다. 김현성의 삼차원이던 입체 작업이 전명은의 사진을 통해 이차원으로 재해석되고, 전명은은 사진 안에 다시 삼차원 이미지를 구현한다. 이들의 작품에서 입체와 평면을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전명은은 이를 ‘오롯이 마음에 기대는 형상들’이라 설명했다.

PIBI_LINK, installation view_5

 

전시에 관한 전명은 작가와 김현성 작가의 이야기

 

이번 전시는 김현성 작가 작업의 중간 단계인 마케트 과정을 전명은 사진가가 찍는 방식으로 진행 되었습니다. 어떤 생각에서 시작하게 된 작업인가요?

전명은 김현성 작가님의 굉장히 아름다운 형상들이 나오기까지 어떤 과정의 일부를 제가 사진으로 찍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어요. 이런저런 방식을 고민하다, 마케트가 제 작업 맥락과 잘 맞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마케트를 바라보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거든요.

김현성 드로잉을 해서 2D 로 형태가 결정 되면,  3D로 변환을 하는 시점이 마케트를 시작하는 단계예요. 어쨌든 큰 형태가 나오기 전에 한 번은 체크하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라 이 단계에서 디자인이 변경이 되기도 하는, 저에겐 굉장히 중요한 시점인 거죠. 그런데 지금까지 이 과정을 보여줄 수 있는 전시나 매체가 없었어요. 전시라고 하면 대게 결과물만 보여주기 마련이니까요. 감사하게도 전명은 작가님이 그 마음을 알아채고 잘 구현해주신 거죠.

 

같이 작업을 공유하고 같이 전시를 하면서 새롭게 시도하게 된 것, 사고하게 된 지점은 무엇인가요?

전명은 전시장 가운데에 족자처럼 걸려있는 사진이 김현성 작가님의 촛대 마케트를 찍은 거예요. 그 작품을 자세히 보면 그냥 두 개의 면과 면이 만나는 아주 단순한 구조인데요, 찍으면서 ‘아주 작은 차이로 어떤 형상이 결정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작가님이 바라보고자 하는 형상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고요. 그래서 이 사진은 액자에 넣지 않고 형상이 아닌 하나의 면으로 보이게 얇은 종이에 프레임 없이 걸어두기로 했어요. 김현성 작가님이 만든 구조나 형태가 아주 단순하고 심플하니, 그걸 찍은 사진이 어떤 형태나 형상으로 다가오기 보다 편평한 한 장의 종이처럼 보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 거죠. 이 작업이 아니었다면 시도해보지 못했을 생각과 방식인 것 같아요.

김현성 어떤 물건이든 에너지라는 게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간 작업을 하고 결과물을 내는 과정에서 완벽하게 이 형태에 대해 이해를 하고 있다 생각했는데, 전명은 작가님께서 제가 보지 못한 에너지를 발견해주셨어요. 이를 목격하는 과정이 생경하면서 즐거웠어요.

전명은 아름답네요. (웃음) 예술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작업이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이슈를 던지려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잖아요. 형상 자체에만 집중하는 경우는 드물어요. 그런데 김현성 작가님은 그저 아름다운 형상에 집중해서 작업하시는 게 좋았어요. 작가님이 저한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자신의 작업에는 메시지가 없다. 오히려 바라보는 걸로 위안이 되고, 마음에 닿으면 그만이라고요. 그 말을 듣고 그냥 보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얻었어요. 그걸 다시 느끼게 해준 작업이라 좋았어요.

 

전시 <PIBI_LINK> 역시 그렇게 바라보면 될까요? 안에 담긴 메시지를 살피기보다 그저 보이는 그대로를 느끼는 식으로요.

전명은 네, 그랬으면 좋겠어요. 그냥 보는 것만으로 마음에 와 닿는 것이 있는 경험이길 바라요.  몸이 마음에 기대는 느낌이 들 때가 있잖아요. 이런 맥락으로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에 집중하며, 몸과 마음이 따뜻해지는 전시가 되면 좋겠어요.

PIBI_LINK, installation view_1

 

전시 기간 8월 19일~10월 9일
관람 시간 화~토요일 11:00~18:00(월요일 휴관)
전시 장소 피비갤러리(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125-61층)